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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DOC Sep 15. 2020

물처럼 흘러라, 아쉬탕가

첫번째 요(가어)린이 이야기

부드러움을 향한 갈망

    지금까지 여러가지 운동을 해봤다. 짧지만 극진 공수도, 복싱, 주짓수, 수영와 4년 가까이 수련한 합기도와 헬스, 맨몸운동까지. 모든 운동 전후에는 스트레칭이 필수다. 부상을 미연에 방지하고 운동 수행 능력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근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스트레칭 시간은 언제나 고역이었다. 근육 운동을 하면 할수록 유연성이 떨어졌다. 특히 무술을 그만두고 헬스와 맨몸운동, 달리기에 집중할때는 더욱 그랬다.

    일반적으로 유연성이 떨어진다고 하면 신체 후면의 근육이 짧고 관절 기동성이 떨어진다고 보면 된다. 이 말이 무슨 말이냐면, 아래 사진과 같은 간단한 스트레칭조차 고통스럽다는 뜻이다. 유연함은 고난도 동작을 수행하기 위한 밑바탕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힘이 세다고 운동을 잘하는 건 아니다.

다리를 일자로 필 수 있는 사람은 존경스럽고 멋지다.

    그래서인지 유연한 몸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내심 존경스러웠다. 발레하는 동생, 주짓수 하는 친구, 요가 선생님들을 보자면 부러웠다. 그 사람들은 당연하게 수행하는 동작을 무리하게 따라하려다 허리 부상을 입을 뻔 한 적도 있다. 19년도에 전역한 뒤 주로 집과 집 앞 하천만 돌아다니면서 요가 홈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신세계였다! 영상은 30분짜리였지만 느낌이 좋아 1시간동안 자세를 반복했다. 몸을 이리저리 꼬고 땡기고 누르는 과정에서 신경이 자극됐다. 1시간동안의 기분좋은 고통의 시간이 끝나고 누우면 5분도 안되서 곯아 떨어졌다. 아침 기상은 전보다 훨씬 더 수월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변비를 앓던(..) 내가 모닝 용변을 보았다! 아는 사람만 알 것이다. 눕자마자 잘 수 있는 사람과 아침마다 변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삶의 질을 수직 상승시킨다. 호기심에 시작한 간단한 요가 동작이 신세계를 열었다.


ASHITANGA, 요가원 찾기

    어딜가나 트레이너가 중요하다. 요가가 나한테 정말 맞는 운동임을 확인하고 나서 돈을 모아 요가원을 찾았다. 가난한 대학생이다보니 가격이 가장 중요했다. 서울시 상계역에서부터 성신여대입구까지 아쉬탕가 요가원을 모조리 찾아보았다. 경험상 요가원은 헬스처럼 싼 가격은 아니다. 주 당 횟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는 평균 25만원에서 시작한다. 개인 교습이나 매일 수련한다고 하면 금액은 더 늘어난다.

    구글링과 방문 상담 끝에 찾아낸 곳이 성신여대 입구 역에 위치한 송방호 요가 학원이다. 타 요가원보다 훨씬 싼 요금에 검증이 된 곳이었다. 아쉬탕가를 비롯해 하타 요가도 가르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남자를 받아주는 요가원을 찾기도 꽤 까다롭기 때문에 방문 상담한 그 자리에서 마이솔 클래스 주 3회 3개월을 결제했다.


MYSOLE CLASS

    전통 아쉬탕가 수업은 LED CLASS와 MYSOLE CLASS로 구분된다. LED CLASS(레드 클래스)는 해보진 않아서 구체적으론 모르지만 동작과 호흡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수업이다. 초심자에겐 좋을 것 같았다. 내게도 필요해 보였지만 요가 독학 경력 5개월을 믿고 MYSOLE CLASS를 신청했다. MYSOLE CLASS는 기본적으로 혼자 요가 동작을 수행하며, 요가 선생님이 돌아다니며 힘겨워하거나 모르는 동작을 잠깐씩 알려주는 수업이다. 때문에 한 번 알려주신 동작은 잊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PRIMARY SERIES

    아쉬탕가 요가는 Primary Series, Intermediate Series(Secondary Series), Advanced Series(A,B,C,D)로 구분된다. 가장 기초 동작이 Primary Series이다. 기초 동작이라고 우습게 보면 햄스트링 다친다. 기초 수업만 6개월 반복하는 회원님도 있고, Secondary Series를 완벽히 수행하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Primary Series는 수리야나마스카라(Surya Namaskar) A,B와 서서하는 동작인 Standing Sequence, 앉아서 하는 동작인 Seated Sequence, 마무리 동작인 Finishing Sequence가 있다. 수리야나마스카라 A,B는 태양 경배 A,B라고도 부른다. 언어의 뜻이 그렇다는 거지 종교적인 의미를 담고 수행하진 않는다.(그런 분들도 있을 것이다.) 참고로 나는 교회를 다닌다.

