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번째 요(가어)린이 이야기
추석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왔다. 코로나 때문인지 다들 집에서 휴일을 보내는 것 같았다. 작년만큼 거리가 떠들석 하지도 않고, 활기가 없는 것이 느껴졌다. 나? 나는 집에서 본가까지 걸어서 1시간, 차를 타면 15분 거리다. 할머니 할아버지 집과 가깝기 때문에 부담이 덜했다. 물론 이마저도 추석 당일 잠깐 식사만 하고 흩어졌다. 평소엔 잘 보지 못하는 경기권에 사는 친척들도 잠깐 모였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사촌 동생들, 이모와 이모부들. 명절 핑계로 잠깐이라도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수요일부터 요가원에도 가지 않았다. 주 3회 수련이었으니 사실 월요일만 가고 안갔다. 대신 집에서 혼자서 아쉬탕가 요가를 수련했다. 지도자 없는 마이솔 수련이었다. 자세를 교정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게 아쉽지만 홈트레이닝 만의 장점이 있다. 수련 환경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센스 스틱과 지브리
인센스 스틱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인센스'는 태워 향을 내는 종류의 것을 뜻한다. 인센스 스틱은 스틱을 태워 향을 낸다. '향을 피운다'라는 행위를 절이나 점 집에서만 보았기 때문에 처음엔 심리적 저항감이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모기향도 인센스 스틱의 일종이었다.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구입했다. 나그참파 향과 카마수트라 향을 선택했다. 후기야 뭐, 향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한번에 많이 피웠는지 향이 너무 강렬했다. 작은 크기의 방은 1/3만 태워도 향이 가득 퍼지니, 참고하시라.
향을 태우고 유튜브로 지브리 OST를 틀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에는 그들만의 독특한 느낌이 있다. 이름하여 '지브리 질감'이다. 일러스트를 보면 머리에서 영화가 재생되고, OST를 틀면 작품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아마 따로 영상을 챙겨보지 않은 사람도 음악은 알고 있을 것이다.
스틱에서 나오는 연기와 향, 지브리 음악이 주는 아련하고 행복한 느낌, 요가가 주는 근육을 풀어가는 감각은 꽤 기분이 좋았다.
고관절과 물구나무
저번 주부터 중점을 두고 있는 자극점은 고관절이다. 고관절이 충분히 열려야 다른 자세들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열린다'는 표현은 관절의 기동 영역이 넓어진다는 의미다. 그런데 잘 열릴 생각을 안한다. 다른 신체 기관에 비해서 더 늦게 열리는 것 같다. 그런데, 고관절이 자극되는 느낌이 썩 마음에 든다.
새롭게 물구나무 서는 법에 대해서도 배웠다. 아직은 팔꿈치를 바닥에 붙이고 허벅지를 배 쪽으로 당겨 웅크린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자세를 안정적으로 해낼 수 있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이다. 그동안 근력 운동에 소홀했는지 스물 다섯 호흡동안 정말 많이 힘들었다. 나름 동작들에 적응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물구나무에서만 온 몸에 땀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하지만 점차 호흡도, 자세도, 균형도 안정적으로 변해가는게 마음에 든다. 내 몸을 더 잘 다루게 되는 감각은 생각보다 유익하다.
아래 그림은 개구리 자세로, '만두카 아사나'라고도 한다. 고관절 자극 및 교정 자세에는 이게 가장 좋은 것 같다. 소화도 잘되고 잠도 잘 오는 건 덤이다. 각자에게 필요한 동작은 다 다를 것이다. 개인의 몸은 모두 다르니까. 여러 동작을 해보면서, 잠깐의 동작 수행이 주는 시원함과 유익을 조금씩 찍어먹다 보면 어느새 건강해져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