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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며느리들의 명절 탈출기

출발 5분 전, 불안과 설렘 사이를 질주하다

by Elizabeth Kim

매년 수많은 이들이 나이아가라 폭포를 찾는다. 누구는 버킷리스트를 위해, 누구는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기념하기 위해, 또 어떤 이는 그저 마음속 응어리를 털어내기 위해...


2025년 추석연휴는 유난히 길다. 5월의 봄, 인플루언서 팸투어로 시작된 나이아가라의 계절은 어느새 가을로 이어졌고, 추석연휴인 이번엔 골프 팸투어 고객들의 여행이 이어졌다. 소풍 앞둔 아이처럼 부푼 설렘으로 시작한 발걸음에서 잊지 못할 해프닝을 겪은 에피소드를 적어본다.


명절 연휴 첫날 아침, 누군가는 전 부치느라 기름 냄새에 파묻혀 있었고, 누군가는 리모컨을 쥔 채 추석 특집 영화를 고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팸투어를 함께 하게 된 이분들은 인천공항 출국장 앞에서 땀과 눈물과 희망을 동시에 흘리고 있었다.


“이 나이에, 그것도 맏며느리로서, 명절에 해외로 떠나다니!” 선형언니의 첫마디였다. 명절엔 기껏해야 가족들의 눈치 속에서 시골 장터를 벗어나는 게 전부였던 그녀가, 이번엔 국경을 넘는 여행길에 올랐다. 목적지는 캐나다, 그리고 첫 행선지는 나이아가라 폭포. 그날의 시작은, 말 그대로 완벽했다 — 출발 세 시간 전 공항 도착, 체크인 완료, 마음의 여유까지. 하지만 그 평화는 후배의 한 통의 전화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언니, 큰일 났어요… 사고로 차가 아예 안 움직여요.”


그 순간부터 선형언니와 후배의 여행은 비행이 아니라 전투가 되었다. 절박함과 애원 사이, 그 말에는 수십 년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부탁드려요, 명절에 가는 첫 여행이에요. 동생이 오고 있어요.”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차가웠다. “짐은 마감시간이 있습니다. 혼자라도 탑승하시겠어요? 아니면 수하물 빼드릴까요?” 선형언니는 잠시 멍해졌다. ‘명절에, 이 나이에, 명절에 첫 해외 장기 여행인데…’ 그렇게 머릿속이 하얘진 채로, 커피숍으로 뛰었다. 혹시 짐을 잠시 맡아줄 수 있을까 싶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단호했다. “보안상 안 됩니다.”


막다른 길에 갇힌 것 같았다. 결국, 급히 아들에게 연락했다. “비상상황이야. 엄마 친구가 도착 못 하면 짐 좀 받아줘야 해!” 다행히 아들은 택시를 잡아타고 공항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 사이, 선형언니와 후배는 식은땀을 흘리며 웹 체크인 전쟁을 치렀다. 핸드폰 액정 위에서 손끝이 미끄러질 때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공항 앱의 로딩 바는 세상에서 가장 느린 시계처럼 느껴졌다. 후배는 공항버스 기사님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함께 탄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죄송하지만, 제가 꼭 비행기를 타야 해서요.” 후배는 “내리면 오른쪽이야! 체크인 카운터 G! 직원한테 바로 말해!” 시간은 잔인할 만큼 빠르게 흘렀다.


팸투어를 같이하고 있는 그녀들의 이마에는 땀이 맺히고, 마음속에는 수없이 많은 ‘만약’이 스쳤다.


그런데 그때—

기적처럼 항공사 직원이 손짓하며 외쳤다. “이쪽으로요! 지금 바로요!” 후배는 "정말 드라마 주인공 된 줄 알았어요. 긴급 통로로 뛰어가는데 다리가 안 따라오는 거 있죠?” 기적처럼, 비행기가 조금 연착되면서, 수하물 한 개를 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한 개는 결국 선형언니 아들이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모든 게 아슬아슬했지만, 그것이 바로 여행의 시작이었다. “울어야 할까, 웃어야 할까… 그래도 같이 갈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어요.”


여행의 시작이란 원래 그렇다 —

예상 밖의 해프닝 속에서, 우리는 이미 여행자의 얼굴로 변해 있다. 나이아가라까지의 길은 멀고, 비행은 길었지만, 그녀들의 진짜 여정은 공항 커피숍에서 시작된 셈이었다. 그곳에서 그녀들은 한 가지를 배웠을 것이다.


떠남에는 항상 약간의 두려움이 섞여 있고, 그 두려움이야말로 설렘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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