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의 별별 이야기 Jan 26. 2022

개인이 조직과 사랑에 빠지는 이유 마지막 글

Show me the Number

구성원이 조직과 사랑에 빠지는 이유 마지막 화입니다. 이번 화에서는 구성원이 조직과 사랑에 빠진 정도를 진단하는 요인과 요인별 설문 문항 등 구체적인 HOW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지난 화, 개인이 조직과 사랑에 빠지는 이유 ③ 에서는 개인이 조직과 사랑에 빠진 정도를 알기 위해 '무엇'을 측정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씀을 드렸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무엇을 측정할 것인가' 보다 이 무엇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 '어떻게'에 따라 결과의 Quality가 결정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는 담당자의 관점, 믿음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 이유는 개인이 조직과 사랑에 빠짐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에 대한 개인의 답이 모두 다르기 때문인데요. 어떤 이들은 평소 구성원이 회의에 참여하는 정도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회의에 참여하는 정도는 조직의 몰입 정도와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고, 측정하지 않겠죠. 이와 같이 담당자가 무엇을 믿느냐에 따라 무엇을 측정해야 하는지가 달라집니다. 더 정확한 측정을 위해서는 먼저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실험 한 뒤 그것이 실제 상관관계가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위의 회의 참여 정도를 예를 들자면, 가설은 '회의에서의 발언 횟수를 통해 유추한 참여 정도는 그 구성원이 조직에 몰입하고 있음(성과 창출)을 보여주는 지표이다'입니다. 이 가설을 검증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요? 먼저 모든 구성원의 회의 발언 횟수를 체크합니다. 그럼 개인 당 회의 발언 횟수가 나오겠지요? 그럼 그 발언 횟수와 성과와의 상관관계를 보는 것입니다. 발언 횟수가 많은 구성원의 성과가 높다면, 위의 가설은 참, 만약 발언 횟수와 구성원의 성과 간 유의미한 수치가 나오지 않는다면 거짓이겠지요? 


참이라면 앞으로 구성원의 조직에 대한 몰입도를 알기 위해서는 회의 발언 횟수를 측정하면 됩니다. 거짓이라면 다른 요인들을 찾아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본인의 가정을 검증하면서 참인 전제를 하나씩 알아낼 수만 있다면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겠지요? 그러나 문제는 이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첫 번째, 가설을 세우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이 가설이라는 것은 사물의 지속적인 관찰을 토대로 유추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위의 예에서는 평소 구성원의 관찰을 토대로 반복되는 패턴을 찾아 그 패턴을 기반으로 "OO이니 OO일 것이다"라는 명제를 만드는 것이죠. 평소 구성원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행동의 패턴을 찾아내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기업에서 어떻게 하냐면요. 다들 아시겠지만, 높은 분께서 한 마디를 던져요. "요즘 회사가 OO 한 거 같은데?" 그럼 이게 가설이 됩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여러분이라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이 가설이 참인지 아닌지를 검증해봐야겠죠? 그런데 실제 그렇게 하나요? 이런 과정은 대부분 생략되고 높은 분의 제기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로 해결책을 찾기 시작합니다. 얼마나 빨리, 얼마나 새롭게 보이는 해결책을 찾고 실행하느냐에 따라 그 담당자의 실력이 결정되기도 하죠. 이것이 전형적인 한국 기업의 문제를 대하는 태도 또는 문화가 아닐까 합니다. 이런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약어가 하나 있습니다. 



KKSS 크크스스 (까라면 까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아 갑자기 슬퍼집니다. 이런 문화가 조직에 자리 잡히지 않으려면, 위의 가설에 대한 검증 작업이 강조되는 문화를 형성해야 하는데 이러한 문화 형성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습니다. 먼저 높은 분의 말을 거역 또는 검증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높은 분의 말을 뒷받침 또는 반박할 수 있는 데이터를 도출하여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조직에 있었다면 KKSS 문화가 애초에 자리 잡지도 않았겠지요? 



두 번째, 검증 작업을 하는 데 있어 많은 자원과 높은 역량이 요구됩니다. 위의 예를 들어보면, '회의에서의 발언 횟수가 조직의 몰입도를 측정하는 지표이다'라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먼저 발언 횟수와 몰입도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도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령, 회의에서 질문을 한 횟수를 발언 횟수라고 정의할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대답을 한 것도 발언 횟수로 정의할 것인지 등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죠. 그리고 몰입도는 위에서 제가 성과로 단순 정의하였습니다만, 이것 또한 사실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즉, 몰입도 = 성과라는 공식이 맞냐 하는 것인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몰입도와 성과는 같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조직 내 개인의 모든 활동은 결국 성과 창출을 위함이기에 몰입도 또한 성과 창출의 일환으로 전제하여 몰입도와 성과는 같다고 하였습니다. 


