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사랑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

'사랑'이라는 질문에 답을 해나가는 과정에 대한 기록

by 구름빛

조숙했던 나는 늘 사랑과 가까웠다. 초등학교 때는 두 학년 위의 선배를 좋아했고, 중학교 때는 천리안으로 알게 된 고등학교 오빠와 매일 밤 공중전화에서 동전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통화를 했다. 고등학교 때는 담임 선생님을 좋아해, 책상 위에 약을 올려 두거나 편지를 쓰던 기억도 있다.


그 시절 나는 사랑에 설레고 아파하다가, 울었다. 사랑은 정답이 없는 질문이었다. 사춘기에는 남녀 간의 감정 뿐 아니라 인정받고 싶은 욕구 또한 사랑의 어떤 모습이었다. 그렇게 사랑에 대해 생각하고, 성찰하는 일이 시작했다. 부족한 사회성에 대한 고민도, 남동생과 자꾸 다투는 이유에 대한 생각도 결국 '사랑'이라는 단어로 수렴됐다.


이십대가 되어 연애를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두 번의 연애에 약 10년을 쏟았다. 그 시간 동안 사랑은 단순한 본능이나 감정이 아니라, 책임감 있는 결심임을 배워나갔다. 쉽게 사랑한다고 말했던 관계의 끝은 담담했지만, 끝내 사랑한다고 제대로 고백하지 못했던 사랑의 끝은 가슴이 메였다. 감정이 매우 깊어 절절할 때는 말이 쉽사리 입밖으로 나오지 않음을 알게 된 셈이다. 국문과를 졸업한 나는 그렇게 십년의 사랑을 겪으면서 한때는 사랑에 관한 시를 한창 써댔다. 대작을 쓸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사랑이라는 감정에 부질없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걸까, 스스로 피곤해 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안다. 나는 사랑을 기제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걸.


나이가 들면서 사랑은 변주되었다. 부모님, 친구, 제자, 남편 그리고 시가 어르신들에 이르기까지- 사랑의 대상이 넒어졌다. 시댁에 갈 때마다 내가 힘들까봐 노심초사 하시는 어머님의 배려, 전화를 할 때마다 들리는 아버님의 밝은 목소리 속에서, 나는 생각보다 쉽게 새로운 가족을 '사랑'하게 되었고 타인을 가족처럼 사랑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되었다.


결혼을 하고 남편에 대한 새로운 사랑을 입밖으로 꺼내고 싶어 안달이 났을 때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직장을 갖게 된 이후에 진지하게 글쓰는 일을 처음 마주한 것이다. 그렇게 '곧 마흔의 신혼이야기'라는 제목의 매거진을 만들었고 잠든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귀여워 글을 쓰기도 했고, 시댁에서 처음 경험했던 명절에 대한 소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렇게 글을 차곡차곡 쌓아 가다 보니 나에게 사랑이 어떤 의미인지, 무엇이 사랑을 만드는지 조금씩 성찰하게 되었다. 사랑이라는 질문에 대해 해결해 나가다 보니 그 글들이 나를 성장하게 만들었다.


나의 글은 늘 '나의 사랑'에서 출발한다. 세상을 구원하는 거창한 사랑이 아니라, 나를 살아가게 하는 사소하고도 절실한 사랑이다. 나는 그 사랑이 움직이는 모양을 세심히 들여다 보고, 나만의 언어로 쌓아가고 싶다. '곧 마흔의 신혼 이야기' 속에서 나는 연애와 결혼을 고민했고, 남편에 대한 마음을 성찰했다. 그 과정에서 '왜 여자만 아침밥을 해야해!'라며 투쟁하던 내 모습이 변해가는 흔적을 발견하기도 했고, 커리어를 위해 임신을 미루던 내가 임신을 결심하던 순간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의 그 모든 모습이 글 속에 남았다.



사랑은 여러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다.

남편과 한여름 부산에 놀러가서 매우 더웠는데,

바다를 보면 마음도 조금 누그러지곤 했다.

싸우지 않아 다행이야, 싶었는데

이윽고 그 마음도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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