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교육원을 다닌 첫 달, 나는 잔뜩 긴장한 채 매사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첫 시험을 치르고 나서는 어쩐지 마음이 느슨해지며 점차 나태해지기 시작했다. 아마 긴장이 풀렸기 때문일 수도, 아니면 스스로에게 관대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조금씩 게으른 학생이 되어가면서, 내가 교실에서 앉는 자리도 점점 변해갔다. 처음에는 교실 맨 앞이나 정중앙에 앉았지만, 점차 자리가 구석으로 옮겨졌다.
그러다 마침내 내 눈에 들어온 자리는 창가 쪽 기둥 뒤의 구석자리였다.
그 자리는 기둥과 벽에 기댈 수 있어 몸을 편히 맡기기에 좋았고, 기둥 뒤에 앉으면 교수님의 시선에서 벗어난 듯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날은 이미 낮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을 소화한 데다 저녁도 거른 채 허겁지겁 강의실로 뛰어온 터라, 몸이 무겁고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마치 등뼈가 흐물거리는 듯한 상태로, 나는 결국 벽에 기대 쉴 수 있는 창가 구석자리를 선택했다.
내가 모든 수업에 불타오르는 지적 호기심을 품고 진지하게 임하는 학생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현실의 나는 그렇지 못했다. 그저 그날따라 유독 지루하게 느껴지는 수업 시간을 벽에 기대어 겨우 버텨내고 있을 뿐이었다.
벽에 기댄 채로 무심코 창 밖을 바라보자, 창 밖에는 이미 깜깜한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강의실 왼편 창가에 야트막하게 자리 잡은 산자락은, 어둠 속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로 가득했다. 어디선가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나뭇가지와 잎사귀를 간신히 비추고 있었고, 그들의 실루엣은 흐릿한 그림자처럼 흔들렸다.
나뭇잎들이 우르르 바람에 스치는 그 차갑고도 쓸쓸한 음색이 귓가를 스치고 있을 때, 문득 새가 울기 시작했다. 새소리는 지척에서 울리는 것처럼 선명하면서도, 동시에 아득히 멀리서 들려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디서 새가 우는 거지?
나는 어둠 속을 조용히 응시해 보았지만, 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새의 울음소리만이 일정한 리듬을 유지하며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았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그 울음소리에는 자신만의 고유한 속도를 가지고 느긋하게 어떤 말을 하고 있는 듯했다.
마치 무언가를 알아낼 수 있을 것처럼 나는 한참 동안 그 소리를 멍하니 듣고 있다가 어쩌면 저 새가 뻐꾸기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게 되었다. 울음소리에 기반한 조심스러운 추측이었으나 그 추측만으로는 여전히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당시의 나는 정신없이 학교를 오가며 늘 같은 루트만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저 항상 같은 건물에서 수업을 듣고 끝나면 후다닥 집으로 돌아가기 바쁜 일상이었기에, 학교의 구조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러므로 지금 보이는 나무가 가득한 장소가 산인지, 언덕인지, 아니면 작은 공원인지도 알 길이 없었다. 더욱이 새에 대한 지식 역시 얄팍하여 어디인지도 모를 곳에 울고 있는 새에 대해서는 그것이 새라는 것 외에는, 내가 알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다만 나는 이곳에서, 벽에 기대어, 깜깜한 곳에서 울고 있는 새의 울음소리만 듣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지금 배우고 있는 문헌정보학이라는 학문도 마찬가지였다. 이 거대한 학문의 세계 속에서 내가 다루고 있는 것은 극히 일부분일 터였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붙잡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지만, 이 배움이 내게 어떤 의미를 가질지, 어디로 이끌지에 대해선 여전히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은 어둠 속에서 울고 있는 새의 울음소리와도 닮아 있었다.
그것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나에게는 막연하고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의 울음소리는 끊어질 듯 이어졌고
나는 더 이상 새가 왜 우는지, 어디에서 우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분명 새가 존재한다는 그것만은 확실했기에
앞으로도 무언가를 희망할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며 나는 벽에 기대어 있던 몸을 다시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