여기에 반론을 제기한다면, 딱히 할 말도 없습니다. 가령 이런 질문이죠. "몰입도가 높은 사람이 성과가 무조건 좋다고 할 수 있습니까?" 지난 화에서 실제 연구 결과는 '그러함'을 말씀드렸는데요. 그런데 만약 이러한 연구 결과가 뒷받침이 안 된다면 어떨까요? 몰입도를 측정하기 위해서 몰입도를 보여줄 수 있는 정확한 지표가 있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거죠. 결국 아무것도 측정할 수 없습니다. 이러하듯 검증 작업 자체가 높은 자질과 자원을 요구하기에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그 '무엇'을 측정할 것인가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담당자의 역량에 따라 정말로 필요한 무언가를 측정할 수도 있겠지만 전혀 관계가 없는 무언가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난감하죠. 그런데 더욱 난감한 것은 조직 내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는 사람 또한 없습니다. 담당자를 팀으로 치환하면 어떤가요? 예를 들어, 조직문화팀에서 잘못된 무언가를 측정한다면 이 또한 마찬 가지 아닐까요? 이 팀 외에 이것이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정말 잘못되었다면,  시간이 한 참 지나 언젠가는 알게 될 것입니다. 1년 전 또는 2년 전 실시한 진단 자체가 잘못되었음을요. 알게 되는 이유는 그 진단을 바탕으로 진행한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실패하였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진단을 바탕으로 기획된 해결책이니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높죠. 저는 컨설팅할 당시, 이런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잘못된 가정, 잘못된 해결책, 잘못된 회고라는 악순환에 한 번 빠지면 어디서부터 바로 잡아야 할지도 모르는 지경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확히 측정하려는 바(WHAT)를 제대로(HOW) 측정해야 합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아래는 제가 지난 화에서 말씀드린 조직 몰입도에 영향을 주는 또는 조직 몰입도의 유무를 측정할 수 있는 요인(WHAT)의 수정본입니다. 아래를 측정한다면 개인이 조직과 사랑에 빠진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고 생각(전제)합니다. 



첫 번째. 

현재 시점에서 구성원이 조직의 성장과 발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정도  

1. 조직의 미션, 비전, 목표, 핵심 가치 등에 본인의 목표가 정렬되어 있는 정도

2. 평소 본인의 업무에 있어 문제 해결 노력 정도 (시간, 자원 등 양적 노력 + 학습, 타인과의 Communication 등 질적 노력)

3. 평소 본인의 업무 외 타인의 문제 해결에 있어 협업 정도 (회의 등 행동에 있어 적극성 등)

4. 조직 내 잠재 문제를 발굴하고 공론화하는 정도

5. 업무 외 Community 활성화를 위한 참여 정도


두 번째. 

현재는 하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는 그럴 의사나 의지의 세기 정도

1. 본인 조직에 대한 자부심 정도 - 내가 우리 조직의 일원임을 자랑스러워하는지 여부 

2. 조직 내 본인의 존재 가치(자율성) 인식 정도 - 내가 우리 조직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느끼는지 여부(당신 여기 있어도 돼!)  

3. 조직에서 본인의 업무 역량 인식&인정 정도 - 내가 우리 조직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지 여부 또는 그렇게 느끼고 있는지 여부  

4. 의사 결정, 업무 분배 등 일하는 방식에 있어 합리성, 정의, 효과성 인식 정도 - 내가 조직 전반의 업무 처리 방식이 합리적이며 공정하다고 인식하고 있는지 여부

5. 장기적 관점에서의 성공 전망 정도(성장감, 리더십 등) - 내가 장기적 관점에서 조직을 긍정 또는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지 여부 

6. 구성원과의 관계 형성에 있어 개방감, 존중감, 안정감 등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는 정도 - 내가 구성원과의 일상적 대화, 행동에 있어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고 있는지 여부 


위를 측정하기 위해 해당 요인별 질문(HOW)을 아래와 같이 설계해보았습니다. 아래는 저의 경험과 이론 등을 토대로 제작한 질문의 일부이니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1. 본인 조직에 대한 자부심 정도 - 내가 우리 조직의 일원임을 자랑스러워하는지 여부 

Q1: 나는 우리 조직의 일원임이 자랑스럽다고 생각한다.  

Q2: 나는 우리 조직의 일원이 되는 것을 가족 구성원에게도 권하겠다.  

Q3: 나는 우리 조직의 일원임을 지인에게 자랑한다. 


2. 조직 내 본인의 존재 가치(자율성) 인식 정도 - 내가 우리 조직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느끼는지 여부(당신 여기 있어도 돼!)  

Q4: 나는 업무 시간에 무슨 업무를 할지를 자유롭게 결정하고 있다.  

Q5: 나는 내 업무 관련 방향성을 설정하는 등의 의사 결정을 자유롭게 하고 있다. 

Q6: 나의 동료는 내가 내린 의사 결정을 지지한다. 

Q7: 내가 내린 의사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3. 조직에서 본인의 업무 역량 인식&인정 정도 - 내가 우리 조직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지 여부 또는 그렇게 느끼고 있는지 여부  

Q8: 나는 평소 동료들에게 나의 역량을 비교적 정확하게 평가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Q9: 나는 동료들이 나의 업무 역량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Q10: 나는 동료들의 평가 결과를 대체적으로 수용하는 편이다.   

Q11: 나는 내 역량 수준이 조직에서 요구하는 바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Q12: 나는 내 역량 수준에 맞는 금전적 보상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

.

.



위와 같이 질문 설계가 완료되었다면 이제 설문을 실시합니다. 설문을 실시하는 데는 두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실제 몰입도를 측정하기 위한 목적, 두 번째는 몰입도 측정을 위해 뽑아낸 요인이 성과와의 상관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함입니다. 첫 번째를 통해 구성원의 몰입도를 측정한 뒤, 해당 측정 결과를 구성원의 평소 성과와 매칭을 시켜본다면 요인의 타당도가 어느 정도 가늠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까지 하는 조직은 사실 많이 없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아무 요인으로 몰입도를 측정하는 것도 말이 안 되겠지요? 


여기까지 개인과 조직 간의 러브 스토리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다음부터는 사랑을 가꿔나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일 텐데요. 워낙 범위가 넓고 광대하여 천천히 제가 아는 것만 조금씩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개인이 조직과 사랑에 빠지는 이유 ③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