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느꼈던 두근 거림이 드디어
컴컴한 영화관 안, 폐막작들을 보면서 붕 떴던 발이 땅에 조금 닿는 것 같았다. 역시나, 사람들은 우수했고 나는 다시 작아졌다. 그래, 잘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지. 로기와 나를 비교했던 것처럼, 나의 머릿속은 똑같이 흘러가고 있었다. 3년 버릇이 일주일 만에 고쳐질 리가 없었다. 분명 이 폐막식에 나도 포함되어 있는 건데 어딘가 동떨어진 무인섬이 되는 기분이었다. 크게 우울한 감정은 아니었다만 행복으로 충만했던 나날이 여기서 끝이라는 생각에 조금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시상식이 시작되자 아빠가 카메라를 켰다. 나는 기대하지 말라며 찍을 필요 없다고 말했다. 여러 상들의 수상자들이 호명되고 나는 받을 만한 사람들, 좋은 작품들이 상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시에 나를 다독였다. 괜찮다고, 여태 받은 칭찬과 주변 사람들의 응원 하나면 나는 충분하다고. 아빠는 카메라를 껐다.
마지막으로 시상되는 상을 남겨두고 나는 괜한 두근거림이 너무 큰 실망감으로 번지지 않도록 나를 다독였다. 상처받지 않으려는 방어막을 세우고 있었다. 두구두구- 긴장감을 주는 북소리가 울리고... 갑자기 스크린에서 내가 수백 번 수천 번은 본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상자의 입에서는 내 졸업 영화의 이름이 나오고 나를 부르고 있었다.
스크린 앞에 나와 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했다.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고 하얀 빔이 눈부셨다는 것만 뚜렷하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나의 가족들과 친구들의 눈을 보며, 확실하게 깨달은 것이 있다.
처음 가편집을 공개했을 때, 개폐막작에 선정되었을 때, 폐막식에서 상을 받는 지금, 느껴지는 기쁨 그 이상의 감정은, 바로 위로라는 것을. 자괴감, 자책감, 활을 반대로 들고 쏘는 화살들, 끝도 없는 추락, 긴장, 위축, 미칠 듯한 불안감, 외로움, 그 외에 모든 것들을 이고 지고 있느라고 수고했다고 말해주는 위로를 받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3년 간 명치에서 달걀만 한 꽹과리가 치던 자진모리장단이 멈추었다. 발끝까지 신경 쓰였던 심장의 두근거림이 사라지고 나니 아, 원래 심장 박동은 느껴지지 않는 거구나, 하고 잊었던 감각을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