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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버들 Oct 04. 2022

꽉꽉 채워지고 비워지고

산속 언덕에 초대된 손님들

 

   

이곳 산속 집에 손님이 온다.  이틀은 친정 언니 5명, 이틀은 시집 가족 4명 그리고 나와 나의 짝꿍. 집에서 이곳 영월 산속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2~3시간이다. 친정 언니들은 처음으로 이곳에 초대했다. 그러다 보니 신경 쓸게 많았다. 혹 불편하지는 않을까. 춥지는 않을까 걱정을 안고 준비물을 챙겼다. 나이 든 언니들을 직접 오게 할 수 없어 9인승 카니발 승합차를 렌트하였다. 출발하기 전 아침과 점심을 거른 채 먹을 음식과 부족한 이불, 전기요 등등 준비하느라 시작도 하기 전에 지쳐갔다.      


오후 1시에 도착한 렌터카에 짐을 넣기 위해 문을 열었다. 깨끗하다. 뒷문을 열고 짐을 넣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좌석을 센다. 운전석과 옆좌석 그리고 하나, 둘, 셋, 넷…? 운전석 뒤로 5명이 앉아야 하는데 중간 좌석이 없다. 넉넉하게 가기 위해 9인승을 빌렸는데. 여기저기 둘러봐도 모든 좌석은 6개. 탈 인원은 7명인데. 한 명의 좌석이 없다. 내 차가 아니다 보니 구조가 익숙지 않다. 트렁크라 생각했던 뒷칸에 실었던 짐을 다시 내려놓았다. 무언가 있다. 혹시 하며 바닥에 끈을 잡아당기니 접혀 있던 좌석이 일어난다. 다행이다. 언니들이 충분히 앉아 갈 수 있다는 안도감과 아뿔싸! 접혀 있던 좌석이 생기면서 짐칸이 사라진 것이다. 왜 트렁크가 당연히 있다고 생각했을까. 9인승만 생각하고 차를 렌트한 것이 잘못이었다. 차는 9인승이었지만 짐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은 없었다.  

    

이때부터 짐과 좌석 공간을 보며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탈 인원은 7명 그리고 남는 공간에 짐 넣기. 이불과 전기요는 가장 부피가 큰 짐이다. 우선 맨 뒷좌석에 꾹꾹 누르며 몸집을 줄여 넣었다. 겨우 한 사람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하지만 음식을 담은 큰 가방 두 개와 옷가방 하나 그리고 생수 묶음. 남은 짐을 어떻게 넣을지 나도 모르게 머리를 긁고 있었다. 좁은 통로에 큰 가방 하나와 생수 묶음을 넣고 남은 짐은 내가 앉아 갈 좌석 밑에 넣었다. 귀밑으로 등 뒤로 땀이 흘렀다. 우리는 언니들이 기다리고 있는 약속 장소로 출발했다.       


언니들 5명이 서 있다. 반가움 동시에 입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 으악!

언니들의 손과 바닥에 놓여 있는 짐이 보였다. 과일 박스 2개와 스티로폼 박스 1개 그리고 옷가지를 넣은 가방 5개. 그렇게 과일 박스 하나는 검은 비닐봉지 하나로 줄이고 남은 물건들은 각자 무릎과 다리 사이 공간을 찾아 자리했다. 좁은 통로 또한 물건들을 꽉꽉 채우고 자리의 불편함을 안고 출발했다. 동시에 미안함과 차 안의 모습이 너무 웃겼다. 다리 밑에 짐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양반자세로 앉아 가는 나.  맨 뒷자리, 겨우 남은 공간에 불편하게 앉아 가는 다섯째 언니. 이불에 눌러져서.     

 

차는 고속도를 달린다. 누구는 꼼짝하지 못해서 그대로 내리쬐는 햇빛을 등받이 삼아, 누구는 여행한다고 집안일을 분주하게 해 놓고 와 힘들어서 멀미를 하고, 누구는 이틀의 자유를 생각하고, 누구는 5명의 언니들이 산속에서 잘 적응할 것인가를 걱정하고.      



우리는 그렇게 산속 언덕으로 왔다. 불편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자연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음악을 듣고 장작불을 보며 그동안 못 나눴던 얘기를 나눴다. 산속에 웃음이 퍼졌다. 장작은 더 뜨겁게 활활 타오르고 웃음 또한 타오른다. 신나게 놀다 보면 언니들은 꼭 하나의 행위를 한다. 빠지지 않고 하는 하이라이트이다. 술잔을 높이 들고 또는 손을 높이 들고 하는 말이 있다. 

"엄마. 고마워요. 감사해요. 우리 자매들이 이렇게 함께 할 수 있게 해 주셔서요."

하늘에 계신 엄마에게 감사의 말을 잊지 않고 말한다. 



그렇게 분위기가 장작처럼 더 뜨거워질 때쯤 한 언니는 나무 가로등이 있는 언덕으로 올라간다. 올라가서 자신만의 춤을 춘다. 한 마리 나비처럼.

언니들은 웃는다. 나도 웃는다. 그러면 됐다.  이곳 산속 언덕에서 언니들은 자유를 느끼고 있다. 잠시이지만.     

1박 2일을 보내고 나와 나의 짝꿍은 언니들을 맨 처음 만났던 곳에 내려주었다. 언니들과 꽉꽉 채워졌던 자리는 이제 덩그러니 비어있다. 시끌시끌한 웃음이 배었던 차를 반납하고 우리의 차를 몰고 또다시 밟아왔던 도로를 향해 달렸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4명의 손님을 받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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