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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끗 Apr 03. 2020

한숨과 눈물 가득한 하루를 보내도 괜찮다

그런 날이 있다.


어떤 긍정적인 생각을 불어넣어도, 어떤 좋은 말을 들어도 도저히 힘이 나지 않는 날.

아래로 힘 없이 처진 어깨와 함께 밑으로 처진 마음이 바닥에 뒹굴다 못해, 산산조각 난 것 같은 날.

같은 문제를 두고도 어제까지만 해도 잘 버텨왔는데, 오늘은 도저히 못 해 먹겠다.


한숨과 눈물만 나오는 날.

먹구름만 잔뜩 껴서 햇빛이라고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 날이 있다.


이렇게 주저앉아 있기만 할 수 없어, 하루를 이렇게 버릴 수는 없어 되뇌어 보지만 내 마음은 도저히 움직이지 않는다.


내 마음을 혼내고 채찍질해서라도 움직이고 싶은데, 마음이 도저히 바뀌지가 않는다.

이쯤 되면 내가 원래 나약하고 불안정한 사람이기에 이렇게 하염없이 무너져 내리기만 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든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오늘까지 힘겹고 버겁기만 한 삶을 여태 잘 살아냈으니, 나에게는 휴식이 필요한가 보다고.

이런 상태가 며칠이 가더라도, 여태 긴 시간 동안 나는 쉼 없이 달려왔으니 잠시라도 나를 휴식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자고.

육체적인 휴식이든, 정신적인 휴식이든, 아니면 감정적인 휴식이든.

나에게 휴식이 필요했구나,라고 인정하기를.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힘겨운 웨이트 트레이닝 후 부드럽게 스트레칭을 하고 충분한 휴식을 가져야 한다.

아무리 근육질인 사람이어도 쉼 없이 달릴 수 없고, 세트를 나누어 차근차근 운동을 해야 한다.


나는 슈퍼맨이 아니다.

늘 멋지고 강한 모습만 보이는 영웅이 아니다.

나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적당한 쉼이 필요하다.


축 처진 어깨를 했다는 것은, 몸이 긴장을 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따스한 물에 담가 목욕을 하면서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여유로움을 즐겨보자.

당장 무언가 안 하면 세상이 무너질 것만 같지만 하루 24시간인데.

그중 잠시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어도 괜찮다.


잠시 눈물 흘리고, 소리 내어 울어도 괜찮다.

땅이 꺼질 것처럼 한숨을 푹 내쉬어도 괜찮다.

꺼내보기 두려운 어두운 감정을 꽁꽁 숨기려 하지 않아도 괜찮다.

적어도 나에게는 감정으로 솔직해도 괜찮다.


1년 365일이다.

하루하루가 물론 소중하고 그것에 의미를 더하려 애써야겠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쉼을 선물해 주는 것에 대해 너무 무의미하다 느끼지 않았으면.

쉼도 소중하고, 나의 감정을 돌보는 것도 소중하니까.


그러니까 내가 나약한 사람이라고, 부정적인 사람이라고 자책하지 말자.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눈물을 늘 흘려서 그 눈물에 잠겨 버리면 안 되겠지만, 적당히 나의 마음을 적셔주는 눈물 정도야 괜찮다.


오늘쯤은 그래도, 며칠쯤은 그래도 괜찮다.

내가 굳이 웃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진심으로 즐거이 웃는 날이 찾아올 테니.

반드시 그럴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지금은 조금 처져 있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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