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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Feb 08. 2019

화장솜으로 지워지는 ME의 기준

한국의 대표적인 화장품 로드샵 브랜드의 어떤 광고에서는 다양한 개성을 지닌 여자 모델들이 차례로 자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유행에 휩쓸리지 않으며, 단점까지도 매력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거죠.


(화장대 앞에서 화장을 하는 여성의 모습, 언더웨어만 걸치고 당당하게 앉아 있는 모습, 쇼핑백을 두 손 가득 들고 신나게 조잘거리며 뛰어가는 여성무리가 차례로 비친다.) 


“우리는 바랍니다. 당신이 더 대담해지기를.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알고 반짝이며 감추기보다 드러내고 세상의 기준보다 당신의 기준을 따르기를. 이제 시작합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을 찾는 일. 언제나 당신이 스스로 빛날 수 있도록. Me의 기준.”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깨닫자고? ‘세상에 게으른 여자는 있어도 아름답지 않은 여자는 없다’는 말을 돌려서 하고 있는 건가? 아니, 그리고 애당초 단점이 꼭 매력적으로 비춰져야만 포용할 수 있는 존재인 거야? 그냥 그대로 내버려두면 안되나? 결국 화장을 하지 않고는, 꾸밈노동 없이는 나에 맞는 단점을 매력으로 승화시킬 수 없다는 뜻이잖아. 






이 ‘ME의 기준’이라는 광고가 나오기 3년전,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로레얄에서 먼저 World of Beauty라는 타이틀의 프로모션 영상을 발표했었다. 세계 여러 국에 지사를 가지고 있는 로레얄이 나라별 수도를 방문하여 길거리 여성들을 무작위로 인터뷰한 영상이었다. 주제는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다. 


"I think beauty is an attitude." 

- 아름다움이란 '태도'라고 생각해요. 


"Beauty is empowerment, self-confidence, self-discovery, beauty is feeling free."

- 아름다움이란 '유능감', '자신감', '자기발견', 그리고 '자유로움'이에요.


"Beauty is being natural, trying to kind of embrace all of your natural attributes."

- 아름다움이란 자연스러운 내가 되는 것, 자신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모든 측면들을 포용하려 노력하는 것이에요.


"Beauty is energy"

- 아름다움은 에너지에요. 


 "To me, beauty is the ability to be yourself and do whatever makes you feel the best."

- 제게 있어 아름다움이란,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하는 거에요. 


"Beauty is more of an experience, something natural, something clear."

- 아름다움이란 경험에 가깝죠. 자연스럽고, 선명한 경험이요.


"I think for me a personal moment of beauty is being surrounded by the people that I love."

-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가 ‘아름다운’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녀들은 ‘개성 있는’ 화장이나 스타일로 개인의 아름다움을 정의하기 보다는 삶을 대하는 태도, 자신의 감정, 주변 환경들을 통해 아름답다는 형용사를 풀어내고 있었다. 3년이 지난 오늘날에 아직도 우리가 외적인 아름다움에만 골몰한 채 한치도 발전되지 못한 명제 속에 갇혀 있을 때 말이다. 






다시 초반에 언급한 화장품 로드샵 브랜드의 광고가 플레이 되고 있는 유튜브 채널로 돌아가 보자. 


“여성은 언제까지 보여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걸까요? 언제까지 외모가 예의이며 매력이여야 할까요? 매일 아침 졸린 얼굴에 파운데이션을 찍어 바르며, 온갖 화학성분이 뒤섞인 색조 화장으로 음영을 넣는 고생을 하지만 그렇게 노력함에도 번진 화장, 피부트러블을 지적 받으며 살아야 할까요? 왜 화장이 예의라 설파하는 이들의 얼굴엔 정작 예의가 없는 건가요? 그런 사람들 앞에서 ‘이것이 나의 美’라 말하며 당당하라고요? 구두약과 성분이 비슷한 파운데이션과 립스틱으로 가려야 얻도록 만든 당당함이 영원하긴 한가요?”


해당 영상에 달렸던 댓글창에는 사회생활 속 꾸밈노동에 지친 한 여성 구독자의 토로가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알고 반짝이라는 광고 속 여성의 대사와 교차되며 어지러이 뒤섞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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