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 살던 동생 연후가 죽었다. 나와 연후의 방이 더 이상 안락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숨을 잘 쉬어내고 싶을 땐 마당으로 나간다. 그곳엔 오랜 시간 살구나무였던 밑동이 자리 잡고 있다. 밑동을 볼 때 나는 나이테보다 빗금에 눈이 먼저 간다. 연후가 나무였다면 얼마나 많은 빗금을 남겼을까.
밑동에 앉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울게 된다. 그럼에도 이곳에 앉는 이유는 울어야 되기 때문이다. 우는 동안엔 잠시나마 가슴에 고여 있던 갑갑함이 해소된다.
"밑동에 앉아 있으면 꽃을 보게 돼."
언젠가 연후가 내 손을 꼭 잡으며 한 말이다. 번번이 우리는 나이테를 위해 기도하고 빗금이 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빗금이 아프다.
연후가 죽고, 매일 나는 방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방에서 이곳으로 돌아오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