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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Feb 15. 2017

[시작] 스웨덴 한국 유학생들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

우리들은 스웨덴과 한국을 잇는 다리가 되고자 한다.

    평소 같으면 수십 개의 알람 소리도 듣지 못한 채 한창 꿈속 여행을 하고 있을 새벽 3시 40분경, 지난 금요일 나는 침대로부터 유독 가뿐하게 몸을 일으켜 와인색 내 캐리어를 바닥에 펼쳐놓았다. 20여분이 지나자 카메라, 잠옷, 필기구, 세면도구 등 기내 사이즈의 작은 캐리어에 2박 3일간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지내는 동안 필요한 것들이 제자리에 놓였다. 캐리어를 챙긴 후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동도 트기 전인 새벽 5시, 나는 한창 꿈속을 헤매는 사람들이 깰까 조심스레 캐리어를 끌며 설레는 마음으로 공항으로 향했다.

    주말을 이용한 짧은 스톡홀름 여행은 스웨덴의 외교 및 교육을 담당하고 대외적으로 홍보하는 정부기관인 Swedish Institute(SI)에서 주관한 블로거 트레이닝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이 트레이닝은 우메오, 웁살라, 룬드, 린셰핑 대학 그리고 샬머스 공과대학에 재학 중인 한국인 블로거들에게 더 나은 블로그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한국인으로서 유학 생활동안 겪는 애로사항을 나눌 뿐만 아니라 서로 간의 교류를 도모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SI내의 Study In Sweden이라는 교육담당 부서에서는 매 학기 스웨덴에서 유학하고 있는 전 세계의 학생들 중 공식 블로거를 선발하는데, 이 블로거들은 자신의 스웨덴 유학 생활 이야기를 전 세계 학생들과 나누고 있다. 이중 한국 블로거는 한국어로 콘텐츠를 작성하여 주로 한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유학기를 나누고,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카운슬링을 해주고 있다. 나는 개인 블로그인 다음 브런치를 기반으로 내가 재학 중인 Umeå(우메오) 대학의 한국 학생 블로거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유학을 준비하며 경험한 시행착오들과 이 곳에서의 생활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블로그를 시작한 것이 좋은 기회가 닿아 우메오 대학을 대표하는 블로거로 선발되었다.

블로거들과 SI 관계자 분들 브런치 미팅 @스톡홀름


    7시 비행기에 올라 1시간을 날아 스톡홀름에 도착했다. 블로거 교육은 스톡홀름의 올드타운인 'Gamla Stan(감라스탄)'에 위치한 SI 건물에서 진행되었다. 가장 북쪽에서 날아온 나를 포함하여 스톡홀름 근처의 웁살라, 스웨덴의 제2의 도시인 예테보리, 스웨덴의 남쪽 린셰핑과 룬드에서 석사 생활을 하고 있는 블로거들이 처음으로 한데 모였다. 블로그에 발행된 서로의 글들을 통해 각자가 공부하고 있는 학교 및 도시 이야기나 유학 생활을 엿보아 왔지만 실제로 한국이 아닌 스웨덴에서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우리의 공부 분야나 출신 배경은 제각각이었지만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한국 유학생이 아직까지는 많지 않은 스웨덴에서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는 나름의 비슷한 목적을 가지고 이 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그것이 이 사회의 강점이라는 점을 깨달아가는 우리들의 속 이야기를 공개한다!



그 나름의 목적들이란 무엇일까?

1) 학업: 우수한 대학 교육 시스템

        우리나라의 많은 학생들은 여전히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 중에서는 특히 영국으로 유학을 간다. 미국은 아이비리그 대학들을 대표로 전 세계에서도 명성이 높은 대학들이 많은 나라이고, 영국은 1년이라는 짧은 석사 기간의 장점과 함께 캠브릿지, 옥스퍼드 등의 유명한 대학들이 많은 우수한 유학생들을 유치하고 있다. 이 두 국가의 우수한 교육시스템과 명성은 부정하고 싶지도 않고, 부정할 이유도 없지만 안타까운 것은 한국의 많은 학생들이 대부분 뚜렷한 유학 생활의 목표 없이 네임밸류나 인지도만으로 인생의 중대한 결정인 유학생활을 결정하거나 다른 유학국들은 아예 선택지에서 제외를 시킨다는 것이다.

