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을 대하는 다른 시선
"엄마. '꽃길만 걸으세요'는 좋은 말이야?"
어느 날 길을 걷다 소은이가 내게 물었다.
"그럼 좋은 말이지."
나는 당연한 걸 묻냐는 듯 대답했다.
"그게 왜 좋은 말이야?"
소은이는 정말 모르겠다는 듯 내게 물었다.
"꽃길은 예쁘고, 향기도 나고, 편안한 길이잖아.
그러니까 꽃길만 걷으라는 건 앞으로 좋은 길만 걸으라는 말이니까 좋은 말이지?"
"난 안 좋은 말 같아."
"왜?"
누구나 좋다고 생각하는 말을, 아이는 왜 안 좋다고 하는 걸까? 나는 호기심이 발동해서 아이에게 이유를 묻기 시작했다.
"나는 낙엽 길도 걷고, 눈길도 걷고 싶어. 그런데 왜 꽃길만 걸어야 해?"
나는 아이의 말을 듣고 '아차!' 싶었다. 아이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너무나 당연한 것도 아이의 시선에서는 당연하지 않음을 깨닫는 순간이다.
인생에서 행복하고 순탄한 순간들만 경험하길 바라는 이 말도 사실은 어른들이 정해둔 고정관념이었을지도.
낙엽 길도, 눈 길도, 얼마든지 좋은 길이 될 수 있다.
나는 다시 아이에게 물었다.
"낙엽 길과 눈 길은 어떤 길인데?"
"낙엽 길은 따뜻하고 보드라운 느낌이 들고, 눈길은 시원하고 상큼한 느낌이야. 그래서 나는 꽃길만 걷고 싶지 않아. 나는 다른 길도 걸을 거야."
진지하게, 그리고 진심을 담아 또박또박 말하는 딸아이의 눈을 보며 나는 "그래, 소은아 네 말이 맞아." 라며 속으로 감탄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 소은이의 인생엔 꽃길 말고도 더 다채로운 길들이 펼쳐 칠 것이고, 아이는 그 길을 뚜벅뚜벅 걸으며 그곳에서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찾아낼 것이라 확신했다.
인생에서 어떻게 꽃길만 걸을 수 있겠는가. 때론 낙엽이 우수수 떨어진 진흙 길을 걷기도 하고, 발이 폭폭 들어가는 눈 길을 걷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낙엽 길을 따스하고 보드랍게 느끼고, 차가운 눈 길도 시원하고 상큼하게 느낄 수 있다면. 어쩌면 우리의 삶은 더 다채롭고 풍요롭지 않을까.
아직은 아이가 이해할 수 없을까 봐 나는 그저 싱긋 웃고 말았지만, 언젠가 아이가 조금 더 크게 되면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소은아, 소은이 말이 맞아. 꽃길만 걸으라는 건 어쩌면 안 좋은 말일 수도 있어. 우리는 살면서 꽃길만 걸을 수는 없어. 때론 낙엽 길도 걷고, 눈 길도 걷고, 앞으로 소은이 앞에는 무수히 많은 길들이 펼쳐질 거야. 소은이가 세상을 아름답게 본다면 어떤 길이든 다 아름다울 것이고, 소은이가 세상을 어둡게 본다면 꽃길도 좋은 길이 될 수 없을 거야. 엄마는 소은이가 지금처럼 꽃도 낙엽도 눈도.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사랑하는 사람으로 크길 바라. 그리고 소은이가 걷는 모든 길을 응원할게. 어떤 길이든 용기를 내어 너의 길을 걸어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