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하는 날

2021년 5월 10일

by 강진경

수술실로 갈 때의 장면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나는 두 발로 걸어가도 될 정도로 멀쩡한데, 병상침대에 누워 수술실로 이동을 한다. 그냥 걸어가면 안되는 건가. 이렇게 누워서 이동을 하니 더 환자 같은 기분이 든다. 드라마랑 똑같네. 수술실 입구에서 보호자와 헤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편의 손을 꼭 붙잡고 말했다.


"나 잘하고 올게."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수술실 문이 열리는데 눈물이 났다. 걱정이 가득한 남편의 얼굴. 다시 볼 수 있겠지? 못 깨어나는 건 아니겠지?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환자복 하나만 입고 있으니 발도 시렵고 손도 시렵고, 수술실 안은 왜 또 이리 추운건지. 온몸이 덜덜 떨린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데 영화에서처럼 하얀 형광등이 휙휙 빠르게 지나간다. 살면서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다.


수술실에 들어서자 커다란 시계가 눈앞에 있고, 수술대에 올라 간호사와 몇 마디를 나누고, 주치의는 보이지 않았다. 철저히 혼자가 된 느낌이랄까. 간호사에게 선생님은 언제 오시냐고 물었다.


"곧 선생님 오실 거에요."


그리고 그 뒤의 기억이 없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수술이 끝난 후였다. 회복실에서 잠시 대기하다 입원실로 옮기기 위해 나오는데 남편이 달려왔다. 얼마나 시간이 흐른걸까?


입원실로 돌아와 6인실에서 2인실로 병실을 옮겼다. 어제 6인실에서 옆에 할머니 덕에 고생을 좀 했었는데 수술 후 병실을 옮길 수 있어 천만 다행이었다. 어젯밤 내 옆에 있던 할머니가 3초에 한 번씩 '아이고, 아이고'를 반복하는 바람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결국 밤 12시가 넘어 간호사에게 요청하여 수면제를 먹어도 되는지 물었다. 당직의사에게 허락을 받고, 수면제를 먹고 겨우 잠이 들었다. 수술 후까지 그 고생을 할 수는 없어 계속 병실을 옮겨달라 요청을 하였고, 다행히 2인실의 창가 자리로 배정을 받았다. 창가에 누워 바깥 풍경을 바라보니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 아파트를 살 때도, 호텔 객실을 예약할때도 사람들이 어째서 '뷰(view)'를 그토록 따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초록색 나무와 파란 하늘만 봐도 숨통이 트였다.


그런데 수술이 끝나고 세 시간이 지나자 갑자기 내 입에서도 3초에 한 번씩 '아이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어젯밤 할머니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마취가 풀리면서 수술한 부위가 너무나 아팠다. 진통제를 달라고 간호사를 불렀는데 30분이 지나도록 간호사는 오지 않았다. 그 사이 통증이 얼마나 심하던지, 제왕절개 수술 후 배가 아팠던 것처럼 겨드랑이가 아프기 시작했다. 온몸에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30분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간호사가 와서 진통제를 놓아주자 곧 통증이 가라앉았다. 잊지마시라. 진통제는 반드시 통증이 시작되자마자 맞아야한다는 것!


저녁이 되어서야 주치의를 만날 수 있었다. 수술은 잘 되었고, 감시림프절을 4개 떼어냈는데 그 중 1개에서 전이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암세포가 제일 처음 만나게 되는 첫 림프절을 감시림프절이라고 하는데 이 림프절에 전이 여부를 확인하면 남아있는 다른 림프절의 전이 여부도 판단할수 있다.) 전이가 없었으면 제일 좋았겠지만 곽청술을 하지 않은 거에 감사해야할 상황이었다.(곽청술이란 겨드랑이 림프절을 모두 제거하는 수술이다. 감시 림프절 전이 결과에 따라 필요에 따라 곽청술을 시행한다.)


수술 전 주치의는 항암 치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온코 검사를 할 것을 권했다. 여전히 검사는 유효했지만 감시 림프절 전이로 인해 맘마프린트 검사로 검사의 종류가 달라졌다.(온코 검사와 맘마프린트 검사는 개인의 유전자 발현 검사를 통해 암의 재발 가능성을 예측하고 항암약물치료의 여부를 결정하는 검사이다.) 누구나 검사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고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면서 겨드랑이 림프절 침범이 없는 경우에만 온코 검사를 해볼 수 있다. 감시 림프절 전이가 3개 이하일 경우는 맘마프린트 검사를 하게 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나의 유전자는 바다를 건너 네덜란드로 가서 검사를 받게 되었다. 결과가 나오는데까지는 2주 이상이 소요된다. 기다림의 연속이다. 그 때까지는 방사선 치료도 받을 수 없다. 만일 항암 치료를 받게 되면 항암 치료가 끝나야 방사선 치료를 하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몸을 회복시키고, 항암 치료를 하지 않도록 기도하는 일 뿐이었다.

(photo by Ante Samarzija on Unsplash)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