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 속에서 배우는 논리와 협력
우리 가족은 보드게임을 좋아한다. 저녁 시간 또는 주말에 종종 모여 보드게임을 하는데, 하다 보면 두세 시간 순삭은 기본이다. 요즘 주로 즐겨하는 게임은 '카탄(Catan)'이라는 게임으로, 독일식 전략 게임이다. 도로와 마을, 도시를 건설하여 자원을 얻고 다른 플레이어와 거래 흥정도 하며 확장하며 승점을 모아가는 방식이다.
이제는 꽤나 집중력이 좋아져서 한 번 몰입하면 그 자리에서 몇 시간이고 한다. 하다 보면 더 유리한 방식을 알게 되어 점점 더 전략을 잘 세우게 된다. 때로는 상대방이 좋은 자리를 선점해 속상해서 열을 올리기도 하고 선택에 후회를 하기도 하지만, 자원을 모으고 교환하는데 진심인 아이들을 보니 흐뭇하다.
아이들은 자원을 교환할 때마다 서로의 전략을 비교하고, 누가 어떤 방식으로 다리를 건설하려는지 예측하며 토론한다. 예를 들어, 큰아이는 "나무 2개 줄 테니까 밀 하나랑 바꾸자."라고 제안하기도 하고, 둘째는 "나는 밀이 없는데 철이랑 바꾸면 안 돼?"라며 서로 윈윈 하는 전략을 세운다. 어떻게 보면 단순해 보이는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전략과 논리의 중요성, 경우의 수를 따져보는 사고를 절로 하고 있었다. 문제집이 아니라 놀이를 통해 수학적 사고를 배우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보드게임이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놀이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게임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서 엄마로서 왠지 모를 감동을 느꼈다. 어떤 방법이 더 좋을지 고민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모습에서 언제 이렇게 많이 컸냐 싶기도 했고, 미래 아이 모습을 투영해 보는 것 같아 괜히 대견하게 느껴졌다.
수학적 사고란 단순히 문제를 푸는 기술이 아니라,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 '카탄(Catan)'에서는 자원을 모으고 거래하며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승점을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는데, 이런 과정이 바로 수학적 사고를 기르는 데 큰 도움을 주는 것이다.
또 다른 즐겨하는 게임으로 '우봉고(Ubongo)'라는 보드게임이 있다. 주어진 시간 안에 다양한 모양의 조각을 이용해 퍼즐을 완성하는 게임인데, 입체 도형 조각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회전시키거나 배치 순서를 고민하면서 공간 지각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이렇게 우리는 게임을 통해 논리 사고와 창의적 사고를 자연스레 키워나간다.
수학적 사고는 학교 성적만을 위한 게 아니다. 성장하면서 마주하게 될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꼭 필요한 능력이다. 복잡한 결정을 내릴 때 어떤 선택이 가장 좋은지 판단하거나, 데이터를 분석해 정확한 결론을 내리는 일도 수학적 사고와 연관되어 있다. 미래의 세상에서는 이런 능력이 더 중요해질 거라 생각한다. 사회는 점점 복잡해지고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된 문제들이 많아지는데, 이런 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이 능력이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각각의 단계를 논리적으로 계획하고, 결과를 예상하며 작업을 조율할 수 있게 도와주는 능력인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들과 함께 가정에서 수학적 사고를 기를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이 있을까?
첫째, 가족 게임 시간 만들기를 추천한다.
매주 한 번 또는 격주에 한 번 시간을 정해서 가족 게임 시간을 보내보는 것이다. 보드게임, 숫자 퍼즐, 또는 간단한 문제 풀이 게임을 할 수 있다. 별다른 준비물 없이 할 수 있는 게임으로는 '24 게임' 같은 것이 있는데 숫자를 만드는 게임이다. 숫자 네 개를 각각 더하거나 빼거나 곱하거나 나눠서 24를 만들면 된다. 이는 아이의 수준에 맞추어 얼마든지 변형 가능하다. 이렇게 가족이 함께 문제를 풀다 보면 아이들은 놀면서 연산 능력과 사고력이 자연스럽게 향상될 수 있다.
그 외 시중의 보드게임을 활용하는 것도 실패하지 않는 쉬운 방법이다. 대표적으로 '루미큐브(Rummikub)'가 있는데,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렵다. 가족이 함께 시간 보내기에 제격이다. 이 게임은 숫자 타일을 조합해 규칙에 맞춰 나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아이들은 숫자를 조합하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순발력과 논리력을 키울 수 있다. 이외에도 '체스'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놀이이다. 체스는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며 전략을 세우는데, 특히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사고력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둘째, 생활 속에서 수학을 찾아보는 것이다.
일상에서도 수학적 사고를 연습할 기회는 정말 많다. 가장 일상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곳이 마트가 아닐까 싶다. 아이가 어릴 때는 물건의 합계를 맞추는 게임을 하거나 같은 품목에서 어떤 브랜드의 물건을 살지 결정하는 고민을 함께 해볼 수 있다. 조금 더 컸을 때는 할인율을 계산하며 어떤 물건이 더 경제적인지 따져보는 것도 가능하다. 또는 "20% 할인된 이 물건이 원래 얼마였을까?" 같은 질문을 해볼 수도 있다.
또 다른 활동으로는, 집에서 학교까지 최단 경로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단순히 길을 찾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효율성 판단, 문제 해결 능력과 같은 논리적 사고를 자극한다. 요리를 할 때 재료의 양을 조절해 보며 양을 두 배로 늘리면 얼마가 필요한지 계산해 볼 수도 있다. 주유소에 들러서는 리터 당 가격을 보고 총금액이 얼마 나올지 예상해 볼 수도 있다. 이렇게 생활 속에서 수학의 쓰임을 느끼면 수학이 단순히 문제를 풀기 위한 수단, 문제집으로만 배우는 재미없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 유용한 도구라는 걸 깨닫게 해 줄 수 있다.
셋째, 창의적인 문제 해결 기회를 가져보는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서도 수학적 사고가 자라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방학을 맞이하여 대청소를 함께 해보는 것이다. "우리 집을 더 효율적으로 정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같은 질문을 던지고 아이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그중에서 가장 좋은 방법을 선택하도록 의논을 해나가는 것이다. 장난감과 책을 분류하고, 어떻게 배치하면 더 깔끔하고 효율적 일지 함께 고민해 보는 것도 좋다. 이런 활동은 아이들에게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힘도 길러준다.
수학적 사고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지만 기를 수 있는 능력인 것도 아니다. 생활 속에서 이런 시간들을 꾸준히 쌓아가다 보면,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사이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고 해결할 수 있는 사고력을 갖게 된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생각하고 도전해 보면서 길러진 수학적 사고는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이런 작은 순간들이 모여 아이들에게 값진 거름이 되고 있다 믿는다.
아이들은 단순히 놀이의 재미를 넘어, 문제를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각과 해결 방법을 터득하게 될 것이다. 다양한 도전 앞에서 두려워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며 자신감을 가지고 나아가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부모와의 이런 시간을 통해 아이들은 팀워크가 중요한 상황에서도 빛을 발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이런 과정을 함께하며, 아이들의 미래를 더욱 희망차게 그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