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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DOC Sep 15. 2020

할 수 있는 만큼만, 아쉬탕가

두번째 요(가어)린이 이야기

발전과 부상 그 사이 어딘가

    모든 요가가 그렇지만 아쉬탕가 요가는 무리하다간 다치기 십상이다. 요가를 1년 가까이 즐겨하던 친구의 경험담이다. 요가 지도자 자격증을 위해 수련하던 도중 일자 다리 찢기를 해보고 싶더란다. 약간 욕심을 내어 천천히 골반을 내렸는데, 갑자기 뚜둑 하는 소리가 났다. 별 느낌이 없었지만 생전 처음 들어본 소리에 무서워진 나머지 수련을 마쳤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통증이 심해졌다. 병원에 가보니 골반에 붙어있는 작은 인대가 끊어졌다고 한다. 해당 인대가 늘어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데 그러려면 누워있거나 서 있는 수밖에 없다. 이 친구는 임용고시를 준비해야하기 때문에 앉아 있어야 하는 시간이 무척 길다.


이렇게 피가 나진 않는다.

    아쉬탕가 요가 첫 주차에 욕심을 내어 태양 경배 자세 A,B를 5번씩 반복했다. 자세도 완벽하게 하려고 애썼다. 햄스트링을 비롯한 온갖 다리 근육이 강제로 늘어나며 고통을 유발했다. 이런 종류의 고통은 속을 간질이며 사람을 미치게 한다. 그래도 해내고 싶었다. 참으면 날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그런 믿음에도 불구하고 늘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수련 시간 동안에 늘어났던 근육은 하루를 쉬고 나면 더 쪼그라드는 듯 했다. 둘째, 셋째 수련 날에는 첫째 수련 날만큼의 수행 능력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이주차부터는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기로 했다.


적당히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코로나 2.5단계가 발령됨에 따라 수련원이 문을 닫았다. 불가피하게 집에서 혼자 수련해야했다. 아침에 일어나 얼마간의 집정리를 하고 -필자는 지금 장기간에 걸친 집 청소를 하고있다.- 몸이 조금 풀리면 수련을 시작했다. 보는 사람도 없으니 적당히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첫 주차에 한계까지 밀어붙히고 혹독하게 수련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는지 혼자 있을 때도 그렇게 수련하고 있었다. 적당히 풀리지 않은 다리를 찍으려 하고 자세를 완벽하게 하는 데만 집중했다. 당연히 안정적인 호흡이 불가능했다. 근육의 움직임과 호흡에 집중할 수 없었다. 빨리 다섯 호흡이 지나가기만 기다렸다. 동작이 진행될수록 호흡이 빨라졌다. 다섯 호흡을 빠르게 지나가기 위한 꼼수였다. 마치 푸시업을 할 때 개수를 채우기 위해 대충 하는 모양과 비슷했다. 이렇게 운동을 하면 일년이 지나도 제자리 걸음일 것이다. 부상의 위험도 높아진다.

수련 도중 웃음이 나오진 않았다.


사흘 째 되던 날,

    아침 7시에 자연스럽게 눈이 뜨였다. 태풍이 지나간 직후라 햇살이 선명했다. 베란다 문을 여니 선선한 공기가 들어왔다. 자동차 소리, 사람들의 말소리, 바람 소리가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들려왔다. 몸과 마음에 평안이 깃들었다.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현재의 감각이었다. 다시 침대에 누워 기분좋음을 만끽했다.

    기상 후 20분이 지나고 나서 요가를 시작했다. 이번엔 되는 만큼만 했다. 각 동작들도 5회가 아닌 3회만 반복했다. 요가를 끝내고 난 후 항상 느끼던 탈진의 감각은 없었다. 억지로 다리를 늘릴 때 찾아왔던 허리 통증도 없었다. 그 날의 요가는 몸을 부드럽게 휘저어 가라앉았던 몸이 깨웠다. 사바사나를 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휴식에도 연습이 필요하구나. 제대로 쉬려면 적어도 사흘은 필요하구나.


결과는 같았다.

    몸을 혹독하게 밀어붙이며 고강도로 요가를 했을 때나, 너무 아프지 않을 정도로 운동을 했을 때 결과가 어땠는지 생각해보았다. 개인적으로 마무리 동작을 할 때 아프지 않으면 몸이 충분히 풀렸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두 경우 모두 마무리 동작을 수행하는 정도는 비슷했다. 하지만 느낌이 너무도 달랐다. 1주차에 몸을 혹사시킬 땐 근육을 찢는 느낌이었다. 2주차에는 부드럽게 늘어났다. 제대로 운동을 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요가를 할 때 집중해야할 것은 자세의 완성이 아닌 자신의 몸이었다. 무리하게 해서 될 자세는 부드럽게 점진적으로 해도 된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Finishing Sequence 중 일부 동작이다. 개인적으로 이 동작으로 몸 상태를 체크한다.
사진 출처 : <a href='https://www.freepik.com/photos/man'>Man photo created by katemangostar - www.freepik.com</a>


앍옹!

    필자는 대부분의 동물을 좋아지만 특히 고양이와 개를 좋아한다. 개는 뻣뻣하고 고양이는 유연하다. 모델 워킹이 캣워크에서 비롯되었을 정도로 고양이는 여유롭고, 우아하게 움직인다. 또 고양이 액체설이 있을 정도로 유연하다. 아쉬탕가 동작을 반복하여 몸이 충분히 달궈지면 동작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호흡과 동작이 끊이지않게 이어지면 고양이가 생각난다. 나른한 햇살 아래서 식빵을 굽는 고양이나, 그루밍을 하는 고양이나, 몸이 이리저리 비틀며 귀 끝부터 꼬리 끝까지 나른함을 온 몸으로 주장하는 고양이가 생각난다. 유연하게 동작을 수행해도 당연하게 아프지 않을 때면 더 그렇다.

    고양이는 유연하고 재빠르다. 정적이면서도 폭발적으로 동적이다. 아쉬탕가 요가는 요가 중에서도 가장 동적이고 근력을 요구한다. 곡예사가 될 생각은 없지만 충분히 몸을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 고양이처럼 유연하고, 단단한 몸을 가진 사람이 되는 날이 기대된다.

보기만 해도 개운한 고양이를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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