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산책

by 엘리준 Ellie Jun


산책길 @Setauket

해가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저 너머 어디선가 날 비추고 있다는 거.


굳이 잎을 흔들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날 반기며 미소짓고 팔벌려 응원한다는 거.


귓가에 새소리 날 위해 노래하고,

바스락 다람쥐들 숨바꼭질하며 친구되니,


절름거리던 발에 힘이솟고

가득 담은 소망에

다시금 세포 하나하나에 기운이 돋지요.


궂은 날에도 호흡하며

이렇게 걷고 있다는 거,


그거 행복입니다.




= 작가의 생각노트 =


8년 전,

허리디스크로 1년 동안 무척 애를 먹은 적이 있습니다.

의자에 앉는 것도,

옷을 입는 것도,

화장실에 가는 것도,

몸을 굽혀 샤워를 하는 것도


이런 일들조차 버거워하며

눈물 흘렸던 밤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 때 참 많이 걸었습니다.

디스크에 걷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기에
매일 아침,
참 많이 걸었습니다.

허리를 굽히지 못해도, 진통제 먹고, 주사 맞아가며

그래도 걸을 수 있음에 감사했던 날들이었습니다.

참 행복한 산책이었다 하게 됩니다.



그 누군가에게는
반짝이는 햇살아래 산책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걸음일 것입니다.

행복은 작고 사소한 것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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