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살다가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왔을 때 느꼈던 첫인상
우리 가족이 지금 사는 단독주택을 선택하기 전까지는 아주 많은 집을 방문하였다. 동네에 따라, 연식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고 아파트와는 다르게 적당한 가격이 얼마인지 가늠하기까지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주로 아파트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아파트와 단독주택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 많이 궁금했지만, 그에 관한 내용을 다루는 정보는 많지 않았다. 이번 글에서는 아파트에 살다가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왔을 때 느꼈던 첫인상을 간단히 이야기해보겠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여…. [중략] 우리가 학교에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것을 아파트에 살 때는 크게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적어도 집 안에 있을 때는 말이다. 단독주택에 살면서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물론, 봄과 가을은 극도로 짧은 느낌이 있다- 것을 좀 더 명확하게 느끼게 되었다.
작은 정원에는 계절에 따라 놀러 오는 새들의 종류가 달라지고 겨울에는 눈이 쌓인다.
일반적으로 단독주택은 동서남북으로 모두 창문이 나 있고, 정원에 있는 식물들은 하루가 다르게 가지를 뻗어 간다. 봄이 오면 옆집 정원에 있는 나무는 앙상하던 가지에 나뭇잎이 무성하게 피어나고, 우리 동네는 인근에 북악산이 있어서 봄에는 꽃가루가 엄청나며 이 때문에 이전에는 없던 꽃가루알레르기를 온 가족이 겪는다. 아파트와는 다르게 옥상과 외벽이 외부나 땅에 노출되어 있어서 여름에는 덥고 습하며, 겨울에는 춥고 건조하다. 작은 정원에는 계절에 따라 놀러 오는 새들의 종류가 달라지고 겨울에는 눈이 쌓인다.
단독주택 리모델링을 고려하고 있다면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더운 것을 개선하기 위해 내장 단열과 외장 단열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는 겨울철 실내외 온도 차가 클 때 생길 수 있는 결로현상을 줄이거나 완전히 없애준다. 일반적으로 경사면에 있는 단독주택의 경우, 1층의 일부가 땅속에 묻혀 있어서 이 부분에서 비가 올 때 습기가 내부로 침투하거나, 외장단열의 부재로 겨울철 결로가 쉽게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점에 유의해서 리모델링을 진행해야 한다.
이런 점들을 나열하면 단점만 크게 두드러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실상을 그렇지 않다. 한평생, 거의 40년, 살아오면서 날씨, 온도, 습도, 결로, 단열 등에 별다른 생각이 없었던 것 같은데, 단독주택에 살면서 삶에 필요한 여러 가지 지식을 배워가고 있다. 어쩌면 삶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것들을 다른 누군가가 대신해 주던 것에 익숙한 삶을 보내며 큰 부분들을 놓치고 살았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아파트 사는 사람들이 가장 장점으로 꼽는 분리수거 및 음식물쓰레기 처리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내가 살았던 아파트들은 일반적으로 음식쓰레기는 일주일 내내 버릴 수 있었고, 분리수거하는 날은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단독주택에 살면 쓰레기 처리가 많이 불편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현실은 아파트와 크게 차이가 없다.
나는 단독주택에 살 때 쓰레기 처리가 훨씬 편하다.
나는 단독주택에 살 때 쓰레기 처리가 훨씬 편하다. 우리 지역(종로구) 기준으로 쓰레기, 분리수거, 음식물쓰레기를 일주일에 3번을 거둬 간다. 이 부분이 뭐가 훨씬 더 편하다는지 의아해할 수 있으나, 아파트는 2층 이상에 살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쓰레기와 분리수거물을 옮겨야 하는데 -이게 상당히 귀찮았다-, 단독주택은 대문 안쪽에 분리수거를 상시로 해놓다가 쓰레기 배출 요일이 되면 대문 밖에 내놓으면 된다. 단독주택은 대문 안쪽부터는 우리 가족의 공간이므로 아무렇게 사용을 해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나는 이 점이 상당히 만족스럽다.
많은 사람이 어릴 때 살아본 단독주택을 기억하며 그때 느꼈던 불편함을 상기시키곤 한다. 그래서 지금 단독주택도 불편할 것이라고 경험적으로 추론한다. 하지만 이는 90년대에 한국과 지금의 한국을 같게 보는 것과 같다. 급격한 경제성장 및 시민의식의 성장, 건축 및 단열 기술의 발달은 배제하고 그때의 기억만으로 결론짓는 것은 너무 성급하게 결론을 도출하는 일일지 모른다.
단독주택에 오래전에 살아봤거나 살아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이런 미묘한 부분들을 사전에 알아채기 어렵다. 이런 부분들을 사전에 고려한다면 살고 싶은 위치를 선택하거나 리모델링을 진행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