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보면 생각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뭐라고 정의할까.
예전엔 맛있는 걸 먹을 때 생각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 적이 있다.
아이유는 그 사람이 잠을 잘 자길 바라는 마음이 사랑이라고 했고.
최근에는 다른 정의가 추가되었다.
요새 밤마다 뜨는 달이 너무 예뻐서,
달을 보면 생각나는 사람으로.
남편이 가기 전에는 그래서 늘 남편이 1번이었다.
달을 보는 시각엔 대부분 남편과 함께 있긴 했지만, 가끔 늦게까지 밖에 있을 때면 달이 유난히 예쁜 날은 늘 남편에게 달 사진을 보내곤 했다.
“오빠, 지금 하늘 봐봐. 달 진짜 예쁘지?“
재밌는 사실은, 아빠는 언제나 달을 보며 아내가 아닌 딸을 생각한다는 사실.
얼마 전에 밤중에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딸, 오늘 달이 무척 밝아서 딸 생각이 나서 전화 한 번 해봤네.“
우리 아빠는 진짜 천사다. 내 이상형은 어릴 때부터 쭉 변함없이, 우리 아빠다.
달 이야기만 하다 잘자라는 말과 함께 끊었지만, 아빠의 목소리에 온갖 것이 묻어있다.
언어로 표현되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들.
이를테면 사랑, 자책, 안쓰러움, 고마움,
비통함, 대견함 등.
오빠가 간 후로, 이제 나도 달을 보면 떠오르는 사람이 엄마 아빠가 되었다.
딸의 비극을 덤덤하게 바라보면서도,
한번씩 그분 앞에서만 속을 토해내듯 울부짖는 이들.
차라리 나를 데려가시지. 왜 내 새끼 힘들게 하시냐고. 제가 살면서 지은 죄가 있다면 차라리 저를 벌하시라고.
내가 울면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함께 우는 이들.
내가 한숨을 쉬면 심장이 타들어가 잿더미가 되어버린다는 이들.
오늘 밤도 달이 밝다.
그래서 엄마 아빠가 더 많이 생각나고
가슴 한쪽이 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