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컴쟁이 Aug 01. 2024

어느 토끼의 고백

안녕하세요 저는 토끼예요.

요새 저는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열등감이 아주 커요. 건강하지 못한 생각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쉽사리 감정이 연해지질 않네요. 이것도 필연적인 감정이니 받아들여야지요.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시기라는걸요. 시간이 흐르길 기다려봐야겠지요.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는 것이 너무 무책임하고 실행력 없는 것 같다고요? 그런 말 마세요. 생각만 하는 것도 아주 지치고 고달프답니다. 나는 생각많은 토끼일 뿐인걸요.


옆집 토끼는 풀뽑기 전문가가 되었어요. 3년을 노력해서 풀만 뽑더니 그 시간을 견딘 옆집 토끼가 너무 대단하게 느껴져요. 이 대단하다는 마음도 열등감이겠지요? 그렇다고 제가 3년이나 풀을 뽑을 수 있냐고요? 아니요. 예전에 풀 뽑는 비슷한 일을 해봤는데 너무 괴롭고 기분관리가 안되더라고요. 저는 풀뽑기보다 나무그늘 아래에서 깡총깡총 뛰어다니는 것을 훨씬 더 좋아해요. 풀뽑기만 하다가는 저는 금세 풀죽어버리고 말 거예요.


아랫집 토끼는 금광 냄새맡기 전문가가 되었어요. 밤낮없이 킁킁대더니 결국 엄청나게 큰 금을 발견하고 말았다네요. 아랫집 토끼는 킁킁대는데 타고난 재주가 있어요. 금광의 냄새를 맡는 그런 엄청난 재능을 가졌다니 너무나 부러워요.


윗집 토끼는 깡총대기 1인자가 되었어요. 저도 깡총대는거 좋아하는데 남들보다 잘 깡총댈 자신은 없어요. 그냥 깡총깡총 몇 번 튀어오르는 게 다인 걸요. 윗집 토끼의 도전정신과 자신감이 근사해요.


아이 이거 참, 나도 대단하고 부러워보이고 근사한 토끼가 되어야 할까요? 생각이 많아 괴로운 토끼는 잠깐 제쳐두고 진심으로 칭찬하는 토끼가 될래요. 대단하고 부럽고 근사한 토끼는 있으니 거짓없이 칭찬하는 토끼가 될래요. 풀뽑는 토끼의 끈기와 금광냄새맡는 토끼의 재능, 그리고 깡총때는 토끼의 자신감을 칭찬해줄래요. 그리고 나는 어떤 토끼일지 마음껏 상상해볼래요. 어느새 저는 상상하는 토끼가 되었네요. 글쓰는 토끼이기도 하고요!


이전 02화 울적할 때 어떻게 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