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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준 Jan 22. 2021

성경의 객관적 가치

    최근 6개월간 책을 읽으면서 정말 다양한 글을 써왔다.

정의란 무엇인가, 레 미제라블, 멋진 신세계, 동물농장, 이기적 유전자, 그리고 죄와 벌까지 정말 다양한 글들을 읽으며 정의, 법, 자유와 같은 토픽들에 대해 각양각색의 에세이를 써내려 왔다.

이 6개의 고전을 읽을 때 항상 같이 참고했던 책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성경이다.  

심지어 내가 브런치 계정에 올린 글들 중 절반 이상이 이 성경의 내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성경구절을 인용한 적도 몇 번 있다.

처음에는 내 글에 성경의 내용을 언급하거나 성경구절을 인용하는 것에 망설였던 적이 많았다. 나는 항상 글을 쓸 때 대학에 제출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 내 글에 성경구절이 들어가거나 기독교적 관점에서 글을 써내리면 갑자기 나의 신앙이나 주관적인 믿음이 들어가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이 들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 이러한 내 생각이 어쩌면 단순한 나의 편견, 혹은 쓸데없는 걱정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성경은 교회에서만 펴는 것이다. 성경은 신앙에 대해서 누군가 대화할 때만 사용되는 서적이다.'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그 고정관념에서 빠져나와 주위를 둘러보니 성경의 영향력은 이미 교회나 크리스천들의 삶을 초월하고 난 뒤였다. 이미 성경은 현대 사회, 특히 서양 문화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성경의 객관적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참고로, 이 글을 쓸 때에도 나는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이 글은 독자를 교회로 오게 하려는 목적으로 쓴 것이 아니다. 난 독자의 자유의지를 진심으로 존중한다.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독자의 종교적 자유를 존중하고, 이 글을 가치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의견도 존중한다. 하지만 나는 기왕이면 독자들이 이 글을 통해 성경이라는 하나의 서적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애초에 이 글은 성경의 사실성을 떠나서 그것의 글과 내용이 어떤 가치를 갖고 있고, 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끼쳤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성경은 서양의 문화를 받치고 있는 하나의 큰 기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한 서양 문화 가운데에서도 성경이 가장 직접적으로 많이 사용된 분야는 인문학이다. 책을 많이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고전 명작에 성경 이야기가 생각보다 많이 나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단테의 "신곡",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헤르만 헤스의 "데미안" 등등 정말 다양한 서적에서 다양한 성경 이야기가 언급되곤 한다. 그래서 그런지 성경의 배경지식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러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따라서 고전 명작의 내용들을 더 완벽하게 이해하고 이를 통해 더 깊은 통찰력과 지혜를 얻고 싶은 사람들에게 나는 기회가 된다면 성경도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의 생애나 특정 사건이 발생하게 된 배경들을 알고 나면 분명히 고전을 읽을 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성경은 단순히 문학뿐만 아니라 철학과 정치학의 측면에서도 상당한 가치와 영향력을 드러냈으며,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가 출판한 "통치론"이라는 정치 철학 서적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존 로크는 기독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통치론을 통해 인간의 권리, 평등에 대한 이론을 정립했는데, 그 모든 것들의 기반이 다름 아닌 구약성경 "창세기"였다고 한다. 특히 창세기 중에서도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였다."(창세기 1장 27절)라는 말씀 구절을 기반으로 해서 자신의 모든 철학을 정리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기독교적 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통치론에는 121개가 넘는 성경구절이 인용되었으며, 심지어는 성경에 있는 "잠언" 전체를 인용한 적도 있다고 전해진다.

성경의 내용을 기반으로 해서 쓰여진 "통치론"은 민주주의 사상의 원형이라고 불리며, 미국의 독립 선언 그리고 프랑스혁명의 인권 선언에도 로크의 통치론이 아주 큰 영향을 미쳤다고 알려져 있다.

