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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속의 레터 Nov 12. 2019

사람이 사랑으로 바뀌는 순간.

비포 선라이즈

I와 U 사이 거린 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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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글잘 건너 내가 네게 닿았지.


방탄소년단 RM의 노래, 'LOVE' 속 등장하는 가사다.

이 가사를 본 순간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나와 너의 사이, 서로의 생각과 살아온 환경은 너무도 다르지만, 사랑의 힘은 그 모든 걸 건너 서로에게 닿게 만들어준다는 진리를 담은 말. 사랑의 아름답고 강한 힘을 담은 노래 가사. 어떻게 이런 가사를 쓸까?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든 생각이었다.'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

'비포 선라이즈'는 사랑이 시작되는 설렘을 가득 담고 있다. 또한 설레는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낸다. 감독인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아마 연애 초고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적당히 섬세하고 적당히 거리를 두고, 그러다 갑자기 훅- 하고 들어오는 진심들. 새벽녘 입을 틀어막고 혼자 "꺄악!" 하며 보기 딱 좋은 영화였다.





그중 가장 설레었던 순간은 '음악 감상실' 씬이었다.

셀린과 제시는 작고 고풍스러운 음반 가게에 들어간다. 그리고 함께 오래된 LP판을 고른다.

좁은 공간, 적당히 붙어선 거리, 숨소리가 들릴락 말락 하는 긴장된 분위기.

미국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Kath Bloom의 사랑스런 'Come Here'이 울려 퍼진다.


'북쪽에서 오는 바람이 속삭여요

사랑은 정해진 길이 있다고

이리로 와요.


난 느낄 수 있어요

이토록 당신을 원한 적이 없어요.

come here.'


함께 노래를 들으며 두 사람은 쑥스러운 듯 어쩔 줄을 몰라한다.

서로가 서로를 몰래 살펴보다 눈이 마주칠 뻔하면 눈을 돌리고,

그러다 또다시 보고 싶어 져서,

몰래 서로를 살펴보는 2분 남짓의 이 장면은

가히 모든 관객들이 손에 꼽는 '비포 선라이즈'의 명장면이라 할 수 있다.

2분 동안 아무런 대사도 없지만

설레고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주고받는 20대의 사랑.

사랑은 이렇게, 아무 대사 없이도 오고 가곤 한다.


두 번째로 좋았던 장면은 두 사람이 레스토랑에서 갑자기 역할놀이를 하는 장면이었다.

셀린이 귀에 손가락을 대고 친구와 통화하듯 중얼거리면, 제시가 대답을 해준다.



셀린 : 나 내일 너랑 점심 같이 못 먹어. 기차에서 어떤 남자를 만나서 같이 내렸거든. 지금 비엔나야.

제시 : (장난스럽게 목소리를 변조하며) 너 미쳤어?!

셀린 : 아마도.

제시 : .... 왜 같이 내렸어?

셀린 : 어렸을 때 무지개 속에서 증조할머니를 본 이야기를 해줬어.

제시 : ......!

셀린 : 가슴속에 예쁜 꿈을 간직한 꼬마애를 상상해봐. 너무 사랑스럽지 않아?

제시 : ......

셀린 : 예쁜 파란 눈에, 분홍빛 입술에, 기름기 흐르는 머리(웃는다) 너무 좋아.


제시의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서,

마치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듯 진심을 고백하는,

셀린느의 사랑스러움이 가득 묻어나는 장면이다.


사랑은 여행처럼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고

한순간 미친 사람처럼 비엔나에 내려서 걷게 만들고

아무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다가오고

기름기 흐르는 머리칼도 사랑스러워 보이게 만든다.  

 

누군가는 말한다. 사랑이 밥 먹여주냐고.

그럼 내 대답은 "응" 이다.


사랑은 밥을 먹여준다.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나를 움직이게 하고

아무리 아파도 밥 먹을 이유가 되어 준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가까워지는 기적,

그게 바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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