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기억 속 살아있는 것은 실제로 존재하고 있을까요. 책임을 질 수 없어서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보이지 않으면 없는 일이 될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무관심을 노력합니다. 가늠하기 어려운 것은 상처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떠나도 거짓말은 계속됩니다. 어처구니없게도 세상은 홀로 살아갈 수가 없으며 이방인은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게 됩니다. 아아 뭐든 영원하지 않다니요. 한결같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다니요.
생각과 감정이 목구멍에 걸려 게워내고 반복은 가망 없음으로 이어집니다. 포기하기 전까지는 열과 성을 다한 것 같습니다. 끝까지 안 가는데 무슨 최선이냐 이게 무슨 모순이냐 할 수 있겠지만 어쩌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생겨먹는걸요. 입버릇처럼 최선을 모른다고 하지만 이는 실패한 저를 위한 그럴듯한 변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마지막이 지랄나도 금방 털어버리고 일어났는데요. 계속해서 하고 싶은 일이 생기었으니 그로 충분하다고 여겼습니다.
몇몇은 제게 일을 그만두고 푹 쉬어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쉬는 게 뭔지를 모르겠더라고요. 성공에 대한 열망이 이상한 집착이 되어서 쉴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잘 살고 싶었습니다. 열심히 사는 사람 말고 잘 사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러나 현실의 저는 언제나 아등바등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허무에 질식할 것만 같아 사랑에 몰두하였지요. 몸이 맞닿는 순간에는 충족을 느끼지만 감정은 참 쉽게도 퇴색됩니다. 하루하루 더욱 진행되는 와중 부가적인 일을 놓을 수 없으니 말입니다. 우선순위의 혼돈 속에서 관계는 용용 죽겠지 잘도 엉망으로 향합니다. 욕심이 드글드글한 것입니다. 지금 제 눈에 보이는 것이 유일한 기회로 여겨집니다. 물론 저의 삶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을 수 있음을 이해합니다. 더 나락으로 처박힐지도 모르는 일이죠.
여유라는 것이 왜 이리 멀게만 느껴질까요.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저에게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상상하고 불안해하는 스스로가 못 견디게 낯설게 느껴지면 연기를 시작합니다. 행복하게 보이는 방법은 쉽죠. 숨죽이며 얼굴을 마구마구 구겨보아요. 붉은 옷, 초록으로 칠한 손톱, 고여 있는 물, 습관적 음주, 그리고 깔깔대는 입.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작별을 실감했더라요.
내적 현실과 외적 현실은 어떻게 분리시킬 수 있습니까. 영원적인 초월은 알 수 없고 제가 바라보는 모든 것에는 제가 투영되어 있겠지요. 불안한 것에 끌림을 느끼는 불안한 저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조그마한 방 안에서 아주 약간의 새로움이라도 맛보겠다며 이리저리 가구를 옮겨봐도 제 방은 제 방일뿐입니다. 의지할 곳을 필요로 하면서도 동시에 쳐부수는 모양새를 갸우뚱하다가 마침내 제 풀에 지쳐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