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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환 Jun 27. 2021

정직함

신지호 - 그 여름. 그 바다

달력에 체크를 했다

19일이 둥글어졌다


딱 닷새를

슬퍼하기로 결정했다


고즈막히 울리는

밥솥의 아침소리를

뒤로하기로 결정했다


냉동고 한 켠의 얼음은

거세게 얼어붙는다


더욱 얼어붙어

서로 엉키기 시작한다


그렇게 나의 여름에는

그대의 흔적도

나의 그리움도

녹을 틈이 없었다


약속을 어겨야했다

다음장을 펼쳤는데


볼펜을 너무 꽉 누른 탓인지

희미한 자국을 띈

동그라미가 있다 


나는 져버리지 않았지만

그림자가 길게 뻗치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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