성경이 인류 역사에 끼친 영향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도널드 룻츠 (Donald S. Lutz)라는 이름을 가진 한 정치학자가 미국 건국의 아버지 (Founding Fathers)들이 독립혁명 당시 어떤 책을 가장 많이 참고했는지 연구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조사 결과, 그들이 가장 많이 인용했던 인물들 중 한 사람이 바로 앞서 언급했던 존 로크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독립 선언문도 로크의 통치론의 내용과 매우 비슷하다고 전해진다. 거기에 더해서, 미국 건국에 기여했던 지도자들이 존 로크의 통치론보다 약 두 배 이상 인용한 책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이 바로 구약성경의 "신명기"다. 신명기를 포함한 미국 정치 문헌에 이용된 성경의 비율이 무려 전체의 34%에 달한다고 한다. 이 정도 수준이면 미국의 선조들은 성경을 단순히 종교, 신앙, 믿음의 관점에서만 바라본 것이 아니라 실제 정치 철학에 적용 가능한 지식과 지혜로 여겼다고 평가해도 될 정도이다. 이러한 성경의 가치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는 듯이 미국 초기의 많은 대통령들이 죽기 전 성경에 대한 다양한 말을 남겼다.

성경 없이는 세계를 올바르게 다스릴 수 없다 (미국 1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성경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책이다. 거기에는 온 세계의 도서관보다 더 많은 내용이 담겨 있다.
(미국 2대 대통령 존 애덤스)
성경은 세계의 사람들을 훌륭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

이것은 종교와 믿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학술과 사실의 이야기다. 이쯤에서 잠시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정의, 행복, 평등, 법, 이러한 모든 윤리적 및 도덕적 질문에 대한 나만의 해답을 항상 성경에서 찾을 수 있었으며, 그 해답에 대해서 이야기한 글들이 지금 내 브런치 계정에 올라와 있는 것들이다.




    유대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세계 인구의 약 0.2%에 불과하지만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22%를 차지하는 유대인. 하버드 대학생의 30%, 예일 대학교의 28%, 그리고 보스턴 대학교의 24%를 차지하고 있는 유대인. 미국에서 엄청난 위치에 올라서서 지금도 세계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유대인이다. 그들의 교육법은 오래전부터 수많은 미디어에서 다뤄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부모라면 놓쳐서는 안 될 유대인 교육법"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고 있다. 그들이 태생적으로 똑똑하기 때문에 노벨상을 휩쓸고 미국 명문 대학교의 많은 자리를 차지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IQ는 세계랭킹 45위, 세계랭킹 2위인 한국인들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물론, IQ가 사람의 지능을 모두 설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지능으로 따지자면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미국 수능이라고 불리는 SAT를 공부하면서 해외대학 진학을 준비했던 저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대한민국 수능을 치르는 모든 학생들, 특히 그 말도 안 되는 문제들을 풀고 1등급을 받는 학생들은 진심으로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유대인들의 교육 비결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유대인들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토라"라는 것을 가르친다. 이는 지금의 성경에도 있는 구약성서의 모세오경(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을 의미한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이 모세오경에 나오는 이야기를 듣고, 심지어는 그 5권의 책을 통째로 암기하는 사례까지 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나는 "유대인들이 이렇게 성공하는 이유는 모세오경을 읽기 때문이다"라고 단언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크리스천이니까. 하지만, 이는 사실을 기반했다기보다는 나의 믿음에 기반한 주장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기에 마치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하나의 사실처럼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실제로, 모세오경 이외에도 자연스러운 토론 환경을 조성하거나 독서의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하는 등의 더 많고 다양한 교육방법 또는 교육환경이 유대인들의 삶에 있었기에, 모세오경이 교육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는 것에 대해 조금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직접적으로 모세오경에 대해서 깊게 들어가는 것보다는 모세오경과 함께 유대인 학생들을 교육하는 데 사용된 "탈무드"라는 책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탈무드는 책이 아니라 하나의 문학 카테고리라고 봐도 될 정도의 스케일을 갖고 있다. 총 20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탈무드는 약 1만 2천 페이지의 쪽수를 갖고 있으며, 무게는 무려 75kg이나 나간다고 한다. 탈무드가 완성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10년이며, 2천여 명에 달하는 학자들이 함께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탈무드에는 유대인들 사이에서 오고 가던 지혜와 지식을 마치 이솝우화처럼 다양한 이야기로 만들어낸 작품이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또 하나의 고전 명작으로 완전히 자리 잡은 상태이다.


