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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피쿠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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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수 Jul 28. 2024

피쿠

알 수 없는 버스

 혼자 방 안에 있으니 편안했다.


누구와도 말하고 싶지 않았고 늘 혼자 있는 게 편했다. 늘 그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였고 일곱 시 반 즈음이 되어서 피쿠가 돌아왔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피쿠 밥은 더 많이 푸라고 핀잔을 주었다. 차려진 음식은 소박했지만, 밥상이 꽤 무거워서 할머니는 휘청거렸다. 피쿠는 얼른 부엌으로 달려가서 할머니의 밥상을 가지고 거실로 나왔다. 이 외에 식사 후 설거지도 하고 밥상도 닦으며 할머니를 도왔다. 나는 그런 피쿠를 뒤로 하고 방 안으로 돌아와 새로운 소설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집안일을 하던 피쿠는 아홉 시가 다되어서 방으로 왔다. 나는 피쿠가 들어오자 자물쇠 거는 구멍에 숟가락을 꽂았다.

 

 “이건 왜 그러는 거야?”

 피쿠가 물었다.

 “아, 할머니 할아버지 들어오지 말라고 걸어뒀어. 혼자 있고 싶댔잖아.”

 피쿠는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농담이고. 사실, 우리 집이 잠금장치가 없잖아. 대문도 부서졌고, 그래서 모르는 사람 들어올까 봐 걸어놓은 거야.”

 그 말에 피쿠가 나를 쳐다봤는데 그의 눈망울이 흔들리고 있었다. 피쿠는 조용히 이불 없이 베개만 바닥으로 가져가 뱄다. 나는 하나 남는 이불을 피쿠에게 던져주었다.


 “고마워. 근데 넌 이름이 뭐야?”

 “현.”

 피쿠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장을 주시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지긴 했지만 나는 묻지 않았다. 그리고 잠들었다.


학교를 갔다 와도 피쿠는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볼일이라도 있는지, 저녁만 되면 어딘가 들렀다 왔다. 다행히도 저녁 먹기 직전에는 항상 돌아와서 꼬박꼬박 숟가락을 얹었다.      


 그렇게 우리는 초겨울에 만나 겨울 끝자락까지 함께 지냈다. 오늘도 어김없이 피쿠는 저녁 먹기 전에 어딘가로 사라졌다. 왠지 오늘은 피쿠를 미행하고 싶었다. 피쿠의 뒤를 쫓고 있는데 그는 점점 음산한 숲으로 들어갔다. 이러다가 들키면 큰일 나는 것 아닐까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피쿠는 어떤 작은 버스 앞에 섰고 잠시 그곳에 들어가더니 얼마 되지 않아 나왔다. 양손에는 망치와 톱이 쥐어져 있었다.

 나도 모르게 놀라서 악 소리를 냈다. 얼른 자리를 뜨려 하는 순간, 피쿠가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망치와 톱을 들고 다가온다. 나는 힘껏 뛰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졌고 눈앞에 피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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