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레니 Jun 18. 2023

어느새

나는 절대 계획하지 않은 일

  어느새 나는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결혼을 시작할 때는  아이의 엄마가  거라고 확신했다. 첫째 아이를 낳고 육아로 힘들었지만 그래도 나의 계획대로 둘째 아이를 낳았다. 물론 나의 계획이 100프로 원하는 대로만 이행되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둘째가 빨리 찾아온 (?) 연년생 형제를  엄마가 되었다. (나의 계획은 야심 차게도   터울 남매를 갖는 것이었다.)


  그래도 얼추  계획을  이행했다고 생각하며 방심한 어느 날 셋째 아이가 찾아왔다. 와우! 나는 임신테스트기를 남편에게 보여주었고 남편도  표정이었다. 와우!!!!(어쩌지?????????!!) 그리고 우리는 막내딸이 생겼다. 모두들  조화에 대박을 외친다.


  여하튼 나는 어느새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결혼 전에는  번도 생각해 본  없는  아이의 엄마. 나의 계획에는 없던 세 번째.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이어서 당혹스러운 나와는 다르게 주변의 다른 사람들은 셋째가 아들일까 봐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미 나에게 찾아왔는  어쩌겠는가. 나는 ‘이미 정해진 건데 걱정해 봐야 소용없어’ 라며 오히려 걱정하는 다른 사람 다독였다. 주위의 걱정이 하도 많아 성별이 아들로 판명되면 내가 이걸 어떻게 전해야 그들에게 충격이 덜할까 고민을 할 정도였다.


   아들을 양손에 잡고 불룩한 배로 엘리베이터를 타면 어쩌다 만나는 나이가 지긋하신 아주머니들은 셋째는 아들이냐 딸이냐를  물으셨다. ‘딸이래요’라고 하면 다들 잘했다며 내가 자기 조카딸이라도 되는  좋아하고 축하해 주셨다. 처음엔 나도 기분이 좋았지만 계속 반복되니 그런 축하도 약간은 이상하게 느껴졌다. 아들이라고 했다면 예상되는 반응이 떠오르자 왠지 씁쓸했다. 내가 셋째도 아들이길 바랄 수도 는 엄마라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감사하지만 그저 달갑지만은 않은 축하들이었다.


  사실 나는 성별에 관해서는 정말 괜찮았다. 둘째를 임신했을  딸을 기대하고 있다가 성별을 확인하고 실망한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아니 어쩌면  아이를 만나던 그 순간부터 절대 딸로 바꾸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둘째는  자체로 사랑할  있는 기쁨의 경험을  아이이다. 나는 셋째가 아들이어도 분명 너무나 사랑스러울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들의 엄마들이 딸을 부러워할 수는 있겠지만, 만약 그들에게 자신의 아들을 딸로 바꿀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회를 취하는 엄마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절대 계획하지 않은 일이 나에게 놀라움과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이런 것을 인생의 묘미라고 하는 것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