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요(가어)린이 이야기
재난 단계가 2단계로 내려가면서 요가원이 열었다. 방역 수칙을 지키고는 있지만 조금 찝찝하다. 어쨋든 횟수만 까먹을 순 없기 때문에 갔다. 이전과 같이 마스크를 끼고 방역수칙을 지키며 진행되었다. 날씨가 선선해져서 운동하기 좋다고 생각했다. 홈 트레이닝을 하면서 자신감도 붙어있었다.
요가원에서 요가를 하며 많이 설렁설렁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리야 나마스카라A,B를 13번씩 반복하고 Standing sequence와 Seated sequence는 2번씩 반복했다.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힘이 빠져 자세도 흔들거렸다. 사바사나를 하며 그만둘까, 라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그럴 순 없다. 새로운 자세도 배워야 하고 이미 알고있는 자세도 교정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월요일에 생각보다 운동을 많이 하니 다른 날은 하기가 싫었다. 부담이 생기면서 거부감이 자리잡았다. 더욱 안좋은 건, 이런 마음은 운동 루틴 뿐만 아니라 다른 계획에도 영향을 주었다. 결국 일주일 내내 게으르게 지냈다. 낮잠도 자고, 끼니는 대충 때우고, 하루종일 영화와 게임만 했다. 그러다 금요일에 눈이 뜨였다.
금요일은 서울대병원 암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의료 3D 프린팅 관련 교육을 듣는 날이었다. 10시부터 5시까지 진행되는 수업이었다. 무너진 일상을 회복하기 딱 좋은 시간이었다. 내내 깨어 앉아있어야 하는게 낯설고 힘들었지만 여차저차 해냈다. 이 날을 기점으로 조금씩 해야할 일을 했다. 다시 간단하게 요가를 시작했다. 집 정리와 청소를 했다. 갈수록 깔끔해지는 집이 보기 좋았다.
나의 페이스를 유지하는게 중요하구나 싶었다. 월요일처럼 외부가 나를 내두르는 일은 앞으로도 자주 있을 것이다. 그 때마다 흔들리고 휘두르는대로 휘둘리면 앞으로 삶이 참 고달플 것 같았다. 그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그쳐야 했다. 그래서 결정했다. 하기로 했으면 생각없이 시작하고,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에 큰 관심을 주지 않기로. 그보다는 할 일을 하고 일상을 누리는게 중요했다.
다시 시작한 홈트레이닝 운동 시간은 저번 주차보다 더 늘었다. 수리야 나마스카라 A,B를 3회에서 5회로 늘렸다. 다른 자세도 호흡의 수를 눌렸다. 자세를 교정받은 직후였기 때문에 자극점을 찾기 쉬웠다. 그리고 이런 자극은 내게 어떤 영향을 주지 않았다. 정확히는 아무 생각 없었다. 그냥 동작을 하고, 자세를 유지하고, 자극을 느끼고, 호흡을 셌다. 생각없이 지내는 시간이었다. 편했다.
현재에 집중해야 마음이 편하고 행복하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홈트레이닝의 시간들이 그런 시간이었을까. 시시각각의 생각과 감정을 그저 관조할 뿐이었다. 오랫동안 감정에 붙잡혀있는 내가 생각과 감정을 흘려보낼 수 있었다. 생각과 상상이 많은 내게 필요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