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길치
오늘도 30분만 하고 휴대폰을 내려놓겠다는 내 다짐은 실패했다.
멋지고 있어 보이는 다른 이들의 일상이 왜 이렇게 매력적이고 흥미롭게 다가오는지 정신을 차려보면 1시간도 넘게 SNS를 들여다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도 계속 이 일을 했으면 이 사람처럼 팔로우가 많았을 텐데.. 나도 이걸 배워서 꾸준히 했으면 인기 유투버가 돼서 한 달에 얼마 정도는 우습지도 않게 벌었을 텐데.. 나도 이 정도는 할 수 있는데-'
열심히 타인의 삶을 들여다본 후에 찾아오는 묘한 시기와 질투, 그리고 불안감.
특히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이름이 알려진 이들의 작업물을 볼 때마다 과거의 내가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 지금의 내 모습도 저들과 다르지 않았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같이 묻어온다.
그러다 이내 의기소침해지고 시무룩해져서 로또나 되면 좋겠다 라는 결론으로 끝나는 일상이 지속되었다.
어느 누구인들 남을 내 인생과 비교하며 부러워하고 내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에게 주어진 삶을 기쁘고 즐겁고 소중하게, 하루하루 일에 집중하며 몰두하고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는 인생을 살고 싶을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그런데 이렇게 내 시간들을 흘려보내고 있다니..
지금 내가 할 일은 다른 이들이 이미 이뤄놓은 결과물을 바라보며 생각 없이 멍하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게 아니라 내가 가고자 하는 인생의 방향을 정하고 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길을 많이 잃었었다. 미술에 소질이 있다는 소리도 듣고 또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택한 전공이 직업이 되었을 때 겪게 되는 어려움은 생각보다 힘들었고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가질 때 행복한 거다 라고 결정 내리고 더 이상 디자인 회사에 이력서를 넣지 않았다.
영어 공부를 하고 토익시험을 통해 좋은 점수를 얻어 외국계 회사에서 마케팅 관련 일을 하며 진급과 성과에 정신을 쏟아도 보았고 더 좋은 조건으로 다른 무역회사에 입사했을 때 전공과 상관없는, 무료한 일이지만 안정된 급여에 나태한 직장인으로도 지내보았다.
그 사이 잘하다고 생각했던 외국어도, 나름 센스 있다고 여기던 디자인 실력이나 그림 그리기도 모두 예전보다 뒤처지고 볼품 없어져버렸다. 누구에게도 자신 있게 내보일 만한 패가 없는 스스로가 한심한 인간.
남들이 뭐라 하든 나 스스로는 나를 인정하고 아껴주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었다. 나는 나를 아니까.
성실하지 않게 보내온 시간들과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모습. 어디에 쏟아야 할지 몰라 방황하던 열정.
무기력하게 살지 않고 생기 있게 살고 싶어서 눈물 흘렸던 그날,
바닥을 차고 올라왔던 그때부터 오늘까지 실천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매일 한 장씩 그림 그리기.(주말 제외)
매일 한 단원씩 영어 공부하기.(주말 제외)
매일 한 문장이라도 글쓰기.
배워보고 싶었던 공예 관련해서 스케줄 문의도 해 보고 소설을 쓰기 위한 자료조사나 주제도 잡아보는 요즘 나는 내가 마음에 든다. 전에 비해 아주 조금. 태생이 게으르며 나약하지만 이번에는 나의 집요함이 만족한 길을 찾아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얻은 자신감과 그날의 볼을 타고 흘렸던 뜨겁고 짠 눈물의 의미를 기억하자. 사람은 다 자신만의 때가 있다는데 활기를 되찾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2021년의 9월. 내 할 일 하자. 딴짓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