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와서 감기를 한 번도 안한 것이 기적이라고 느낄 무렵, 반갑지 않은 친구가 찾아왔다. 한동안 신경 쓸 일이 많아서 그랬는지, 어느 날 갑자기 입술 아래가 무척이나 쑤시고 화끈거리는 느낌이 들더니 구순포진이 돋아났다. 헤르페스에 감염된 것 같았다. 헤르페스 포진은 기미가 보일 때 프로폴리스를 발라주면 금방 가라앉는 것을 몇 번 경험했었다. 그러나 문제는 프로폴리스가 집에 없었던 것이다.
한국에서 쓰던 프로폴리스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이 생각나면서, 애타게 약을 구하러 다니는 동안 이미 초기 대응 시간을 놓쳐버렸고 포진들은 노랗게 농익어갔다. 컨디션은 또 왜 이렇게 안 좋던지, 불타는 것처럼 화끈거리는 입술을 가지고 끙끙 앓으며 며칠을 전기장판과 한 몸이 되어 보냈다. 챙겨 먹기 귀찮아서 영양제를 원래 안 먹었는데, 부랴부랴 영양제도 두 종류나 사서 먹기 시작했다.
급한 대로 프로폴리스, 종합 비타민, 철분 아연 보충제를 때려 넣고 잠을 많이 잤더니 많이 회복이 되었다. 나흘 만에 포진이 더 퍼지거나 악화되지 않고 딱지가 졌다. 사실 포진이 올라왔을 때 대상포진일까 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른다. 미국에서 병원 가는 것이 보통 돈이 아니라는 얘기는 익히 들었기 때문에 보험이 있어도 일단 최대한 안 가는 게 상책일 것 같았다.
이번 구순포진을 계기로 건강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왜 미국 마트에 가보면 영양제와 약이 종류별로 그토록 많은지 갑자기 이해가 되어 버렸다. 한국에 돌아갈 때까지 특수 작전이 생성되었다. 병원 갈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완전히 회복이 되는 대로, 영양제도 계속 잘 챙겨 먹고 운동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