    요가를 시작한지 첫 주였으므로 Primary Series 안에서도 수리야나마스카라 A,B를 배우고 Standing Sequence, Seated Sequence, Finishing Sequence의 일부를 배웠다. 코로나 때문에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해서 굉장히 더웠다. 몸의 안정적인 긴장과 이완을 위해 실내는 시원하지 않았다. 어찌되었든 강사님이 한 번 알려주신 동작들을 반복해서 수행했다. 동작을 한번에 외운다는 건 내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눈 앞에 표를 가져다두고 한 동작하고 확인하고를 반복했다.


힐링이고 뭐고, 죽겠다!

    수리야나마스카라 A,B에 가장 많이 나오는 동작이 다운독 자세다. 아쉬탕가에선 이를 아도 무카 스바스사나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이 동작을 직접 수행해보면 알 것이다. 햄스트링을 비롯해 다리 후면부 전반적인 근육에 자극이 간다. 근력 운동을 통한 자극과는 결이 다르지만 가볍지 않다. 어떤 면에선 더하다!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해당 동작이 끝나면 정신을 탈탈 털린 듯 했다. 쭉 늘려지며 긴장되었다가 수축한 근육 만큼 정신도 자극됐다.

다운독 포즈 - 아도 무카 스바스사나

    문제는 아도 무카 스바스사나 말고 다른 동작들도 하체 근육과 인대를 이리저리 비틀고 늘리는데 혈안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동작 하나를 수행할 때마다 신음을 내지 않기 위해 애써야 했다. 다리가 부들거리며 떨리고 온 몸에 땀이 났다. 마스크 안으로 땀이 기어들어와 입술을 적셨다. 눈 안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내 생애 이렇게 고통스러운 운동은 처음이었다. 아쉬탕가 요가는 멘탈과 육체를 동시에 공략한다. 얼차려도 이렇게 힘들진 않았다. 솔직히 3일 차에는 환불하고 도망치고 싶었다.


사바사나, 영원한 안식으로

    마이솔 클래스는 2시간으로 명시되어 있지만 개인에 따라 수련 시간이 다르다. 숙련자는 2시간 동안 본인의 시퀀스를 반복하며 알차게 채우겠지만, 나같은 초심자는 1시간도 버겁다. 원장 선생님은 볼 때마다 무리하지말라고 당부하셨지만 자세를 하다보면 오기와 욕심이 동시에 생겨서 항상 무리했다. 그래서 더 고통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Finshing Sqeunce를 통해 마무리 동작을 하고 나면 자기 자리에 누워 휴식 시간을 갖는다. 이를 사바사나라고 부른다. 송장 자세라고도 한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죽은 듯이 누워서 휴식한다. 동작 내내 자극되어 괴롭혀졌던 몸과 마음을 이완시킨다. 비 오듯 흘렀던 땀이 마른다. 땀 냄새가 나지만 역하지 않다. 어떤 때는 달콤한 냄새가 나기도 한다. 왜 그런 냄새가 나는지 과학적인 이유는 모른다. 어쨌든 난다.

    사바사나는 '작은 죽음의 시간', '의식적인 죽음의 연습'이라는 뜻이다. 동작만 놓고 보면 가장 쉬워보이지만 습득하기 가장 어려운 동작이라고 한다. 불교에선 죽음을 열반이라고 표현한다. 사바사나는 죽음을 연습하는 시간, 열반에 드는 시간이다. 끝없이 반복되어 떠오르는 생각들을 잠재우고, 몸과 마음의 긴장을 이완하고, 태초의 포근함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마음 공부가 가장 어렵다 하였는가. 퇴계 이황과 정약용이 죽기 직전까지 놓지 않았던 공부가 마음 공부다. 심오한 의미를 내포하긴 하는 것 같은데 나에겐 그저 고통에서 벗어나 쉴 수 있는, 고난의 끝자락을 알리는 동작이었다.


요가를 마치고?

    한시간 가량 아쉬탕가를 하고 나면 걷기도 힘들었다. 다리를 한시간 내내 진창 괴롭혔으니 다리에 힘이 풀리고 어기적 어기적 걸었다. 걸음 속도가 너무 느렸다. 이상하긴 보이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힘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기까지가 참 길었다.

    요가를 하고나면 깨달음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런데 그럴 경황이 없었다. 몸의 어디가 자극되고, 힘이 들어가고, 이완되는지 관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깨달은 것이 있긴 하다. 근력과 유연함을 동시에 요구하는 이 아쉬탕가 요가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 또 내가 그동안 내 몸 하나 제대로 못다루고 있었다는 것.

요가를 통해 깨달음을 얻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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