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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a Jan 17. 2020

그래 봤자 콩나물국밥


필자는 콩나물국밥을 좋아하지 않는다.

삼백집이 프랜차이즈를 확장하기 이전에도 할아버지 댁이 전주인 친구 소개로 전주의 맛집이라는 삼백집을 방문해보고 느낀 생각이 확고했기 때문이다.


콩나물국밥 속 계란이 있는 점도 좀 특이하고 밑반찬 이것저것이 조금씩 특이하긴 하지만,


"그래 봤자 콩나물국밥"


이라는 생각이 확고했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렇게 맛의 분산이 크지 않으면서 맛의 평균도 그다지 높지 않은 음식들이 종종 있는 것 같다.


콩나물국밥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예이고, 막국수도 단골로 등장한다.


물론 평균치가 꽤 높은 음식들이 있는데 가장 큰 예로 삼겹살 구이를 들 수 있다.


맛없게 만들기 힘든 음식이 삼겹살 구이이다.


삼겹살은 대충 먹어도 맛있고, 웬만하면 삼겹살 구이가 콩나물국밥보다는 맛있다.


그렇지만 삼겹살 구이는 평균이 높기 때문에 기대감도 높아서, 퀄이 떨어지는 삼겹살을 먹었을 때의 분노도 있다.


반면에 콩나물국밥은 최대치가 낮지만 평균도 낮아서, 딱히 콩나물국밥을 먹은 뒤에 맛없다고 분노한 적도 없는 것 같다. (심지어 군대에서 주는 콩나물국도 나쁘지 않은 느낌)


그렇지만 맛집 탐방의 묘미는 본인이 가지고 있었던 분야별 최대치를 갱신할 때의 쾌감인 것 같다.


고등학생 때부터 순댓국을 즐겨서 순댓국 인생 15년이 넘어가지만, 2018년 대전에서 먹었던 순댓국의 맛을 잊을 수 없다. 그간 필자가 알아왔던 순대와 순댓국의 맛이 부정되는 충격과 함께 엄청난 쾌감이 있었다.


바질 파스타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바질 파스타를 먹었을 때,

카루이자와 스시집에서 도미 스시를 먹었을 때,


등등 이미 충분히 높이를 알고 있다고 생각한 천장이 깨질 때의 기쁨이 있다.


요리의 장르에 따라, 맛의 분산과 평균이 다르고, 분산이 크고 평균이 높을수록 가격도 높아지는 경향이 있기에, 필자는 아직 상급 재료는 마스터하기는커녕 평균치조차 파악이 안 되는 레벨이다.


샥스핀이라든지, 캐비어라든지, 기회가 생길 때마다 맛을 이해하려고는 하지만, 빈도가 워낙 낮고 양이 한정적이라서 매력을 전혀 알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 같다.


그러므로 평균이 낮고 분산이 작은 요리일수록 경험이 풍부해서 맛의 천장을 안다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그걸 깰 때의 쾌감이 더 크다.


부디, "그래 봤자 콩나물국밥", "그래 봤자 막국수"를 깰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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