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는 결국, 사람을 향한 사랑의 방식이다
사회복지사라는 일을 처음 배웠을 때, 우리는 이 일이 ‘사람을 돕는 일’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하는 순간들은 그 정의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절차를 다 따라도 관계가 멀어질 때가 있고, 특별한 답 없이 곁에 머물렀을 뿐인데도 따뜻한 변화가 일어날 때가 있습니다. 그 경험들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하지요.
“전문성이란 무엇일까?”
“좋은 사회복지사는 어떤 사람일까?”
우리는 흔히 전문성을 자격, 지식, 기술, 경험으로 이해합니다. 물론 그것들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저는 깨닫습니다.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은 그보다 더 인간적인 감각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요. 공감, 기다림, 인내, 믿음,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 그것이 없다면 우리의 일은 효율적일 수는 있어도 따뜻하지 않을 것입니다.
파울 틸리히는 “사랑은 타자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행위”라 말했습니다.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존재에 대한 응답입니다. 그 응답이 일의 중심에 있을 때, 우리는 단순히 돕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됩니다. 그때 정답보다 성실함이, 속도보다 진심이 더 중요해집니다.
칼 로저스는 진정한 관계의 조건으로 ‘무조건적 긍정’, ‘공감적 이해’, ‘진실성’을 말했습니다. 이 세 가지는 기술로 훈련될 수 있지만, 그 뿌리에는 반드시 인간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있어야만 합니다. 인간적인 감각이 빠진 전문성은 그저 기술일 뿐, 돌봄이 되지 못합니다. 사람을 살리는 것은 효율이 아니라 진심입니다.
저 역시 현장에서 배웠습니다. 한 청년과의 관계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저는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전문가로서 뭔가를 제공하기보다는, 그저 일주일에 한 번 공원에서 함께 걷기로 한 것이지요. 몇 달이 지나고서야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고, 우리는 비로소 출발점에 설 수 있었습니다. 그 시작은 제가 가진 전문성이 아니라, 제가 인간으로서 곁에 머물렀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이렇게 정의합니다. 가장 인간적인 것이 가장 전문적인 것이다. 전문성이란, 사람의 삶을 존중하는 감각이며, 실패를 견디는 인내이고, 말보다 존재로 응답하는 태도입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언제나 ‘사람에 대한 사랑’이 있습니다. 사랑은 약함이 아니라, 이 일의 본질입니다. 진심 없이도 일은 할 수 있지만, 오래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제 자신에게 묻습니다.
“나는 이 일을 사랑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때, 저는 사회복지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당신도 언젠가 지치고 흔들릴 때, 이 질문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 물음 속에서 우리는 다시 길을 찾고, 다시 이 일을 사랑하게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