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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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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냥 Oct 2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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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리가 어디에요? 리이면 그 읍면리에서 리인거에요? 응 맞아 우리 지안이 똑똑하네. 입은 웃는데 얼굴은 우는 표정의 엄마. 아마도 아빠가 지금 안계시기 때문일 것이다. 아빠 출장가셨댔지? 으응.. 맞아. 좀 멀리 가셔서 돌아오는데 오래 걸릴거야. 그동안 우리 새 동네로 이사가서 잘 지내자. 엄마는 짐좀 마저 쌀테니깐 지안이는 요 앞에 놀이터에서 놀고있어. 네. 집 앞 놀이터로 걸어가 그네에 앉아 집 앞을 지커본다. 분주한 어른들. 1톤 트럭 2대에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이 차곡차곡 쌓여 산을 이룬다. 이사는 처음인지라 저 짐들이 트럭에서 어떻게 집 안으로 다시 들어가는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잠시간 비쳤던 엄미의 우는 표정은 이젠 사라지고 짐 옮기기에 분주할 뿐이다. 아빠가 있었으면… 생각하다 금방 고개를 가로저어 떨쳐낸다. 알고있다. 그것이 출장이 아니란것 쯤은 국민학교 3학년쯤 되면 구분할 수 있다. 엄마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렇게 슬픈 표정으로 얘기하면 나보다 더 어린 아이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빠는…


주택이 빼곡한 동네를 벗어나 푸른색만이 눈 앞 가득 펼쳐진 길을 따라 달린다. 한시간? 두시간? 얼마나 온건지 감이 잡히지 않아 이내 세어보기를 포기한다. 하림리는 저 멀리 남쪽 바다를 건너가면 있는 동네라고 엄마가 말해줬다. 바다를 건너는데 왜 차로 가요? 우리는 남쪽 끝에 가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널거야. 지안이는 배 타본적 없지? 바람이 얼마나 시원하고 바다는 또 얼마나 넓고 푸른지 모른단다. 수면 위로 반사되는 햇살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엄마의 말에 향기가 느껴진다. 학교 음악시간에 배우는 노래들 처럼 리듬이 느껴진다. 계속해서 말을 잇는 엄마를 가만히 올려다본다. 왠지 즐거운 표정이다. 아니, 그보단 받아쓰기 시험이 끝난 친구들의 표정과 비슷하다. 선생님이 가르쳐줬던 표현이 있었는데… 홀가분하다?  잘 모르겠다. 잘 모르겠는 표정으로 엄마는 얘기를 이어간다. 더이상 아빠를 생각하진 않는 것 같아 다행이다.


내리세요! 운전사 아저씨의 소리에 잠이 깬다. 코끝에 비릿함이 스친다. 주변을 둘러본다. 처음 본 거대한 무언가가 보인다. 뒷통수가 뒷목에 닿을쯤 끝이 보인다. 배다!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왜치곤 즐거워하는 것처럼 보였을까봐 금새 입을 다물고 이를 앙다문다. 응, 우리가 타고 갈 배야. 되게 크지? 이따 엄마랑 갑판에도 나가보자! 표정을 숨기고 고개를 끄덕인다. 차는 우리를 내려두고 먼저 배 속으로 들어간다. 햇살이 뜨겁다. 봄이지만 여름에 가까워 등 뒤로 땀이 주르륵 흐르는게 느껴진다. 엄마, 그런데 왜 이렇게 멀리 가는거야?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겠다 다짐했지만 배를 보자 경계심이 흐트러진건지 말을 내뱉고 아차 싶다. 아냐. 안궁금해. 엄마의 시선이 느껴지지만 그냥 고개를 푹 숙인다. 한참동안 말이 없다. 우리는, 아니 엄마는 멀리 가야만해. 혼자 가기 무서우니깐 지안가 엄마랑 같이 가줘야 해. 그래줄 수 있지? 생각을 물어보려면 출발하기 전에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냥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대신한다. 사실 불만은 없다. 국민학교 들어가서 친구를 사겨본적은 없다. 수업, 소설, 수업, 전과, 수업, 청소, 하교. 어딜 간들 수업과 소설과 전과와 청소는 있을거라서 학교를 다니는데 차이는 없다. 어딜 간들 나와 글자 사이의 시간은 똑같이 흐를 것이다. 상관 없다. 꿈 발표 시간이 떠오른다. 내 앞에 발표를 했던 수진이가 떠오른다. 반짝이는 눈, 자신감 넘치는 말투와 표정, 몸짓 하나하나에 뭍어나오는 느낌이 나와는 정 반대인 사람. 반 아이들이 수근거리는 얘기로는 어디 국회의원인지 군대의 매우 높은 사람인지가 아빠라고 하며 부럽게 보는 눈초리인것 같았다. 나는 이제 겨우 아홉, 열살인 아이들이 무어 그렇게 세상사 다 아는 어른들마냥 얘기하는지 이상하게 생각하다가 또, 내가 나를 생각할 때 일면 아빠 엄마의 어려움을 오래 전부터 알고 행동하는 것을 보면 꼭 그런것, 어른들의 세계가 어른에게만 열려있는 것은 아니란 생각을 하게된다. 아홉살인 나도 대충은 알고 있으니깐. 수진이는 나와 같은 것에서 자유로운 것처럼 보였다. 자유롭지 못한 나는 그래서 엄마와 멀리 가야하는 것인가보다. 안전한 울타리가 없는 집은 바람이 불면 날아가버리는 것일테니깐. 지안아 이제 타야해! 이젠 엄마의 표정이 해맑다. 사람들이 각자의 짐을 가득 쥔 채 배에 오른다. 손 짐이 없는 우리는 홀가분하다. 엄마가 지금 이곳에 슬픔은 다 두고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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