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새 이야기

by 엘리

경주에서 대전으로 이사 오게 된 집 또한 주택이었는데 큰 마당이 있는 곳은 아니었고, 대문으로 좁은 길을 지나야 현관문이 나오는 구조였다. 현관문 옆쪽으로 지하창고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고 반대편으로 빨래를 널수 있는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그리고 그 옆에 부엌에 연결된 가스통이 있었다.

더운 여름에 방충망이 달린 미닫이 중문을 닫고 현관문의 고리를 그 가스통에 긴 줄로 묶어 고정해 열어 두고는 했었는데 들어오는 모기는 막고 통풍시키려는 목적이었다.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학교에서 돌아와 대문을 지나 현관문의 고리에 달린 줄을 가스통에 묶고 중문을 여는데 갑자기 참새 한 마리가 그 문으로 쑥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새를 관찰하고 싶고 또 순간 잡아둬야겠다는 마음이 앞서 중문을 닫고 아무 생각 없이 현관문을 끌어당겨 버렸다. 그 순간 깡- 하는 소리와 함께 가스통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고 부엌 가스레인지와 연결된 호스가 쉭 하고 빠진 듯한 소리가 들렸다.

등줄기가 오싹해지고 가스가 새서 여기 근처에 작은 불씨라도 키면 집이 다 날아가 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새는 날다가 안방 쪽으로 들어갔고 재빨리 안방문을 닫은 다음 현관문을 잠그고 부모님의 가게로 달려갔다.

심장이 팔딱팔딱 뛰는 것과 별개로 얼굴은 사색이 되어 엄마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아빠는 재빨리 집 쪽으로 뛰어 가스통을 세우고 빠진 호스를 연결했다. 굳게 다문 입술로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다시는 그러지 마라'던가 왜 그랬냐고 혼이라도 났으면 마음이 오히려 편했을 텐데, 새 밖으로 내보내라는 말만 남기고 아빠는 가게로 돌아가셨다.


부모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지난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는 참 말 안 듣는 아이였다. 잠시 본 참새지만 작고 귀엽고 예뻐서 바로 풀어주지 말고 조금 더 보다 놓아주자 하는 마음으로 집에 들어가 안방 문을 열었다. 혼자 열심히 날다가 어딘가 부딪힌 건지 바닥에 가만히 앉아있는 참새를 발견했다. 순간 철렁했는데 내가 다가가자 날갯짓하며 다시 날아올라 깜짝 놀라고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지르고 다시 문을 닫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시간은 흘러 저녁이 되었고, 집으로 돌아온 아빠는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은 딸을 혼내기보다 어떻게 하신 건지 나무 구슬을 꿰어 만든 속이 반쯤 비어버린 목침에 참새를 넣는 데 성공하셨다.

-너는 새가 들어왔으면 그냥 내보내면 되지 뭐 한다고 잡으려고 해서 이 사단을 만드냐? 일단 오늘 밤만 옆에서 두고 보고 내일 풀어줄 거야. 뭐 줄 게 있나 봐야겠네.

-고맙습니다.


한 번도 집에 병아리를 데려와 길러본 적 없는 동생은 참새가, 그러니까 새가 집에 있다는 사실이 신기한 듯 한참 바라보다 “그런데 너무 불쌍하다.” 한마디하고 일어났다.

나는 마음이 무거웠고 참새에게 미안해졌다. 자유롭게 날아야 하는 새를, 어딘가에 자신만의 보금자리인 둥지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내 욕심에 가둬둔 것이 큰 잘못이라고 생각되었다. 다음 날 아빠가 집 근처 어딘가에서 살았을 수 있으니 너무 멀리까지 가서 놓아주면 안 되겠다고, 동네 초등학교가 있는 뒷산에 풀어주고 오겠노라 하셨다.

‘다시는 이러지 말아야지.’ 나는 다짐했다.


집으로 돌아오신 아빠는 경주에서 키웠던 앵무 한 쌍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셨다. 말을 따라 하지 못했지만 아빠를 반가워하며 노래하던 연둣빛과 레몬색 깃털의 앵무새가 길고양이에게 물려 죽었고, 새의 사체를 치우면서 너무 속상하고 미안했더라는 이야기. 왜 그날 하필 부엌문이 열려 있던 것인지 알 수 없더라는 이야기.


먹이를 주던 아빠를 알아보고 풀어놓으면 아빠 어깨나 머리 위, 손가락에 앉으면서 곧잘 따르던 새들이 그렇게 되니까 새장 안에 가둬둔 것이, 그리고 고양이가 닿을 수 없는 위치까지 옮겨놓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는 이야기. '그러니 새를 키우는 일은 앞으로 없을 거야.' 라며 말을 마치셨다. 나는 스스로도 결심한 것이 있었기에 그러겠노라고 답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참새야. 이름도 지어주지 못했지만 사실 그럴 필요도 없었을, 자유롭게 날다가 갇히는 공포에 떨었을 작은 새야. 목침 사이로 살짝씩 빠져나오는 깃털과 다리 만졌을 때 가만히 있어 줘서 고마웠어. 파닥이거나 손을 쪼아 상처를 낼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야. 그리고 무식하게 내 욕심대로 널 잡으려고 했던 것 정말 미안해.

*글/그림 제가 다 작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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