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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 꽃잎으로 밥상을 만들자!

도심 속 피크닉 in <경기상상캠퍼스>

by 강진경

"엄마, 우리 꽃잎으로 밥상을 만들자! 나는 이쪽을 보고 올게. 엄마는 저쪽으로 갔다 와. 우리 좀 있다 만나!”


드넓은 잔디밭, 그늘을 드리운 키 큰 나무들. 여름의 끝자락, 온 세상이 초록으로 가득하던 날이었다.


아이는 저만치 달려가 나뭇잎과 꽃잎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주섬주섬 예쁜 재료들을 모아 왔다.

나는 또 다른 쪽에서 나뭇잎을 줍고, 작은 풀꽃들을 모아 아이에게 건넸다. 잠시 후 우리는 서로 구해온 자연의 보물들로 돌 위에 돗자리를 펴고 근사한 밥상을 차렸다. 나뭇잎은 그릇이 되고, 꽃잎은 스프가 되고, 예쁜 풀잎은 달콤한 디저트가 되었다.


"얘 이름은 버블꽃입니다. 너무 귀엽죠? 저는 흑당 버블티를 좋아해서 얘는 버블꽃입니다."

아이는 반찬 하나하나에 자신만의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건 뭐에요?"

내가 물었다.


"이건 강아지풀 쌈이에요.

"이건 보슬보슬 개미똥꾸 멍멍이가 노래를 한다풀이고요."


개미똥구 멍멍이란 말에 나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저런 말장난은 내가 어린 시절에도 유행을 했는데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니 놀랍고도 신기할 따름이다.


이번엔 아이가 내게 묻는다.


"엄마, 엄마가 한 거 너무 예쁘다. 나 하나만 주면 안돼?이건 뭐야?"

"이건 꽃 초밥이야. 이건 꽃으로 만든 스프. 엄마꺼 하나 줄게. 근데 엄마 눈엔 소은이가 한 것도 정말 예뻐."


그렇게 우리는 자연으로 차린 밥상을 사이좋게 나누어 먹고 토끼풀로 꽃반지를 만들어 서로의 손가락에 끼워주면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밥을 먹은 후에는 나란히 해먹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사방을 가득 채운 매미들의 합창을 들으며, 우리가 좋아하는 노래를 큰 소리로 함께 불렀다.


나는 왜 자연을 좋아할까. 생각해보니 이유는 단순했다. 자연 속에서 아이는 더없이 건강하고 자유롭다. 그리고 자연 속에서 나는 더없이 평온하고 행복하다.


이렇게 아이와 내가 함께한 이 시간은 내 삶에서 가장 빛나는 장면 중 하나가 되었다. 마흔 두 살 엄마와 여덟 살 아이가 함께하는 다시는 똑같이 반복되지 않을 우리들의 여름.


나는 다짐한다.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순간들을 놓치지 말자.

그 어떤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지금 내 옆에 있는 이 아이의 웃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지.


우리의 여름은 이렇게 찬란히 빛난다. 다시 오지 않을 너와 나의 이 시간을, 나는 마음 깊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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