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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는 솜사탕, 아내에게는 가시

남편의 언어

by 김태호

내 목소리는 귀에 익숙합니다.

그러나 기계에 저장된 소리를 듣는 순간,

내가 아닌 것 같음에 놀라지요.


평생 내 얼굴을 내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처럼

모두가 듣는 내 목소리를

나만은 들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거울 속 모습과

귀에 들리는 음성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것으로

착각하며 평생 살아갑니다.


목소리와 거울처럼 우리의 착각은

표정, 그리고 말투에서도 반복됩니다.


내가 상상하는 표정과 생활 속 인상은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가끔 나도 모르게 찍힌 사진이나 영상 속

표정이 생각과 달리 어둡거나 냉정하니까요.


일상 속 말투도 예상과 달리

거칠거나 과격할 수 있고

반대로 소심하거나 답답할 수도 있어요.


"에…,에…." 하거나 "어…, 어…." 하는

본인은 모르는 언어적 습관,

특정 단어의 끝을 올리거나

사석에서와 공적인 자리에서

의도치 않게 말투가

완전히 달라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쯤 되고 보니 친구의 전화와

사랑하는 연인의 전화를 받을 때

말투가 달라지는 건 모든 걸 떠나 자연스러운

본능인지도 모르겠네요.


"오빠, 애들한테 말할 때와 내게 말할 때

말투가 많이 다른 거 알아?"

"무슨 소리야? 내가 다르긴 뭐가 달라?"

"다르지도 않고 다를 이유도 없어. 오해하지 마."


큰 아이가 여덟 살 되던 무렵

아내가 담담한 표정과 음성으로

남편의 말투를 지적합니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여겼어요.

다를 리 없다고 확신했지요.

아내도 애들만큼 사랑스러우니

대하는 마음과 말투는 같을 수밖에 없다고

우겼으니까요.


저는 단호히 부정했지만 사실은 달랐습니다.

아내와 통화를 하다가 딸을 바꾸면

내 말투는 누가 들어도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달콤하게 변했습니다.

아내의 요구나 물음에는 시큰둥하거나 심지어

가시처럼 반응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아이들의 원하는 음성에는 토끼 귀를 세우고

램프의 요정처럼 반응했지요.


아내의 지적 이후 상황을 돌아보며

저는 깨달았습니다.

말투는 마음에서 오는 버릇이라는 사실을요.


버릇이란 자꾸 반복한 자신의 행동입니다.

행동은 결국 마음에서 오고

마음에서 온 말의 온도가 버릇이 되며

그 사람의 말투가 됩니다.


그러므로 남편의 말투는 아내에게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딸바보 아빠의 반응과

자신에게 향하는 태도를 비교하며

마음을 확인하니까요.


언어의 수준은 지식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말의 품격은

마음의 온도와 사랑으로 결정됩니다.


나는 오늘 내 말투를 점검하며

한 마디 한 마디 따스하게 채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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