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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속의 레터 Mar 29. 2020

뭐라고? 27살에 배우가 되고 싶다고?

나는 27살에 비밀을 발견했다. 불안 으로부터 해방되는 비밀.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쩌면 배우 지망생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꿈과 목표를 향해 달리면서 불안감을 늘 가슴 한 켠에 품고 사는 직장인일지도.

아니면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은 학생일지도.


나는 오늘 나만의 비밀을 공개하고자 한다.

내가 27살에 흔들림 없이 배우 지망생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이유.

내가 어떻게 고독과 불안으로 부터 해방되었고, 꿈에 대한 확신을 얻게 되었는지 말이다. 

이 사고방식은 내 삶을 바꾸어 놓았다.

당신에게도 이 글이, 이 사고의 회전 방식이 반드시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23살, 나는 학교를 휴학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었고, 연기 학원을 다니며 전과 준비를 했다.

24살, 나는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로 전과에 성공했다.


그곳에서 내가 느낀 것은 3가지 였다.

1. 연기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구나, 내가 연기를 정말 사랑하는 구나. 

2. 연기라는 것은 외모가 중요하구나. 나는 어렵겠다. 

3. 배우라는 업은 참으로 불안정한 것이구나, 괜찮을까? 굶어죽으면 어떡하지?


그렇게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하고, 나는 회사원의 길을 걷게 되었다.

핑크퐁과 아기상어를 아는가?

핑크퐁과 아기상어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고,

평소 뛰어났던(?) 영상 편집 기술 덕에 열심히 일하게 되었다.

안정적이고 평온하던 생활 속, 그러나 내 가슴 속 한 켠에 계속 남아있던 꿈이 물었다.


'내 나이 26살, 정말 젊고도 예쁜 나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창창한 나이.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꿈을 포기해도 좋아?'

그러나 외모에 대한 자신없음, 그리고 불안정한 삶에 대한 불안이 나의 발목을 계속해서 잡았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딱히 결정적인 계기는 없었다. 

우연히 편의점에 자주 들리게 된 날이었다.


편의점 알바생들의 얼굴이 참으로 다양하다는 것을 느꼈다.

어떤 편의점엔 모델처럼 잘생긴 알바생님이 계셨고,

어떤 편의점엔 고등학생 같은 알바님이 계셨으며,

어느 편의점엔 할머니 알바님이 계셨으며,

어느 편의점엔 30대 평범한 알바님이 계셨으며,

어느 편의점엔 중국인 알바님이 계셨다.

거기엔 남자가 있고 여자가 있듯이, 키가 작은 사람도 있었고 큰 사람도 있었으며 코가 높은 사람도 코가 작은 사람도, 눈썹이 아치형인 사람도, 눈썹이 일자인 사람도, 머리가 검은 사람도 밝은 사람도, 점이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있었다.


이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사실이 나에게 전율을 일게 했다.


'세상엔 수천, 수만가지의 편의점 알바생이 있다.

알바생만해도 이런데, 세상은 오죽 더 할까.

세상엔 정말 다양한 얼굴과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구나. 

그래서 세상을 표현하는 배우에겐 다양한 얼굴이 필요한 거구나. 

잘생긴 배우도 필요한 것이고, 귀여운 배우도 필요한 것이고, 섹시한 배우도 필요한 것이고, 평범한 배우도 필요한 것이구나. 


20살은 20살만이 할 수 있는 연기가 있을 것이고, 

30살은 30살만이 할 수 있는 연기가 있을 것이며 

40살은 40살만이 할 수 있는 연기가 있으리라. 

80살,90살이 할 수 있는 역할도 있는 것이다. 

내가 언젠가 사고로 장애를 가지게 되더라도, 장애를 가진 나만이 할 수 있는 배역이 또 있으리라.

'왕좌의 게임' 피터 딘크리지 처럼. 

그렇기에 누구나 배우가 될 수 있으며, 누구나 연기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예술이 자유로운 것이다. 


그렇게 회사를 그만두었고, 27살 아르바이트생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가난하고, 불안정한 생활. 

혼자 방에서 대본을 말하고 있는데, 갑자기 가슴이 벅차올랐다.

참을 수 없는 행복감과 전율이 일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행복했다.

연기를 하는 순간이, 원룸 바닥에 앉아 말을 하고 있는 순간이 정말 행복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런 생각이 벅차 올랐다.

'배우가 되지 않아도 괜찮겠다!'


배우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 

꼭 주연배우가 되지 않아도 괜찮고, 유명해지지 않아도 괜찮다. 

빨리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고, 사실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다. 

평생 단역배우로만 살아도 괜찮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정말 행복하지만, 언젠가 이 행복이 깨지더라도, 

괜찮다.


결과론적인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갈뿐.


내가 오늘 전율을 느낄정도로 행복한데, 꼭 유명한 주연 배우가 될 필요가 있겠는가.

내 얼굴 이대로 너무나 특별하고 개성있는데, 꼭 성형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렇다, 세상은, 결과를 생각하며 살아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결과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니므로.


씨앗은 '꽃을 피우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씨앗은 그냥 존재하는 것이다. 삶의 순환 속에서,

새싹을 피울땐 열심히 새싹을 피우고, 줄기를 올릴 땐 줄기를 올릴 뿐이다. 

열매를 기대하고 꽃을 기다리는 것은 인간의 관점일 뿐이다.

오직 인간만이, 결과를 기대한다. 


나에겐  3가지의 꿈이 있다. 

1. 연기의 최고 전문가가 되는 것. 배우가 되지 않으면 연기 선생님을 할 것이다. 그 누구도 나에게 연기로 뭐라하지 못하게. 

2. 바리스타가 될 것이다. 한국 최고의 바리스타. 한국에선 그 누구도 나에게 커피로 뭐라하지 못하게. 그리고 30대에 반드시 나만의 북카페를 열 것이다.

3. 작가가 될 것이다.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작가. 그 누구도 나에게 글로 뭐라하지 못할 정도로 잘쓰는 작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세 가지가 모두 이뤄지지 않아도 괜찮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기에, 나는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결과가 중요하지 않다.


이것이 내 삶을 바꿔놓고, 

나를 우울과 고독으로 부터 해방시킨,

나의 비밀이다.


미래에 대한 것은 그 무엇도,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지만

나는 이것 하나만은 확신할 수 있다.


오늘, 이 순간, 지금, 나는 행복하다.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이 행복을 깰 수 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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