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유쾌하고 긍정적으로 사는 사람이 있다. 진지하지만 무거워지지 않고 슬프지만 어두워지지 않으며 재미있지만 가벼워지는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 지닌 삶의 태도를 본받고 싶다. 그 사람이 얼마나 존경받을 만한 일을 했느냐 아니냐를 떠나서 세상을 바라보는 여유롭고 너그러운 시각은 인생을 한층 더 살 만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괜히' 저를 싫어하고 저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비난하는 사람들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그래? 근데 너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잖아. 그 사람들은 뭐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널 좋아하니? 너에 대해 잘알지도못하면서'괜히' 좋아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서로 퉁쳐."
한 나이 많은 여자 연예인과 젊은 여자 연예인이 나눈 대화이다. 그녀의 대답이 참으로 화통하지 않은가? 듣는 나까지도 속이 시원하게 뚫리는 것 같았다.
우리는 늘 한쪽 면만 바라보고 산다. 주로 주는 것보다는 받는 것에 신경이 곤두서고, 칭찬보다는 비난에 예민해지는 것이다. '왜 그럴까?'라는 물음에는 대부분 부정적인 것들에 대한 의심과 불만이 내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사람은 왜 내게 함부로 대할까?'를 속상해하고 고민하는 사람은 많아도 '그 사람은 왜 내게 친절할까?'를 궁금해하고감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나를 싫어하거나 비난하는 사람을 만나면 '괜히 왜 저래?'라는 생각에 매몰되어상처받고 가슴앓이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말로 퉁쳐 버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괜히'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듯이 '괜히'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법! 그러니 결국 손해 보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면 그만인 것이다.
'괜히'는 이유가 없거나 실속이 없을 때 붙여 쓰는 부사이다. 하지만 살다 보면 알게 된다. 인생의숱한 일들이 '괜히' 일어나기도 한다는 것을. 그럼에도 우리는 '괜히'에고통받고 절절매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 그야말로 '괜히' 말이다.
괜히, 싫을 수도 있는 거야.
괜히, 좋기도 하잖아.
사실 좋고 싦음의 감정엔 논리적인 이유를 대기 어려울 때가 많다. '괜히'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만큼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마음속에서 복잡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요즘은 심리학의 과잉 시대이다보니 마음속에서일어나는 현상에 이런저런 심리학 용어를 갖다 붙이기를 좋아한다. 급기야는 무의식의 세계까지 소환하면서보이지 않는 심리 기저에 무엇이 깔려 있는지 파악하려든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자신의마음을 그렇게까지낱낱이분석하면서산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삶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감정들은 이유가 있는 것들 반에별다른 이유도 없이'괜히' 일어나는 것들이반일 수밖에 없다. 불투명한 감정들이어지럽게 뒤범벅된 채로 자신의 마음조차 잘 모르고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 좋고 싫음의 대상이 사람일 때가 문제다. 괜히 좋아지는 사람이 있듯이 반대로 괜히 싫어지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내 감정이 때때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가 하면, 타인의 감정이 내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이왕이면 좋은 사람들과 좋은 감정만 나누며 살고 싶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게다가내게 좋고 싫음을 노골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이상 타인의 마음은 언제까지나 뿌연 안갯속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들 속에서 끊임없이 부대끼면서 살아가야 할 운명이다. '나한테 괜히 왜 그래?'라며 스스로를 볶아대고 괴로워해봤자 달라지는 것도 없다. 상대의 괜히는 말 그대로 '괜히'일 뿐이기 때문이다. 나도 나의 '괜히'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어찌 남의 '괜히'까지 알 수 있겠는가? 나이 든 여자 연예인의 명쾌한 조언이 계속해서 귓전을 맴돈다.
"그러니까 퉁쳐!"
괜히에 상처받을 필요도 없고 괜히에 자책할 필요도 없이 말이다.
내 마음 나도 잘 모르니 타인의 마음을 모르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나도 누군가가 '괜히' 싫을 때가 있듯이 그 사람도 내가 '괜히' 싫을 수 있다. 마른 우물처럼 텅 비어 있는 '괜히'에서 없는 이유를 퍼내려고 또는모르는 걸 알아내려고 안간힘을 쓰며 힘 빼지 말자. '괜히' 나를 좋아해 주고 '괜히' 나를 도와주는 기적 같은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행복해하면서 나를 '괜히' 싫어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시원하게 퉁쳐서 날려 보내기로 한다. 어디로? 내 마음 밖 머나먼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