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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Aug 15. 2022

블루밍턴 다운타운의 주말

현지인들은 어디에서 무얼할까?


  주말이다. 바야흐로 짐 정리도 어느 정도 되었겠다, 여유를 조금 찾고 나니 이곳 동네 사람들의 주말 모습이 새삼 궁금해졌다.


  요즘 개강을 앞두고 학생들이 타운에 밀물처럼 들어와서, 처음 블루밍턴에 도착했을 때의 한적함은 온데 없고 새로운 분위기가 내려앉았다. 어리고 생기 넘치며 약간은 무모한 생명체들이 급격히 많아졌다. 이 분위기의 전환이 잘 적응은 되지 않는다. 아파트에도 하이틴 드라마를 찢고 나온 듯한 아이들이 온 가족을 대동하여 요란법석하게 많이 입주했다. 이 어린 스무 살 생명체들과 또 어떻게 복닥복닥 살아갈 방법을 궁리해 봐야 한다.





  오늘도 조금 늦은 아침에 파워 빈야사 요가를 다녀왔다. 확실히 평일 클래스보다 주말 클래스가 사람이 많았다. 연령대도 다양해졌는데, 지역 주민들이 주말에 많이들 참여하는 것 같았다. 오늘은 지난번 수업에서 쓰지 않았던 새로운 요가 도구를 사용했다. 어디서 가져오는지 몰라서 버퍼링 걸려 눈을 똥그랗게 뜨고 두리번거렸더니, 옆에 앉은 수강생이 친절하게 알려줬다. 고마웠다. 이 동네 미국인들 다른 건 몰라도 붙임성 하나는 진짜 끝내준다. 뚝딱이는 티가 조금만 나면 그냥을 못 지나친다. 알게 모르게 받은 도움들이 많다.

운동가는 길. 너무 예쁘다.

  


   오늘은 요가를 하면서 요 며칠 마음에 일어났던 감정들을 만났다. 새로 오는 주에 도전적인 과제가 많다. 약간의 두려움과 걱정도 있었지만 그 조차도 지금-여기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전 안면도 없는 이 시골 마을에 와서 살고 있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지금 발 딛고 있는 이곳은 인디애나의 블루밍 턴이고, 여기서만 온전히 경험하고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다. 하나하나가 다 배워가는 것들이며 기회다. 결국 가장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라 믿는다. 설령 그것이 당장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속상함일지라도, 멀리 보고 크게 보며 걸어가는 것이다. 요가에서 심오하게 마음을 다듬고 한층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왔다.


아주 편안한 심박수까지 다녀오는 시간







  주말 이 마을 사람들은 어디서 무얼 하는지 탐방도 할 겸, 남편을 꼬셔 외식을 나갔다. 에어비앤비에 지낼 때, 하우스 메이트였던 멕시칸 프렌드가 추천해 준 다운타운의 레스토랑에 가보았다. 과연 핫플레이스라고 할 만했다. 저녁 6시 정도 시간대에 야외 테라스 자리가 거의 만석이었다. 날씨가 아직 조금 더웠으나 굳이 또 현지인처럼 야외 자리에 앉아보고 싶었다. 바야흐로 이 타운의 가장 복닥복닥한 한복판에 존재하고 있다며, 남편과 자축(?)의 맥주를 기울였다.


   이토록 사람이 많은데, 그 중 아시안은 우리 부부 뿐이었다. 분명 이 대학타운에 유학생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운타운의 핫플레이스는 온통 백인 미국인들의 것인 것만 같다. 잘 놀고 마셨음에도, 어딘가 모르게 존재하는 이질감이나 이방인이 된 기분은 지울 수가 없다. LA같은 곳은 이제는 백인보다 아시안이나 유색인종의 비율이 더 많아졌다고도 하던데, 우리 동네는 마치 한 세기 전 미국을 보는 것만 같달까. 

  게다가, 외식 물가는 그다지 즐겁지 않았는데, 실컷 잘 놀고먹고 나가려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이 너무 비쌌다. 영수증이 잘못된 줄 알고 다시 봤는데, 우리가 시킨 게 다 맞았다. 한 끼 식삿값이 마트에서 한 주치 식자재를 구입한 비용과 맞먹었다. 다시금 숙연한 마음을 안고 반성했다. 우리가 여유롭게 놀러 여행 온 것이 아님을, 가난한 유학생 부부임을 상기하며 앞으로는 생일과 기념일에만 나와 먹기로 다짐하였다. 이런 이유로 유학생이라곤 코빼기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인가도 생각했다. 



      날씨 좋은 날 외식 한 번 하러 다녀왔을 뿐인데 많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간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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