https://brunch.co.kr/@azafa/84


https://brunch.co.kr/@essaytowin/108

https://brunch.co.kr/@ddocbok2/81


브런치에 "탈무드"라고 검색해보면 지금도 다양한 작가분들이 탈무드로 배운 지혜를 글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러한 글들을 보면 탈무드가 정말로 유대인들을 부자로 만들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만든 열쇠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 삶의 지혜를 주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탈무드는 현대 사회에 정말 잘 알려져 있고, 종교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읽는 서적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 중 일부가 탈무드에 대한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모른 채 읽고 있다. 바로, 탈무드의 뿌리는 성경의 구약성서라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유대인들의 "토라"와 "탈무드"가 전혀 다른 것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탈무드는 토라, 즉 모세오경에 나오는 이야기와 규범을 해석하여 실제 삶에 어떻게 적용하는지에 대해 서술한 작품이다. 사실, 모세오경에 속해 있는 책들 중 하나인 레위기를 보면 먼 과거에만 적용 가능할 것 같아 보이는 아주 원론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실제 삶에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원론적인 내용을 토대로 많은 랍비들이 모여 오랜 시간 동안 토론하고 보충 설명하는 작업을 거쳐 나온 것이 오늘날의 탈무드인 것이다. 성경은 단순히 우리에게 윤리나 정의에 대한 지식만을 전해주는 것이 아니다. 성경의 일부를 뿌리로 하고 있는 탈무드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실제 삶을 살아갈 때 필요한 지혜를 얻고 있으며, 또 어떤 사람들은 성경의 내용을 기반으로 재정관리를 하기도 한다. 이처럼, 성경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이런 가치 있는 책을 단순히 종교적 색채가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부정적이게 생각하거나 읽는 것을 피하는 행위는 어떻게 보면 무지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성경이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사실 나도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성경을 완독해본 적이 없다. 뿐만 아니라 성경에 나오는 여러 가지 사건이나 대화 내용 중에서 아직도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게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기독교인에게 성경은 평생 동안 읽어야 하고, 평생 동안 가르침을 주며, 평생 동안 지혜를 깨닫게 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오랜 시간 동안의 가르침과 깨달음이 단순히 기독교인들에게만 주어진다는 법도 없는 것이다. 미국의 독립 선언서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으며, 유대인들의 탈무드가 종교에 상관없이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지혜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현대 사회에는 사람들이 성경을 더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엄청난 노력을 하고 계신 분들이 상당히 많으며, 그들의 값진 결과물이 이미 서점 곳곳에 비치되어 있다. 그런 책들을 시작으로 성경이라는 또 하나의 "고전명작"에 다가가보는 것을 진심으로 추천한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가 실화인지 신화인지는 이 글의 주제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성에 관계없이 성경은 분명 가치 있고 우리의 삶을 더 긍정적으로 바꿔줄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고전문학에 대해 본격적으로 배워보고 싶은 사람들, 정의, 행복, 법, 사랑과 같은 인문학의 가장 핵심이 되는 키워드들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그리고 정말로 삶의 답이나 목적, 혹은 지혜를 얻고 싶은 사람들에게 다른 어떤 책들보다도 성경을 권하고 싶다. 기독교인(Christian)으로서가 아니라 한 명의 학습자(Learner)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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