    내가 공부하고 있는 스웨덴은 한국 학생들의 선택지에서 사실 제대로 고려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스웨덴이라는 나라에 자체에 대해서는 '좋은 복지국가', '행복한 나라', '부자 나라' 등의 키워드를 접하며 조금씩 알아가고 있지만 스웨덴의 대학들에 대해서는 백지상태이다. 하지만 스웨덴은 전 세계에서도 가장 우수한 고등교육을 자랑한다. 노벨 평화상을 시상하는 웁살라, 스칸디나비아에서 가장 오래된 룬드대학은 전 세계 대학 100위안에 드는 대학들이며, 내가 재학하고 있는 우메오 대학은 북반구에서 가장 규모가 큰 종합대학으로 설립된 지가 60여 년 밖에 안되었지만 디자인 분야에서는 세계 랭킹 1위를 수년간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산림, 바이오테크, 사회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며, 스웨덴의 오랜 학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외에도 전 세계 유투버 1위인 Pewdipi가 다니던 학교로 유명한 샬머스 공과대학은 Volvo와의 견고한 산학 연계와 우수한 공과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스웨덴 왕립 공과대학인 KTH와 쌍벽을 이루고 있고,  린셰핑 대학은 문제 해결중심 학습법과 학제 간 연구를 기반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한 과목이 끝난 후 다른 과목을 시작하는 스웨덴의 한 과목 집중방식의 커리큘럼은 학생들이 한 과목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줌으로써 더 깊은 지적 통찰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외에도 모든 학생들은 대부분의 과목에서 절대평가제를 바탕으로 Good Pass, Pass, Fail로 성적을 받게 되며(간혹 나의 점수가 어떤 범주에 포함되는지 보이는 경우도 있다) 시험에서 Fail 하더라도 재시험 제도를 통해 과목을 이수할 수 있으며, 재시험으로 인한 불이익은 없다. 이런 스웨덴의 교육시스템을 바탕으로 학생들은 친구들을 경쟁상대로 여기기보다 지적 교류를 통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협력자로 여기며, 남들과의 경쟁보다 어제의 자신보다 더 나은 자신을 위해 스스로와 경쟁한다. 새로운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며 유학생활을 해야 하는 우리들은 이러한 시스템 덕분에 덜 스트레스를 받고, 무사히 학업에 정진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스웨덴 대학들은 뛰어난 산학 연계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스웨덴의 삼성家와 같은 '발렌베리' 家재단은 벌어들이는 수익의 80%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는데, 이 중 많은 부분이 스웨덴 대학들의 연구비로 쓰이고 있다. 이러한 파격적인 지원 덕분에 스웨덴 대학의 연구소들은 최신 장비를 가지고 연구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론과 실습이 긴밀하게 연계되어 수업이 진행되는데, 실제로 우리 블로거 중 린셰핑 대학의 전기전자 공학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인 학생은 과제일환으로 전자회로를 설계하고 있는데, 학교에서 1인당 15,000크로나(약 200만 원)를 지원하여 제작회사에 보내 칩을 만들어 주고, 이 칩을 가지고 다음 학기 수업에서 또 사용한다고 한다. 사실 한국에서는 대부분 컴퓨터 시뮬리에션으로 끝나거나 이미 만들어진 장비로 실험을 하는데, 아예 밑바탕부터 시작해 실제로 제작해보는 기회를 얻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스웨덴 대학 샅샅이 파헤치기: https://brunch.co.kr/@enerdoheezer/37


