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으로서의 신

#에세이 4

by 모래의 여자

텔레비전의 어느 채널에서 방송한 다큐멘터리의 내용 중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를 보았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한국의 부동산에 대해 비판하는 책을 쓴 작가의 말이었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한밤중의 올림픽 도로 위에서 한강 건너편의 화려한 마천루를 보고 있자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마 부동산이라는 어떤 신을 모시는 것이 아닐까?' 란 생각을 했다고 한다. 또, 작가는 높은 건물들 끄트머리에 매달린 수많은 불빛들은 부동산이라는 신에게 행해지는 어떤 의식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도 하였다.


부동산이라는 신을 강하게 믿는 자들은 큰 복과 기적을 받고 반대로 믿지 않는 자들은 고통과 불행을 겪게 되는, 현실 세계에 실질적으로 현존하며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이 '부동산의 신'은 더 깊이 믿을수록 속세 속에서 엄청난 기적들을 보여준다. 그것은 우리의 오감과 삶 앞에서 존재하는 것이다. 콘크리트 덩어리나 흙무덤을 금은보화로 바꾸어 주고, 권력을 내려주며, 대대손손 강한 믿음을 가진 자들에게는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이름으로 같은 신의 반열'에 오르게도 해준다.


이러니 안 믿을 수 없다. 아니, 믿을 수밖에 없도록 시스템 되어 있는 듯하다. 많은 매체들은 빚을 내서라도 지금 집을 사야 시세차익을 얻어 뭐라도 건질 수 있고 옛날에 집을 산 사람들은 모두 다 그렇게 해서 뭐라도 건졌는데, 건지는 것은 바다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땅 위에도 있다며 야단이다. 또, 우리 같은 서민들이 땅 위에서 뭐라도 건질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며 집 근처에 뭐가 들어선다는 이야기가 동네에 돌면 근처 부동산 사무실부터 난리 법석이다.


금융사들은 몇억씩 되는 돈을 담보대출이라는 이름으로 '집을 사려면 당연히 대출은 기본이고, 대출은 곳 자산이다.'라는 식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자본주의의 빛나는 이념들을 주야장천 늘어놓는데, 빚은 그냥 빚 아니냐고 반문하면 어차피 오를 텐데 걱정도 팔자라며 자신도 돈만 있으면 벌써 샀을 거라고 이야기하고는 대출서류의 직인 찍는 칸은 오른쪽 하단에 있다고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수십 억대의 아파트들은 ‘위치가 OOO 이니까, 그 정도인게 맞지.’라며 합리화 된다.


이 세상엔 기독교, 천주교,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 등 세상엔 수많은 종교가 있고 그것을 믿고 의지하는 신도들이 있다. 세계의 몇몇 국가들은 종교와 정치를 하나의 것으로 보는 제정일치의 정치체제를 가지고도 있는데, 이 많은 종교들 중 신이 실제 하는 종교는 없는 듯하다.


그 신들은 신도들의 마음속에 있거나, 우주를 초월한 어느 곳에 있거나 그 어디에든 있겠지만 지금 내 앞에 존재하지 않으며 무신론자인 나에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 나에게는 부동산만이 유일한 신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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