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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레네 Apr 01. 2024

질문이 사람의 마음을 연다

우리가 진짜 물어야 할 질문들

요즘 여러 학폭 사안들을 다루면서, ‘질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아가는 중이다.


학생 간에 다툼이 생기면, 우리가 기존에 물어왔던 질문들은 대략 이런 것들이다.

“누가 그랬어?“

“누가 먼저 때렸어?“

”왜 그랬어?“


모두 ‘가해’에만 초점이 맞춰진 질문들.

이런 질문으로 시작되는 대화는 공통점이 있다.

1. 피해자는 철저히 소외된다.

2. 갈등 당사자들을 연결시키지 못하고, 단절시킨다.

3.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 에너지를 쓰기보다, 자기를 방어하는 데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든다.


특히 3번은 정말 중요하다.

저런 질문으로 학생들과 대화를 시도하거나, 학생 간 대화를 이끌다 보면 흔히 이런 패턴으로 진행되기에.

“너 왜 ~~~했어?”

“제가 안 그랬는데요.”

“너가 ~~~했다는데?”

“저 그런 적 없는데요. 하, 억울하네 진짜.“


자기의 행동을 인정하고 그 이면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기보다, 감추고 방어하기에만 급급하게 만드는 질문들.


이런 질문들은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시키지도 못하면서, 가해자의 억울함과 원한만 더 증폭시킨다.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이러한 질문들의 특징은,

1. 철저히 피해자가 입은 피해와 회복에 주목한다.

2. 잘잘못을 따지느라 과거에 머물러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해야 할 일, 미래를 향해 있다.

3. 처벌에 대한 시선이 단순히 잘못에 대한 대가가 아닌,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자발적 책임임을 인식하게 한다.


회복적 질문으로 대화를 열면, 학폭 사건 자체에만 몰두해 있던 아이들은 점차 그 사건이 나와 상대 학생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기존엔 자기 방어와 자기변명을 위해 쓰이던 에너지를, 이제 이로 인한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데 쓰게 된다.


그 과정에서 양측 아이들의 날 선 감정은 누그러지고, 교사가 인위적인 화해의 장면을 만들어 내지 않아도 스스로 인정과 사과를 하게 된다...!


3월 한 달간 일어난 여러 사안들을 회복적 질문으로 접근하고, 회복 대화 모임을 통해 해결해 나갔다. 그 와중에 가장 뿌듯하고 기뻤던 순간은, 피해자들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을 때다.


선생님, 이제 속이 좀 후련해요.


과연 강력한 처벌로 피해자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게 할 수 있을까?

전혀다. 언제나, 어떤 처벌도 피해자가 입은 피해를 회복시킬 만큼, 피해자의 속이 후련해질 만큼의 수위로는 절대 내려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처벌의 강도를 높이는 것으로는
사람의 마음도, 사람 간의 관계도, 그들이 속한 공동체도, 어떤 것도 회복될 수 없다.


그래서 바뀌어야 한다.

잘잘못을 따져 처벌하는 응보적 문화에서,

잘못으로 인한 피해를 확인하고 그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노력하는 회복적 문화로.

그 변화의 시작이 바로 ‘질문’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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