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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무섭고 싫어요.

24개월~36개월 돌 이후부터 세 돌 무렵

by 강진경

지난 글에서는 24개월 이전의 영아 수면과 잠투정에 대해 알아보았다.


https://brunch.co.kr/@ella1004/80


이번 글에서는 24개월~36개월 시기, 돌 이후부터 세 돌 무렵의 수면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이 시기는 아이들의 호기심이 왕성해지고 고집도 점점 세지는 시기이다. 눈은 졸린데 잠자기를 거부하는 아이들이 많다. 체력도 더 좋아져서 밤늦게까지 자지 않고 버티기도 한다.


아이들이 안 자려고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부모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분리불안'의 심리가 이 시기의 특징으로 꼽힌다. 잠이라는 것을 부모와의 이별로 받아들이게 되어 밤이 되면 불안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밤이 지나면 다시 아침이 오고 다시 엄마, 아빠와 놀 수 있다고 계속 설명해주어야 한다. 36개월 이전에는 내일이 온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해서 잠을 자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 자는 동안 엄마가 바로 곁에 있음을 말해주고, 아이가 잠들때까지 부모가 함께 있는 것이 좋다.


한편 이 시기는 아이의 인생에 여러 새로운 사건들이 많이 생기는 시기이고, 이러한 요인이 수면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기 시작하면서 첫 기관 생활을 하며 받는 스트레스도 수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동생이 생기며 그 동안 독점해왔던 부모와의 사랑을 나누게 될 때 아이가 겪는 스트레스도 상당하다고 한다. 오죽하면 남편이 불륜을 저지렀을 때의 심정이라 비유를 할까. 이 밖에도 친구와 잘 놀지 못했거나 바깥 활동을 하면서 오는 불안도 잠을 들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한편 이 시기에는 점점 영상물에 노출이 되면서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는 강한 자극 등이 문제가 된다. 낮에 본 자극적인 영상이 떠오르고 여기에 상상력이 더해져 무서움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 시기의 아이들은 깜깜한 밤을 무서워하는데 바깥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차 소리나 비가 오는 소리, 개 짖는 소리 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간혹 성장통 때문에 다리가 아파서 깨는 경우도 있는데 성장통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돌 이전의 영아 수면이 기질적 요인이 강하다면, 돌 이후부터 세 돌 무렵까지는 이렇게 심리적인 요인이 수면 장애를 일으키는 큰 요인이 된다. 물론 12개월은 임의로 나눈 것일 뿐, 아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그럼 이럴 때는 아이를 어떻게 달래주면 좋을까? 다 아는 이야기지만 아이와 함께 누워 품에 안아 재우거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계속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다. 또 그림책을 읽어주는 방법 등을 이용해 안정된 마음으로 잠들도록 도와야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인형이나 담요 등을 활용해서 그 물건을 안고 잠들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조용한 상태와 은은한 조명으로 잠들기 위한 환경을 만들고, 자기 전에는 간단한 수면 의식을 갖는 것이 좋다.


소은이의 경우 20개월까지는 누워서 자지 못했고, 20개월이 되어 이사를 하면서 차츰 누워서 자는 습관을 들일 수 있었다. 자기 전에 따뜻한 물로 씻고, 집에 불을 끄고, 예수님상 앞에서 하루를 정리하며 기도를 한 후 마지막으로 창 밖을 내다보며 별님과 인사를 하는 것이 우리의 수면 의식이었다. 이렇게 규칙적으로 같은 일과를 반복하면 뇌에서 옥시토신이나 멜라토닌과 같은 호르몬이 분비되어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고, 잠을 자야한다는 것을 받아들인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소은이가 어떤 아이인가. 아무리 일관성을 가지고 수면 의식을 진행해도 소은이는 잠을 자지 않았다. 이렇게 수면 의식을 다 하고 침실로 들어가 함께 누우면 자기 싫다고 발버둥치고, 소리를 지르고 울거나 뛰쳐 나오는 날이 대다수였다. 운이 좋아 얌전히 침실에서 그림책을 읽으면 한 시간을 읽다가 잠이 오면 그때부터 다시 짜증을 내고 울기 시작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랄까.


