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호 - 그 여름. 그 바다
달력에 체크를 했다
19일이 둥글어졌다
딱 닷새를
슬퍼하기로 결정했다
고즈막히 울리는
밥솥의 아침소리를
뒤로하기로 결정했다
냉동고 한 켠의 얼음은
거세게 얼어붙는다
더욱 얼어붙어
서로 엉키기 시작한다
그렇게 나의 여름에는
그대의 흔적도
나의 그리움도
녹을 틈이 없었다
약속을 어겨야했다
다음장을 펼쳤는데
볼펜을 너무 꽉 누른 탓인지
희미한 자국을 띈
동그라미가 있다
나는 져버리지 않았지만
그림자가 길게 뻗치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