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무언가 하나는 해냈다는 사실
퇴사를 하고 난 후, 자연스럽게 시간의 여유를 얻었기 때문에 늘 퇴근하고 저녁에 가던 요가를 아침에 가게 됐다. 시간도 많아졌는데 굳이 깜깜한 저녁에 운동을 하러 갈 이유도 없었고, 백수가 됐다고 오후까지 늘어지고 싶지만도 않았다.(그러면 더 우울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요가는 사실 꽤 오래 해왔기에 이제는 내 생활의 하나의 습관이 됐을 정도로 익숙해진 운동이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안 그래도 남들보다 안 좋은 체력이 더 떨어지는 걸 느끼고 나서 운동의 필요성을 깨닫게 됐고, 어렸을 때 관심 있어서 잠깐 해봤던 요가를 다시 시작한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진득하게 오래 하는 걸 생각보다 잘하지 못하는 편인데도 요가만큼은 계속해서 해온 지도 벌써 4년이 넘었다.
퇴근한 후에 저녁에 요가를 하고 집으로 왔었는데, 이제는 아침에 눈떠서 카페인으로 정신을 좀 차리고 요가복 가방을 챙겨 요가원으로 간다.
아침에 요가를 갔다 오면 저녁에 요가를 하고 오는 것보다 훨씬 힘들게 느껴진다. 아침이라 아직 덜 풀린 몸으로 있는 힘을 쥐어짜서 운동을 하고 돌아와 점심을 먹고 나면 긴장했던 몸이 풀려서 드러눕게 된다. 그런데도 아침 요가는 저녁 요가와는 또 다른 에너지를 준다. 하루를 요가로 시작하면 아침 공기만큼 신선한 에너지가 생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루에 내가 무얼 하나는 해냈다는 성취감이 하루의 활력이 되어준다. 특히나 지금처럼 내가 일을 하지 않고 있을 때는 무기력에 빠지기가 쉬운데 그럴 때마다 요가를 하고 나면 무거운 마음과 몸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오늘 아침에도 요가를 했다. 며칠 동안 뻐근하게 굳어 있던 몸이 요가를 하고 나니 시원하게 풀린다. 내일 일어나면 곳곳에 근육통이 생기겠지만 그래도 나는 또 요가를 하러 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