2) 사회: 교과서에서만 배운 좋은 말들이 이상적이기만 할까?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더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유학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유학 기간의 공부는 학교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국가에서 유학생활을 하며 경험하는 다양한 문화나 그 나라의 제도,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우리는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다. 내가 스웨덴에 온 이유 역시 대학에서의 공부에 대한 목적과 더불어 이 사회에서 배우고 싶은 가치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남녀평등', '육아휴직', '무상교육', '높은 정치 참여도' '투명성' 등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이상적으로만 들리는 것들이 이 사회에서는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여행을 통해서도 나의 편견과 선입견을 깰 수 있지만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보는 것은 굉장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유학 생활 동안 이 사회의 시스템에 녹아들면서 이 제도가 '왜' 존재하고 어떤 혜택을 국민들에게 또는 이민자들에게 제공하는지 경험하기도 하고, 다양한 스웨덴 사람들을 만나면서 스웨덴 사회가 지난 역사 속에서 지금의 스웨덴을 만들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 그들은 어떻게 사회에 기여를 해왔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정말 흥미로웠다. 일례로 지난달 SBS '아빠의 전쟁' 다큐멘터리에서 스웨덴 '라테 파파' 이야기를 보고 나서는 내 주변에서 스쳐 지나간 많은 스웨덴 아빠들을 새로운 관점으로 보게 되었고, 실제 그들이 안정적인 육아 휴직 제도를 통해  열심히 육아에 전념하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책에서만 배운 것을 이 곳에서 직접 경험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스웨덴 역시 현재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투쟁과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거쳤고, 훌륭한 정치 지도자들이 '모든 국민'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사회 통합을 이끌어 냈다는 사실을 깨달았는데, 이는 오늘날 우리나라 사회가 처한 어려운 현실에도 희망이라는 빛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이러한 시간은 코스 공부를 떠나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그리고 우리 모두가 인간적인 삶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힌트를 주었다. 이 시간은 유학생활 이후 스웨덴을 떠나더라도 나 스스로가 처하는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인간적이면서 균형 있는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소스가 될 것이며, 아무리 다시 바쁜 삶을 살아도 2년 동안 배운 균형의 추는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스웨덴 역시 사람들이 사는 곳이기에 완벽한 유토피아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 곳에서는 국민이 한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정부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나라 살림을 꾸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더욱이 스웨덴 사람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고 사회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대학에서 배우는 공부 외에도 이 사회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이 너무나도 많다.

>>스웨덴에서 찾은 행복의 중심: https://brunch.co.kr/@enerdoheezer/44

>>스웨덴 할아버지와 나눈 스웨덴 정치 이야기: https://brunch.co.kr/@enerdoheezer/36


    어떤 곳으로 유학을 가든 모두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누군가에는 대학 랭킹이 가장 중요할 수도 있고 , 누군가에는 삶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중요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학비나 생활비가 가장 중요할 수도 있다. 전 세계가 연결된 글로벌 시대인만큼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기 마련인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많은 학생들은 미국, 영국을 선호한다. 그 비율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스웨덴은 아직까지 한국 학생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미국/영국보다 더 우선순위였다.

    내가 이 사회에서 경험하는 것들을 나누고 싶은 바람으로, 많은 학생들이 스웨덴 유학에 대해 한번쯤은 고민해보길 바라며 이 글을 적었다. 사람들이 아직 우리나라의 많은 학생들이 스웨덴으로 유학을 가지 않는다 해서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다른 나라보다 많은 면이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할 염려도 없다. 또한, 스웨덴의 등록금이나 물가가 너무나 비싸지 않을까 염려하는 분들도 많은데, 이 또한 정보의 부족에서 오는 두려움일 뿐이다. 등록금도 한국보다 조금 더 비싸고, 생활 물가도 서울과 크게 차이 나지 않기 때문에... 다음 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스웨덴에 편견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북유럽에서 사는 삶에 대해 경제적인 부담을 느끼는데 이 곳에 '사는' 일은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스톡홀름의 한 호수에서 아이스 스케이팅 이후
자연은 어떠한 인공물보다 위대하다 @아이스 스케이팅한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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