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요(가어)린이 이야기
코로나 2.5단계가 연장됨에 따라 집에서 하는 셀프 트레이닝 기간도 늘어났다. 기상 후 가볍게 아쉬탕가 프라이머리 시리즈를 수행하고 있다. 1,2주차엔 운동 기간이 그렇게도 고통스러웠다. 체인에 윤활유가 없어 끽끽대는 느낌이었다. 3주차부터는 달라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당연하게 요가를 할 준비를 한다. 이불을 정리하고 바닥을 청소한 뒤, 밥을 짓는다. 약 15분의 시간이 지나면 새벽 내 잠든 몸이 어렴풋이 깬다. 이제 열린 베란다를 마주보고 자세를 잡는다.
이제 웬만한 자세는 아프기보다 시원하다. 근육이 늘어나고 개운한 뚝뚝, 소리가 나면 기분이 좋다. 처음에는 각 자세마다 뼛소리가 났었다. 3주차인 지금은 특정 자세에서만 난다. 그나마도 2,3회 반복할 땐 나지 않는다. 근육이 늘어나는 느낌만 난다. 몸이 더 유연해졌다는 신호겠지만 아쉽기도 하다. 뼛소리는 중독성이 있다.
그럼에도 아직 아픈 자세가 있다. 요가 언어론 Padangusthasana, 쉬운 말로 하면 Big toe pose다. 정자세에서 허리를 일자로 세운 뒤 몸을 숙여 손을 발에 닿게 하는 자세이다. Standing Sequence의 첫 자세라 그런지 더 아픈 것 같다. 이 자세만 하면 침착했던 호흡이 가빠진다. 빨리 다섯 호흡이 지나가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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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마스터하지 못한 자세가 있다면, 점점 적응이 되는 자세도 있다. 요가 언어론 Utthita Hasta Padangusthasana, 좀 더 일반적인 언어론 Extended Big toe pose다. 이 자세를 위해선 양 다리의 유연성과 중둔근의 근력이 필요하다. 유연성이 부족하면 다리가 안펴지고, 근력이 부족하면 한 다리로 서있질 못한다. 1,2주차에 이 자세를 잡으면 지탱하는 다리는 덜덜덜 떨리고 펴 있는 다리는 너무 아팠다. 그나마 다 펴지도 못하고 무릎을 굽혀야 했다. 이제는 양 다리를 곧게 펼 수 있다. 흉내조차 불가능했던 자세를 어느새 흉내내고 있고, 점점 나아지고 있는 걸 보면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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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주차 칼럼을 읽었다면 짐작했겠지만 필자는 요가와 명상에 환상이 있었다. 이 두 수행을 통해 깨달음 같은 걸 얻어서 좀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이었다. 어느정도 자세와 동작이 익숙해지면서 여유가 생기자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가졌던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니 잡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사흘동안 요가를 하면서 생각해보았다. 요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신적인 수확은 고요한 영역에 속한 것들이다. 아침 햇살의 적당함, 선선한 바람의 적당함, 고요의 적당함을 평안하게 누릴 수 있었다. 날씨가 지금보다 더울 때는 더운 공기가 기분 좋았다. 외부 상황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을 수 있었다.
마음의 잠잠함은 마치 내가 정체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발전하고 싶은 향상심이 있는데 정체감을 느끼는 건 종종 고통스럽고 짜증이 났다. 하지만 요가가 주는 정신적 고요함은 향상심과 상반되는 개념이 아니었다. 오히려 불필요한 것은 지우고 푯대를 향해 걸어갈 수 있도록 해주는 도움 판이다. 이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본질적으로 추구하고싶은 가치를 찾아내는 일만 남았다.
고독하고 심심하기도 했다. 그동안 내 주변은 SNS에서 오는 각종 소음으로 차 있었다. 소음에서 벗어나니 가려져있던 내 민낯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있는 그대로 괜찮은 사람이 아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로를 가장한 소음을 차단하고나서야 나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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