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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ul 19. 2020

성깔 돋구는   고구마순 김치

어느 화가의 생존 밥상 44



강화도 촌부 친구는

감자는 줄기 식물이고

고구마는 뿌리 식물임을 강조했었다.

뿌리에서 바로 잎이 나는 것이

고구마라는 것이다.


농사 좀 지어 본

그리고 적성에서 짓고 있는

초등 동창이

내가 고구마를 심었다니

고구마순으로 김치를 담가 보란다.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그런 수도 있구나! 싶었다.

하기사, 독이 없는 거면 뭐든 먹을 수 있고

오래 두고 먹을 양이면

절일 수 있는 거고

절일 수 있으면

양념만 첨가하면

김치가 되는 것 아니겠는가.




우리는 내키면

바로 움직이는 시스템이 장착된 인간이다.

고구마순을 따서 김치를 담가 봤다.


잔 고구마순 껍질을 벗기자니

내 성깔머리가 드러난다.

이 가는 고구마 뿌리 순을 언제 다 벗겨내누?

바늘구멍에 실을 계속 끼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대충 몇 젓가락 먹을 양만 다듬어

맛보기 고구마 김치를 담갔다.

익지 않아서인가?

뭔 맛인지 모르겠다.

저 많이 해 놓은 양념은 어찌한다?

냉장고에 넣어버려?


그새 잔머리를 굴리고 있는 나를 본다.

이런 사람을 통수를 굴린다 해서

통수꾼이라 했던가?

머위대 껍질 벗길 때는 시원했었지.

그래 머위로 김치를 담그는 거야.

당장 머위 김치라는 것이 있는지

인터넷으로 검색에 들어갔다.

허! 있네. 머위 김치가.

그러면 그렇지! 됐다.

내일 머위 김치로 계획을 바꾼다.


고구마순 김치,

이틀간 실온에 놔두었더니 그새 익었다.

처음 겪는 숫처녀 같은 맛이다.

맛은 신선하지만 다시 할 엄두는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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