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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Sep 21. 2024

시골탈출

정말?

우리 가족은 내가 개구리와 뱀을 많이 잡고, 냉장고에 못으로 이름을 새겨 넣는 

그 시골에서 그렇게 오래는 살지 않았다.

3~4년쯤 거기서 살았는데, 내가 국민학교 3학 봄 즈음 해서 이사를 했다.

나름 도시였는데, 부모님은  공장을 계속할 수 있는 곳, 그리고 방이 많은 곳을 구하셔서 이사를 하셨다.

정말 낡은 집이었고, 화장실은 여전히 쪼그려야만 했다. 심지어 대문도 없었다.

조금만 걸어서 나가면 버스 다니는 길이 있다는 것 말고는 

나에게는 그렇게 큰 메리트는 느껴지지 않았다.


더 이상의 개구리, 뱀 여름이면 보던 반딧불, 그리고 산에 널려있던 산 열매들도 이사 간 곳에는 없었다.

방이 좀 많아졌고, 더 이상 엄마아빠와 같이 잠을 자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말고는...


이사 간 집은 유난히 바퀴와 벌레가 많았다. 큰 방위에는 작은 다락방 같은 것이 있었는데, 첫날에 다락문을 여니 바퀴벌레가 미친 듯이 날아 나와서 도로 닫고는 엄마가 나름 무장을 하고 손에는 양말을 끼고 바퀴벌레잔해를 쓸어 담아야만 하셨다. 

그랬다 거기는 개구리 대신 바퀴벌레가 그리고 뱀 대신 지네가 유난히 많이 나오는 습한 곳이었다.

엄마 아빠는 어떻게 서든지 돈을 빨리 모아서 조금 넓고 또 차가 다니는 곳으로 이사를 하고 싶어 하셨다.

정말 밤늦게 까지 쉬지도 않고 공장에서  일하셨다. 

이사하기 전에는 아빠가 그 당시 주택복권 2등인가? 3등에 당첨되시기도 하셨다.

동네잔치도 벌이시고... 

(잔치하고 할아버지 좋은 겨울옷 한 벌 사드리니 돈이  더 들어갔다는 

엄마의 후일담도 얼마 전에 듣게 되었다.)


어렸던 나는 집을 사서 이사를 간다기에 좋은 아파트 같은 곳으로 이사를 갈꺼라는 철없는 생각을 했었다.

막상 가보니 넓다는 것 말고는 시골집과 상태는 막상막하였다. 

마치 원래 살던 시골집을 길게 옆으로 늘여 놓은 듯한 느낌?


그 집은 내가 어려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무서운 느낌이 나는 집이었다.

길게 생긴 집 뒤편에는 쓰지 않아서 나무 뚜껑으로 덮어진 우물이 있었고, 나와 엄마 아빠방 사이에 있는 식탁을 대신하던 낮은 마루가 있었는데 숙여서 보면 꼭 안에서 무언가 나올 것만 같았다.


엄마는 그 집에 이사가 셔서도 농사를 지으셨다. 

화단에는 케일이며 각종 농작물들이 자라고 있었고, 집옆 작은 밭에 배추를 기르셔서

나는 억지로 파란 잎이 많은 유기농 배추김치를 섭취해야 했다.


우리 집에 유일한 여자 어른인 엄마는 어깨가 망가지실 정도로 일을 많이 하셨다.

낮에는 공장에서 할아버지, 아빠 그리고 공장 오빠 들고 함께 공장일을 하셨고

매 식사때는 식사를 내어야 했고, 밤에는 밀린 집안일을 하셔야 했다.


엄마의 삶은 참으로 고단하다고 버거우셨을 것이다.

그렇게 억척스럽게 삶을 살아가셨다. 

항상 입버릇처럼 모자란 동생과 나를 버리고 도망도 못 간다고...


아빠와 할아버지는 원래부터 술을 좋아하셔서 거의 매일 밥상에는 술이 함께 있었다.

조금 후에 일이지만, 그 집에서 할아버지 아빠가 차례로 돌아가셨다.


동생은 그곳으로 이사를 간 후에는 아침밥을 먹고 집을 나가서 밤이 늦도록 돌아오지 않기를 반복하였다.

나는 밤이 되면 저녁밥을 먹은 후, 다른 가족들과 함께 동생을 찾는 일을 자주 반복하게 되었다.


시골에 살 때는 어린 동생의 걸음으로는 나갈 수 없는 곳이었는데, 그에게 이곳의 상황은 달랐던 것이었다.


이사를 오고 난 후, 집 근처에는 또래 아이들이 많이 살았다. 

초등학교 한 반에 60명 가까이 있었으니, 우리 집 근처에는 전부 같은 초등학교는 다니는 아이들이었다. 


한집에 숟가락 젓가락이 몇 개인지 다 아는 시절이었다. 


그 시절 사람들에게는 장애라는 개념이 없었다. 

코미디 프로에는 영구 같은 캐릭터가 나와서 장애인을 우습게 만들었다.

동생과 나는 나쁜 아이들의 놀림거리였다. 

나도 놀림을 많이 당했는데, 동생은 오죽했을까...


사람들에게 이유 없이 맞고 들어오기도 하였고, 이상한 오물을 뒤집어쓰기도,

돌을 맞아 머리가 찢기기도 하고

옷이나 신발이 찢기거나 없이 들어오는 날도 허다했다.


사람은 원래 악한 존재인가 보다..라고 자주 생각했었다. 

세상은 따뜻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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