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하늬가 영화 시사회에서 타고난 체격의 한계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정확한 말이다. 사람은 타고난 형질이 있다. 자전거로 태어난 사람이 있고 트럭으로 태어난 사람이 있다. 이윤석이 아무리 근육을 키운다고 마동석이 될 수는 없고, 김혜수가 아무리 다이어트를 한다고 아이유가 될 수는 없다. 타고난 형질을 운동으로 바꿀 순 없다.
그러니까 ‘저 사람은 되는데 왜 난 안될까?’ 같은 생각은 당연히 틀렸다. ‘내가 뭐가 부족해서?’라는 생각은 더 금물. 부족한 게 아니라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 허약인들의 수많은 장점들을 열거하진 않겠다.) 모든 사람은 같지 않다. 당연히 우리 허약인은 더 다르다.
‘그럼 우리 허약인들은 평생 이렇게 골골대며 살아야 돼요?” 놉. 넷플릭스 <사이렌: 불의 섬>에 출연한 소방관 김현아씨는 말했다. "체격은 키울 수 없어도 체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옙. 우리가 자전거라도 씽씽 잘나가는 자전거가 되면 되니까.
고출력 자전거가 되려면 허약인들은 보통사람과는 다르게 운동을 접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뭐다? 인내심. 우리가 버려야 할 건? 남과의 비교, 욕심, 조급함.
특히 허약인은 체질상 쑥쑥 개선되는 타입이 아니라서 더 오랜 시간 노력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 내가 이렇게 얘기하면 나와 같은 체질을 타고 났으나 나와 다른 성격인 (운동하는 걸 싫어라 하는) 우리 언니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노력해야해?".
3개월만 하자. 3개월하고 그만 두란 얘기가 아니다. 3개월만 하면 재밌어진다. 그리고 습관이 든다. 좋아서 하게 된다. 밥 먹듯이 그냥 하게 된다. 그때부턴 더이상 억지로 하는 의무가 아니다. Gym에 가라고 하면, 못가는 핑계를 백만스물한가지 대던 우리 언니도 이젠 한 시간 거리를 오고 가며 운동을 다닌다. 물론 허약인 몸이 3개월 했다고 좋아질리 만무다. 하지만 좋아질 거 같은 '씨'가 생긴다. 기분은 많이 좋아진다. 그렇게 시작하는 거다.
그렇게 잘 자라면 좋으련만 허약인은 순탄하게 무럭무럭 크지 않는다. 중간 중간 나빠지기도 하고 그러다보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도 한다.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떻게 키운 체력인데. 하지만 내 몸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다음 시작은 처음 시작때보다 좀 더 빨리 올라온다. 그렇게 성장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