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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레네 May 27. 2024

살리는 길은 늘 좁고 외롭다

죽이는 일, 파괴시키는 일은 언제나 쉽다.

편하고 익숙하다.

물 흐르듯 엔트로피의 법칙을 그대로 따르기에.

환경 파괴가 그렇고, 집을 어지르는 일이 그렇고,

공간을 더럽히는 일이 그렇고.

더 나아가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 일이 그렇고, 서로 험담하고 원한을 품는 일이 그렇고, 보복하는 일이 그렇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죽이는’ 방식으로 산다. 다른 많은 사람들이 사는 방식대로.


성경도 그렇게 말한다.

‘멸망으로 가는 문은 크고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다’고.


반면 살리는 일, 회복시키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노력한 만큼 결과는 잘 나타나지 않아 힘이 빠진다.

더디고 귀찮고 힘이 많이 들어 포기하고 싶어 진다.


환경을 살리는 일이 그렇고, 집을 청소하는 일이 그렇고, 공간을 원상태로 복원하는 일이 그렇고.

사람과 사람 간에 마음을 들어주는 일이 그렇고, 용서하는 일이 그렇고. 대화로 앙금을 푸는 일이 그렇고,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 그렇다.


그래서 이 길은 인기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아예 시도하지 않거나, 중도에 포기한다.


성경에서도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다’고 한다.


교사는 ‘사랑하는 직업’이라고 자부하며 호기롭게 시작한 브런치북 연재. 내가 만나는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존재로 품고 끌어안으며 그들을 끝까지 사랑하는 이야기들을 써내려가고 싶었는데.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요근래는 유난히 더 힘에 부쳐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던 것 같다. 가장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은 가장 사랑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사랑을 요구한다 했건만. 그 사랑스럽지 않은 방식들을 맞닥뜨리며 몸도 마음도 상처투성이가 되어갔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이 길이 진리의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 길이 한 생명을 살리는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 길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예수님께서 친히 앞서 걸어가신 길이기에.


오늘도 기도의 골방에서 눈물로 그 아이들의 상처와 아픔을 위해 기도하며... 메말라 가는 내 심령에 그분의 사랑이 부어지길 간절히 구했다. 매일 그분의 사랑이 내 안에 부어지지 않으면, 내 힘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나 또한 그들과 같이 이기적이고 완고한 자아를 지닌 죄인으로서, 연약한 한 인간에 불과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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