설상가상 28개월에 어린이집에서 겪은 일이 기폭제가 되어 한바탕 난리를 겪고 나서(이전 글 '우리 아이는 불면증인걸까?' 참고), 수면 문제가 절정에 달했고, 소아정신과 진료도 보고 한의원에서 약도 지어봤지만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특히 29개월 무렵 내가 복직을 하면서 상황이 더 안좋아졌다. 나는 아침 일찍 출근해야 했고, 저녁 늦게서야 소은이를 만났다. 엄마와 낮 동안 떨어져 지낸 아이는 밤에도 계속해서 불안감을 보였다. 손톱 주변의 살을 모두 뜯어 열 손가락에 밴드를 붙여야했고, 입술도 쥐어 뜯어 피가 마르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마음으로 편안히 잠드는 것 자체가 불가했던 것 같다.


물론 워킹맘을 둔 모든 아이가 이렇지는 않겠지만 우리집의 경우 어린이집 사건과 나의 복직이 맞물려 더욱 사태를 악화시켰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암진단이었다. 아이가 38개월 때, 유방암을 진단받고, 휴직을 하면서 아이 곁에 있게 되자 아이는 차츰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게 되었다. 이 시기 아이의 심리적인 요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물론 우리집과 같은 특정 사건을 겪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이 시기의 아이들은 첫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또 동생이 생기면서, 여러 가지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수면 장애가 올 수 있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자극적인 영상물에 노출되면 그것이 수면을 방해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양육자는 수면 의식이나 수면 규칙과 같은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편안히 하고, 정서를 안정시켜주는 것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면 좋겠다.


<아이를 위한 꿀팁>

1) 아이의 정서를 안정시켜 주세요.

두 돌 이전의 영아 수면이 기질적 요인이 강하다면, 두 돌 이후부터 세 돌 무렵까지는 심리적인 요인이 수면 장애를 일으키는 큰 요인이 됩니다. 특히 이 시기는 아이가 첫 기관생활을 시작하거나 동생을 만나게 되면서 정서에 큰 변화를 겪을 수 있으니 아이의 정서를 안정시키는 데 힘을 기울여주세요.


2) 잠자기 전, 자극적인 영상은 금물.

낮 시간에도 자극적인 영상은 자제해야겠지만 특히 잠자기 직전에는 스마트폰을 보여주거나 TV시청을 하는 것은 금물이에요. 내용이 유아용 만화라 할지라도 아이에게 강한 기억으로 남아 수면을 방해할 수 있으니 자기 전에는 영상을 보여주지 말고, 조용한 자장가를 틀어 수면 유도를 도와주세요.


<엄마를 위한 꿀팁>

1) 수면 의식이나 수면 규칙에 집착하지 마세요.

수면 의식을 일관성 있게 해도, 수면 규칙을 세우고 엄격히 지키려해도 좌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기에 집착하면 '왜 우리 아이는 안 되는 것일까.'하고 엄마가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특히 자기 전 아이가 자꾸 먹을 것을 달라고 하거나 물을 마시고 싶다고 하며 밖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요. 절대로 안된다고 아이와 실랑이를 하다보면 오히려 잠이 다 깨는 경우가 있어요. 침실로 가기 전에 먹기로 규칙을 정하거나 우유나 쥬스 대신 보리차를 주는 등 융통성 발휘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2) 워킹맘의 경우 퇴근 후 밀도 있게 아이와 놀아주세요.

워킹맘은 아무래도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적다보니, 아이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엄마에게 서운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요. 사실 아이는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보다 함께 하는 순간의 밀도가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엄마 다리로 미끄럼 태우기, 간지럼 태우기, 목마 태우기 등 스킨십을 나누는 놀이가 좋습니다. 퇴근하고 돌아온 엄마도 힘들겠지만 짧은 시간 강렬한 놀이가 생각보다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어요.

처음부터 보기

https://brunch.co.kr/@ella1004/50



photo by Bastien Jaillo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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