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원의 어쩌다 농부]벌써 2년차
어설프게 농부 흉내를 조금 내 보면서 알게 됐다.
아! 농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간헐적으로 내려가서는 채소나 작물을 제대로 키우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2주 만에 가보면 상추는 녹아있고, 오이는 늙어있다. 주인의 발자국 소리가 없어도 아랑곳없이 잘 자라는 것은 풀밖에 없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농사 2년 차에 슬슬 잔머리를 풀가동하기 시작했다.
시기에 딱 맞춰 씨 뿌리고 거둬야 하는 농작물 대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편안하게 농사지을 수 있는 꽃이 5도2촌 가짜 농사꾼에게는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꽃은 계절별로 대표적인 ‘선수’들이 있다. 그 대표선수들을 갖춰놓으면 편안히 앉아서 계절의 흐름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농사를 처음 시작하던 지난해 심사숙고해 심은 꽃이 있으니 작약이다. 지난해 3월 심은 작약은 지금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올봄에 아름다운 꽃을 보여주어 작약을 선택한 보람도 만끽했다. 올 가을 작약 종근을 더 구해 작약밭을 늘리겠다는 야심이다.
계절별로 즐길 수 있는 꽃들의 대표 선수들을 추려보면 봄에는 작약, 초여름에는 장미, 여름에는 수국, 가을에는 국화다. 작약은 이미 심어놓았으니 이제 장미와 수국을 들일 차례다.
장미가 만개하던 지난 6월에는 남의 집 담장에서 활짝 피어있는 장미가 부러워서 걸음을 옮기지 못할 정도였다. 장미의 색깔도 다양해서 빨간색은 물론 분홍색, 노란색, 보라색까지 어느 하나 예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어느 장미를 고르면 좋을까. 공부해 보니 장미는 키우기 쉬운 식물은 아니었다. 진딧물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농약을 자주 쳐야 하고, 추운 지역에서는 월동이 되지 않는 품종도 있다. 가지치기를 부지런히 해 수형을 잡아주어야 하는데 가시가 있기 때문에 찔리기 쉽다.
농사 카페에서 추천받은 장미 품종은 안젤라, 노발리스, 카르멘뷔르트, 레이니블루, 플로라 콜로니아, 에테르미스, 퀴니긴 마리에 등이다. 월동이 잘 되고, 특별한 까탈 없이 순하게 잘 크고, 꽃도 풍성하게 보여주는 품종이라고 했다. 장미 초보가 키우기 쉽다고 하니 이 중에서 골라보려고 한다.
장미는 일 년 중 봄, 가을에 심을 수 있다. 봄 시즌은 놓쳤기 때문에 9~10월 가을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품종을 고를까 오늘도 계속 남의 집 장미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다.
수국도 내 집 마당에서 꼭 키워보고 싶은 꽃이다. 마당 한켠을 수국존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문제는 수국 역시 키우기 어려운 꽃이라는 사실이다. 수국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물을 많이 먹기 때문에 물을 자주 주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또 월동이 되는 품종을 골라야 겨울에 얼어 죽지 않고 생존한다.
올여름, 보초병 삼아 분홍색 꽃이 탐스럽게 핀 엔드리스써머 수국을 무려 5만 원을 주고 사다 심었다. 그러나 예뻤던 수국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시들어 죽고 말았다. 물을 매일 듬뿍 주어야 했는데 물을 못 준 결과, 무자비한 땡볕에 그만 말라죽었다. 이번에는 키우기 쉽다는 미국수국 아나벨수국을 한 그루 사다 심었다. 아나벨수국은 다행히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그래! 너로 정했어!”
불볕더위가 좀 지나가면 올 가을에는 아나벨수국을 10 여주 마당에 심어 군락을 만들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가을꽃인 국화는 생각보다 키우기 쉽다. 어떤 환경에서도 뿌리가 잘 내리고 한번 심어놓으면 뿌리로 번식하면서 스스로 개체수를 늘린다. 추위에도 강해 혹독한 겨울도 잘 견뎌낸다.
국화 역시 품종이 다양한데, 꽃을 즐기기에는 얼굴이 작고 꽃잎이 풍성한 폼폼국화가 제격이다. 폼폼국화 역시 컬러가 다양해서 좋아하는 컬러를 선택해 심어놓으면 해마다 국화꽃을 감상할 수 있다.
장미, 수국, 국화는 꺾꽂이도 비교적 쉬워 개체수를 늘려나가기 편리하다고 한다. 가지를 꺾어 화분에 꽂아 놓은 뒤 뿌리가 내리면 아주심기하면 큰 비용 들이지 않고도 꽃 군락을 만들 수 있다.
올 가을에는 할 일이 많다. 장미, 수국, 국화를 들여 마당에 심어야 한다. 어느 꽃을 더 많이 심을까, 즐거운 선택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