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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zabeth Kim Mar 04. 2024

54년을 달려오다 이제야 발견한 것

변화의 시작은 공간의 이동에서

어쩌다 벌써 반백년 이상 살았다. 죽음이 이상하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잘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늘 먹고살기 위해 달렸다. 그 첫 여정이 이민 결정 후 한국에서 캐나다로의 이동이었을 것이다.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던 20대 후반의 젊은 엄마였던 나에게 세상은 그 꿈을 맘껏 펼치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그저 열심히 달리는 수밖에 모르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당시 많은 이들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꿈의 직장, 캐나다 공무원직 꼬리표를 달 수 있었다. 그저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렸을 뿐이었다. 수많은 실패와 좌절이 있었지만 될 때까지 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던 시절이었다. 그게 성공인 줄 알았다. 


하지만… 

캐나다라는 환경을 벗어나 한국에 와 또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된 50이 넘어서야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question)을 던지기 시작했다.


마음의 절박함과 나를 알기 위한 변화의 갈망은 한국이라는 새로운 장소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의 선물로 얻게 되었다. 잠시 쉬어 보고도 싶었다. 공간을 이동해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나를 바라보고 싶었다. 또 한국이 얼마나 변했는지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다. 


내 안에 무언가를 찾아내고 싶은 욕망이 결국 움직이도록 용기를 주었다.  함께 행복하고 소통하며 살고, 사랑하는 사람과 서로 동반자 역할을 하면서 사는 것. 그게 소중한 시간이구나. 이전에도 항상 옆에 있긴 했지만 지금 그 소중한 사람들 없이 혼자 뚝 떨어져 살다 보니 그 시간이 정말 가치 있고 행복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깊이 알게 되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맞이한 한국행 선택은 나에게 또 다른 커다란 공간의 이동이었다. 한국에서의 생활은 인간은 결코 혼자 존재할 수 없고 자연을 비롯해 모두가 연결되어 있음을 몸소 확인하게 되었다.  왠지 모르게 사회는 아무도 믿기 어렵고 어떤 것에도 의지할 수 없는 세상처럼 느껴졌다. 한국 생활을 통해 국민들이 타자를 공격하는 데서 탈출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란걸 느낄 때가 많았다. 그만큼 우월한 위치를 욕망하며 열심히 달려가는 삶을 살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며, 이를 느끼기 시작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월한 위치를 욕망하며, 다른 타자를 혐오하고 경쟁하며 주어진 과제를 계속 외면하며 살아야 할까. 아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있는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 가기 힘든 길을 가야 할텐데...


캐나다에서 한국으로의 공간을 바꾸지 않았다면 이토록 처절히 느끼진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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