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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꺼풀

by 윤신



침대에 기대어 앉은 나를 보던 아이가

슬퍼 보여, 하고 말했다

내가 그래 보여?

응, 슬픈 것처럼 보여


슬픔은 보이는 거구나


이불을 어깨까지 끌어올리고

물에 섞어 씻겨가는 소금기 어린

물컹한 슬픔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슬픔이 자라나면 소리가 된대

벽 틈 수화기 너머 들리는

낮은 대화 숨소리 울음 체념 묻은 웃음

그들이 서로의 등에 조용히 기대는 모습을

가만히 보는 게 좋았는데,


끝이 없는 이야기에

아이는 잠들고


아직도 내 얼굴에 보이니

아이에게 묻고 싶지만

지금은 무엇이든 잠에 들 시간

눈을 감아 재울 시간


커튼 사이로 잘린 빛이 아침을 부를 때까지


잘 자렴 어서 자렴

보이는 것들을 피해 눈을 감으면

꿈처럼 펼쳐지는 입체 카드의 슬픔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겹겹의 눈꺼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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